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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발행인 칼럼] 코로나 속 첫 해외출장

 

일본 도쿄 오사카 방문

 

코로나 속 첫 해외출장

 

 

물 밖 수영연습 언제까지 할 것인가


2020년 2월 코로나가 번져가자 우리 회사로 오는 외국손님이 끊겼다. 우리가 외국으로 가는 일도 할 수 없었다. 곧 풀릴 줄 알았는데 코로나는 길어지고 꼼짝 못하게 된 것이다. 모두 멈춘 것 같았다. 대신 화상으로 업무를 풀어가길 2년 반. 올해 7월부터 외국에서 간간이 회사를 방문하기 시작했다. 멀리 독일과 스위스에서, 또 일본 중국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온다. 아무리 화상 시스템이 잘되어 있다지만 사람과 일은 만나야 풀린다.
물 밖에서 아무리 연습해도 실제 물속에 들어가면 몸은 달리 움직인다. 물속에서 잘해야 진짜 수영이다. 코로나로 인하여 너무 물 밖 연습만 한 건 아닐까. 겁먹지 말고 실제로 한번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 가까운 일본부터 가보자 싶어서 출장을 계획했다.

 

일본부터 가보자, 항공편과 검사로 어려워


출장을 가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만류했다. 그러나 내가 먼저 두려움이나 걱정을 떨치고 앞장서기로 했다. 처음에 6명으로 팀을 꾸렸다가 소수정예 4명으로 줄였다. 현재 각국마다 입국요건이 있는데 일본은 신속항원도 아닌 꼭 PCR 검사를 지정병원에서 받고 음성증명서를 제출해야한다. 출발 이틀 전 검사를 받았고, 출장팀 중 한명이 그만 양성이 나와 버렸다. ‘이를 어쩌나’ 싶었지만 준비한 모든 것을 한 번 더 점검하고 3명으로 출발했다. 출국 전 PCR검사비도 63,000원, 돌아올 때도 3시간 전에 일본현지서 검사를 받아야하는데 23만원이나 된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8월 21일 부산 김해에서 출발했다. 이전 같으면 공항이 북적대기 마련인데 젊은 여성 몇몇 외엔 사람이 없었다. 이번 출장은 비행기 시간이 안맞아서 일요일 아침 부산에서 출발해서 돌아올 때는 토요일 인천으로 밤늦게 들어와야 한다. 전에는 가장 적합한 시간에 가까운 공항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비행기 시간에 맞추어서 일정과 장소를 맞추어야 한다. 항공편도 아주 드문드문하고 가격도 배는 비싸다.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마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하는 마음이 생기는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마라. 일이 쉽게 되면 경솔하게 되나니 여러 겹을 거쳐서 일을 성취하라.”   
- 보왕삼매론 중

 

코로나 속 해외출장 결심한 진짜 이유


드디어 일본 도착. 근 3년 만에 오는 일본은 좀 생소하달까. 이튿날 아침 호텔에서 조식을 먹었다. 예전 같으면 손님이 가득했을 대형호텔인데 종업원 10명에 손님은 5명쯤 된다. 아직은 비즈니스 교류가 활발히 돌아가지 않는 모습이다. 이렇듯 사람이 적으니 손님을 더 상전 모시듯 깍듯하게 대한다. 월요일 아침에 오사카에 있는 거래처를 방문했다. 사장 상무 공장장 모두 나와 환영한다. 상세한 설명과 현장 안내를 들으며 최고의 대우를 받는 느낌이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왔기 때문에 더욱 융숭한 대접을 받는 것 같고, 특히 서로간의 관계도 좋아져 협상도 확실히 잘 되는 것 같다. 
사실 일본에는 아직도 식당에 가림막을 설치해놓고 있다. 앞사람과 대화하는 데도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모두가 마스크를 꼭 쓰며 한국보다 더 방역에 대해 조심하는 분위기다. 이런 와중에 나는 나이도 적지 않고 코로나에 취약한 연령대인데 왜 해외출장을 결심했을까?

 

첫째, 너무 오래 멈춰온 것 같다. 
코로나가 길어지다보니 얼마나 더 긴 단절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싶어 더 이상 미루면 안될 것 같았다.
둘째, 사업적 감이 필요하다. 
사업하는 사람에게는 육감이란 게 있어 만나서 눈으로 보고 그 공간에 가서 느끼는 게 있다. 그런데 이걸 못하니 사업적 감각에 갈증이 생겼다. 
셋째, 만나고 싶었다. 
그간 일로 알던 이들을 사업을 떠나 인간적으로 보고 싶어졌다. 사람이 귀한 시대임을 더 절실히 느끼게 됐다.
넷째, 잘 대접하고 잘 대접받으며 소통하고 싶다. 
나 또한 우리회사에 누가 오면 잘 해주려고 노력하지만 실제 나가보면 그들도 우리에게 아주 친절하게 정성으로 대해준다. 특히 코로나 시국에 사선을 넘듯 만나면 서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될 것이다. 

 

겁내면 아무 것도 못해, 뛰어든 세상 달라


한평생 살아오면서 겁을 내 못한 적은 없었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코로나 때문에 계속 주저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막상 일본출장을 와보니 문제가 좀 풀리는 것 같다. 몇 년간 못 만나 정보에 대한 갈증도 있었고 답답하게 안되는 일도 많았는데 해결방법이 보인다. 이곳 일본에 와서 보니 아이디어며 여러 방법도 나온다. 코로나 시기지만 직접 부딪쳐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보면 더 좋은 지혜가 나오는 것이다.
나는 평생 잘 할 수 있다 생각하며 방법을 만들고 기회를 찾았다. 사실 내 일생도 걱정하기보다 앞장 서 먼저 해버렸다, 위험하고 어리석은 것들도 있었지만 ‘그때 하지 않았더라면 이만큼 오지 못했다’ 생각한다. 일한 것 중 반 이상은 모험하고, 탐험가처럼 이리 저리 도전한 것들이다. 그렇게 하다 보니 반은 성공했고 반은 밑거름이 됐다. 겉으로 드러난 ‘성공한 반’, 그것이 내 업적이 되고 남들이 봐주는 ‘최영수’가 된다. 겁을 내고 두려워만 했다면 아무 것도 못했을 것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 용기와 응원을


올해로 일본 방문 32년이다. 1990년 3월 첫방문 이후 그동안 일본과 왕래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예전엔 일본이 참 높아보였다. 비즈니스 관계 맺기도 어려웠다. ‘어떻게 이 고개를 넘어가지?’ 했는데 도전하고 또 도전하다보니 어렵고 힘든 일을 해낼 수 있었다. 현재 일본 한가운데 와서 보니 확실히 다르다. 밖에서 보며 우려만 했던 일들이 막상 만나니 풀린다. 또 못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스갯소리로 우문현답이라고, 우리의 문제는 언제나 현장에 답이 있음을 실감한다.

 

“인내하기를 멈춰라. 10년 계획을 6개월 만에 달성하는 방법부터 시작하라. 당신은 실패하겠지만 10년을 그저 기다린 이들보다 훨씬 앞질러 갈 것이다.”  - 테슬라 회장 일론 머스크

 

지금 오사카에서 이 글을 쓴다. 매번 고민하는 칼럼이지만 코로나 시국에 일본 현지에서 느낌과 심정을 적는 것만으로도 업계 분들에게 힘찬 응원이 되었으면 한다. 코로나 탓에 너무 오래 인내하고 주춤거리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모두들 한 번 더 용기 내 실전 가운데로 뛰어드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2022.8.22. 오사카 쉐라톤 미야코 호텔에서  

 

 _ 최영수 발행인, 크레텍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