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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비즈니스 칼럼

 

AI 시대, 사람의 경쟁력은 어디서 오는가

 

보고서 작성, 데이터 분석, 마케팅 문구 생성까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며칠씩 싸매던 일들을 AI가 몇 분 만에 처리하는 시대가 됐다. 업무 효율의 비약적인 향상은 반갑고 신기한 일이지만, 동시에 많은 직장인들이 불안감을 느낀다. ‘그렇다면 내 역할은 뭐지? 내 일자리는 안전한가?’란 근본적인 질문 앞에 막막함을 경험한다. AI 시대, 인간은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대체 불가한 인간 고유의 ‘소프트 스킬’ 5가지


AI가 가져온 변화는 단순히 업무 도구에만 그치지 않는다. 조직에서 요구하는 역량의 지형도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특정 소프트웨어를 능숙하게 다루거나 복잡한 데이터를 정리하거나 프로그래밍 언어를 구사하는 스킬, 즉 ‘하드 스킬(Hard Skill)’이 한 사람의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런 하드 스킬의 유효기간은 급격히 짧아지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1980년대에 10년이던 기술의 반감기가 오늘날은 4년으로 줄었고, 머지않아 2년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 배운 기술이 몇 년 후면 절반 이상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 바로 소프트 스킬에 집중해야 한다.

 

 

첫째, 해석과 통찰 -  먼저 ‘해석과 통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AI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내는 데 탁월하지만 그 데이터가 조직과 고객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해석하지 못한다. MIT의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가 “AI는 사람을 대체하기보다는 ‘증강’한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가 제공한 정보를 맥락 속에서 해석하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예를 들어, AI가 요약한 데이터를 보고 ‘이것이 우리 회사와 고객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숨은 맥락을 읽어내야 한다. 와튼 스쿨의 애덤 그랜트 교수가 “정보가 아니라 해석이 사람을 돋보이게 한다”고 말했듯이 우리만의 관점과 통찰력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관계와 신뢰 구축 - 이보다 중요한 스킬은 관계를 맺고 신뢰를 구축하는 능력이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AI가 자동화할 수 없는 가장 큰 영역은 인간관계 관리”라고 지적했다. 고객을 설득하고 동료와의 갈등을 풀며 팀원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일은 AI 알고리즘은 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특히 좌절한 직원의 마음을 읽고 ‘다시는 도전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우는 리더의 역할은 AI가 절대 대신할 수 없다. 구글이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기업이면서도 동시에 '사람 중심 경영 원칙'을 더욱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셋째, 좋은 질문 던지기 - AI는 질문에 답하는 데는 뛰어나지만,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것은 여전히 우리 인간의 일이다. ‘이 일을 어떻게 할까?’가 아니라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왜 그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문제를 올바르게 정의하는 능력이야말로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이다. 좋은 질문이 있어야 AI는 좋은 답을 내놓을 수 있다.

 

넷째, 창의성 - 창의성 역시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AI가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방대하게 수집된 데이터를 재조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구글 전 CEO 에릭 슈미트가 “AI가 줄 수 없는 것은 상상력”이라고 말한 것처럼, 서로 다른 것들을 연결하고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내는 힘은 여전히 사람만의 능력이다.

 

다섯째, 코어 스킬 - 그리고 이 모든 고차원적 소프트 스킬의 중심에는 ‘코어 스킬(Core Skill)’이 자리하고 있다. 코어 스킬은 읽기, 쓰기, 말하기처럼 시대가 변해도 흔들리지 않는 가장 본질적인 역량을 말하는데, AI시대에는 역설적으로 코어 스킬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 연구 결과, 코어 스킬을 잘 갖춘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임금 상승 속도가 빠르고, 더 많은 직무 기회를 얻으며, 새로운 기술을 배울 때도 적응이 수월하다고 한다. 초기에는 비슷해 보이던 커리어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벌어지는 이유도 바로 코어 스킬의 격차에 있다. 

 

 

기술에 끌려가기보다 사고력, 적응력 갖춰 활용해야


비유하자면, 기술은 시대의 파도이고 소프트 스킬은 서퍼의 균형 감각이다. 파도는 늘 변하지만, 균형을 유지하는 힘이 있다면 어떤 파도도 두렵지 않다. ChatGPT이든 다른 어떤 도구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허겁지겁 쫓아가기보다 근본적인 사고력과 적응력을 갖추는 것이 훨씬 지속가능한 전략이다. AI가 상당히 많은 업무를 경감시킨다고 해서 우리 인간 고유의 경쟁력을 키우지 않는다면 AI는 우리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경쟁자가 된다. 아무리 AI시대라지만 우리는 더욱 ‘인간적’이어야 한다. 지금까지 제시한 해석과 통찰력, 관계와 신뢰 구축, 좋은 질문 던지기, 창의성, 코어 스킬을 키우는 데 쓴다면 AI는 우리를 소외시키기는커녕 벌크업시키는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_ 유정식 / 진행 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