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라이프 칼럼
여름이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휴식’을 떠올린다. 더위 속 일상에서 벗어나, 짧은 여행이나 조용한 집 안에서 충전의 시간을 보내는 것. 그런데 이 휴식이라는 키워드는 마케터에게도 깊은 시사점을 준다. 바로 마케팅에도 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공구를 판매하는 마케팅 현장에서 늘 고객의 주목을 끌기 위해 분주하다. 새로운 메시지를 보내고,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채널별로 다양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발행한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 보면, 브랜드의 ‘지나친 말 걸기’는 오히려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는 ‘브랜드 메시지가 너무 자주 반복되면 신뢰가 떨어진다’고 답했고, 74%는 ‘지나친 할인이나 빈번한 알림은 브랜드의 품질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밝혔다. 이 결과는 마케팅에서도 쉼표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치 음악에서 정적이 감정을 더 강하게 전달하듯,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도 적절한 템포와 공백이 감동을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마케팅 속 ‘쉼’을 구현할 수 있을까?
마케팅 속 ‘쉼’을 구현하는 방법
1. 계절과 시기 따라 콘텐츠 리듬 조절하기
우리는 고객과 지속적으로 연결되기 위해 많은 양의 콘텐츠를 생산하지만, 그 빈도와 강도는 계절과 시기에 따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여름철에는 고객들의 주의력이 분산되기 쉽고, 피로감도 높아지기 때문에 공격적인 프로모션보다 감성적이고 브랜드 철학이 담긴 콘텐츠가 더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브랜드의 창립 스토리, 지속가능한 가치관, 고객과의 감동적인 에피소드 등을 소개하는 콘텐츠는 단기 판매보다는 장기적인 브랜드 신뢰 형성에 기여한다. 실제로 한 글로벌 패션 브랜드는 여름 시즌 동안 제품 홍보를 잠시 멈추고, 창립자의 가치관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상 콘텐츠를 공개해 많은 고객들의 지지를 받았다.
2. ‘공백의 미학’ 활용해 고객 호기심 자극
마케팅 메시지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잠시 멈추는 전략이 주목받는 시대다. 고객의 인식 속에 여유를 주고, 정보 과잉에 지친 감정을 달래주는 방식이다. 이러한 공백은 단순한 무활동이 아니라 전략적 침묵이다. 예를 들어 이벤트 없이 일정 기간 잠잠한 브랜드는 오히려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으며, 브랜드의 자신감과 품격을 전달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또 하나의 예로, 휴가철 중간에 발송된 ‘고객님도 쉬고 계신가요? 저희도 잠시 숨 고르며 돌아볼 시간을 가집니다’ 같은 메시지는 고객의 삶에 동조하는 따뜻한 제스처로 작용하며, 정서적인 유대감을 높일 수 있다.
3. 마케터도 잘 쉬어야 창의성 발현된다
마케터 스스로의 쉼도 매우 중요하다. 끊임없이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상 속에서 마케터는 자칫 반복과 피로 속에 창의력을 잃을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전략은 대부분 여유 있는 시선에서 비롯된다. 심리학자들은 창의성이 고요한 몰입 상태에서 가장 잘 발현된다고 말한다. 바쁜 현장을 떠나 자연을 걷거나, 새로운 책을 읽거나, 단순히 낯선 공간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도 강력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또 팀 단위로도 이런 ‘창의적 휴식’을 장려할 수 있다. 업무 회고 시간이나 ‘비전 없는 회의’처럼, 의도된 무목적 대화 속에서 큰 아이디어가 태어나기도 한다. 마케팅 활동의 본질이 결국 사람과의 연결이라면, 그 사람인 마케터의 내면이 먼저 충전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 여러 브랜드들이 콘텐츠 간격을 늘리거나 노출 주기를 조정하며 고객 피로도를 낮추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일정 간격의 침묵 구간은 브랜드 메시지의 무게를 더하고, 콘텐츠 하나하나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마케팅 활동에서도 ‘하지 않는 것’이 때로는 더 강력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마케팅에서도 휴식은 단순한 멈춤이 아니라, 다음 도약을 위한 ‘전략적 여백’이다. 고객이 브랜드를 바라보는 시선을 잠시 놓을 때,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더 자극적인 프로모션이 아니라 더 정제된 메시지와 차분한 콘텐츠일지도 모른다. 결국 마케팅은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일이다. 여름휴가처럼 짧지만 깊은 쉼표 하나가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고객과의 연결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마케팅에도, 사람에게도 휴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여름, 우리도 고객에게 말 걸기를 잠시 멈추고 오히려 그들의 마음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조용한 전략’을 실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 _ 김진환 크레텍 마케팅 이사 / 진행 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