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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발행인 칼럼]

 

좋은 인연을 소중히 여겨라

 

 

영어도 못하면서 무슨 무역?


1990년 처음 무역을 시작할 때였다. 당시 우리 회사에는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주변에서 영어도 못하면서 어떻게 외국과 무역을 하느냐고 물으면 “처음부터 다 갖추어 놓고 하는 사업이 있느냐”고 나는 되묻곤 했다. 그때는 영어는 못했지만 젊고 꿈이 있었기에 일본으로, 대만으로, 또 독일로 미국으로 다닐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
우리 회사는 당시 대만과의 무역거래를 처음 시작하면서 무역업무 전반을 K무역사에 맡겼고 K무역사의 우리 담당직원이 최은임 씨였다. 그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 회사가 무역부분을 서울로 이전하면서 마침 우리 회사에도 무역담당부서를 만들려던 참이어서 최은임씨가 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무역업무가 많지 않아 총무는 물론 비서역할도 했지만 어쨌든 그가 오면서 본격적으로 무역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외국에 편지를 보내거나 받게 되면 그전에는 멀리 떨어진 K무역사에 가서 번역해 오곤 했는데 이제는 최은임 씨가 사무실에서 직접 번역은 물론 무역업무도 하게 됐다. 

 

1995년 책임 사보에 실린 총무부 최은임 주임 모습

 

영어, 무역, 비서, 총무… 모두 한 사람이


그의 합류 이후 우리회사는 지니어스 소켓렌치 외에도 일본의 로보스터사, 독일의 이하사와 거래를 맺는 등 10개의 해외 제조사와 본격적인 거래를 개시했다. 특히, 그의 노력으로 무역업무 초기에 대만의 중간 무역상을 통해 해오던 수입거래를 제조공장과 직접 거래하게 되면서 많은 수고와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1995년 말 그가 결혼했고, 공무원인 남편을 따라 포항으로 가게 되면서 부득이 퇴직하게 됐다. 퇴직 전까지 나의 영어실력을 키워주기 위해 가정교사도 해주었다. 필자가 국제무대를 맘껏 뛰도록 해준 은인이며 회사의 영어, 무역, 비즈니스, 총무 업무까지 많은 분야에서 기반을 잡아 준 분이기도 했다. 나 역시 그 부분을 항상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

 

다시 올래요?


25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문득 연락해 봤다. 나는 종종 예전 인연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버릇이 있다.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이 행복하고, 또 예전의 은혜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통화를 하다 “다시 우리 회사에 와서 일해달라” 부탁했다. 처음엔 포항에서 대구까지 출퇴근하는 어려움 때문에 난색을 표하더니 결국 2년 전 재입사를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 달리 무역부에는 외국어 잘하는 젊은 직원이 많다. 이미 직급 평가 등이 시스템으로 갖춰진 회사가 돼 대우도 충분치 못했을 것이다. 또, 회장이 특별히 데려온 사람인지라 조금만 신경쓰려하면 특혜라고 할까봐 더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그는 예전의 겸손하고도 성실한 업무 솜씨를 한 번 더 발휘했다. 맡은 일에 깊이 연구하고 세밀하게 살피면서 다시 맡게 된 대만의 지니어스 소켓렌치 브랜드를 잘 키워가고 있다. 

 

소중한 인연으로 만드는 법 


우리회사에는 종종 예전에 근무하다 퇴직했던 분들이 다시 오는 경우가 있다. 젊은 날 입사했지만 나가서 사업을 하다 다시 오는 사람, 집안을 돌보다 다시 오는 사람 등 그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떠나지만 결국은 돌아와 나와 함께 있다. 일반적인 기업의 경우 한번 떠나면 그만이라서 다시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해 인사전문가들은 특이하다고 평한다. 사람은 물건이 아니다. 그리고 수학공식이 아니다. 한번 떠났어도 언제든 만날 수 있고, 그 인연을 잘 살리면 정말 서로에게 도움되는 관계가 된다. 
요즘은 다시 돌아온 그들에게 제대로 대우를 해주는지, 근무하기 좋게 따뜻하게 대해주는지  자문해본다. 재입사 당시엔 신경을 쓰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른 직원들과 똑같아야하기 때문에 자주 보진 못한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항상 소중한 인연으로 간직하고 있다.

 

‘한번 더 기회’, 인생의 선물 되더라 


사실, 인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나도 어려서 조양철공소에 근무했는데,  당시 어린마음에 힘들다며 서울로 도망친 적이 있었다. 아버지 손에 끌려 왔고, 철공소는 나를 다시 받아줬다. 지금 생각해도 다시 받아준 조양철공소 
허용 사장님이 고맙기만 하다. 
해군에 근무할 때도 경남함에서 내렸다가 재승선하여 같은 부서 같은 보직에 근무할 수 있었다. 수병에게 이런 배려와 기회는 극히 어려운 경우이며 해군에서 한번 더 기회를 준 것이기에 가능했다. 누구에게나 ‘한번 더’라는 원칙을 회사경영에 적용하려는 이유이다.

 

인연 살려야 인생도 뷰티풀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피천득 ‘인연’ 중-


인연은 무작정 기다리거나 우연히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내가 직접 만들고 꾸미고 이어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업을 하면서 인연을 등한시하거나 쉽게 생각하면 결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없다. 경영의 성패는 사람에게 달려있다. 인연을 살릴 때 성공의 가능성도 커진다. 그리고 비단 사업을 떠나서도 우리인생에서 사람이 남지 다른 무엇이 남겠는가.
좋은 인연을 많이 살려 행복한 경영자들이 되시길 바란다. 나 또한 놓친 인연이 없는지 지나온 시간을 되살려봐야겠다. 보고 싶다, 옛 동지들.

 

 _ 최영수 발행인, 크레텍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