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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발행인 칼럼] 내 등의 짐

내 등의 짐

 

그때 어떻게 이런 생각을?

 

월간툴 2호(1995년 5/6월호)에 실린 칼럼을 다시 읽어보았다. 당시의 상황이나 형편을 잘 알 수 있었다. 지나간 일들을 펼쳐놓고 보니 그때 내가 무슨 자신감으로 이런 말을 하였나 싶었다. 공구상사에 내 모든 것을 바치겠노라고 의지가 강할 때였다. 일에 대해 깊게 연구하고는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하고 그려놓았다. 이렇듯 예측하고 계획하며 의지를 다진 덕분에 위기를 이기며 오늘에 이르지 않았나 한다. 당시 칼럼에 담긴 내 생각은 공구업에 대한 의지, 분업화, 전산화, 세금계산서 발행, 유통경로 단축, 직원교육, 세계화에 발맞추기 등이었다. 이후 실제로도 그대로 실현되었다. 

 

 

먼저 말해놓고 약속 지키려 안간힘


글이나 말로 먼저 알리는 것은 나 스스로에게 짐을 지우는 방식이다. ‘공구업의 어려움을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말과 글로 해놔서 어디 도망갈 데가 없었다. 내가 한 말 때문에 ‘무책임’이 되지 않으려 정말 많이 노력했다. ‘책임’이라는 한마디가 나를 바로 살아가도록 했고 어렵고 힘들어도 나아가도록 했다.
공구업은 최첨단 사업은 아니다. 그러나 산업사회에 꼭 필요한 기업이고 사회발달과 함께 점점 수요도 늘어나게 돼 있다. 만약 조금만 게을리 했다면 해외기업이나 대기업에게 주도권을 내어줬을 것이다. 주도권은 한 번 놓쳐 버리면 되찾기 어렵다. 확신이 들 때 과감하게 결정하고, 방향을 정하고, 목표를 세우는 것 등 돌아보니 ‘어떻게 이 정도로 할 수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에게 지운 짐, 바로 그것 때문에 오늘까지 오게 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세상을 바로 살지 못했을 것입니다.
내 등에 있는 짐 때문에 늘 조심하면서 바르고 성실하게 살아왔습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를 바르게 살도록 한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 (중략)
물살이 센 냇물을 건널 때는 등에 짐이 있어야 물에 휩쓸리지 않고,
화물차가 언덕을 오를 때는 짐을 실어야 헛바퀴가 돌지 않듯이
내 등의 짐이 나를 불의와 안일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게 했으며,
삶의 고개 하나하나를 잘 넘게 하였습니다.

내 나라의 짐, 가족의 짐, 직장의 짐, 이웃과의 짐, 가난의 짐, 몸이 아픈 짐,
슬픈 이별의 짐들이 내 삶을 감당하는 힘이 되어 오늘도 최선의 삶을 살게 합니다.

- 정호승 詩 ‘내 등의 짐’


짐 한번 져 보세요


1995년 5/6월호에 실렸던 ‘한국의 자랑 책임기업’이라는 글을 그대로 소개하겠다. 내가 졌던 짐도 소개하고, 앞으로는 어떤 새로운 짐을 질까도 구상해야겠다. 독자들께서도 미래를 살아갈 ‘내 등의 짐’을 한번 져 보시라. 인생과 사업을 움직이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다.

 


 

처음에 공구상사를 시작하면서 나는 무슨 뚜렷한 계획을 가지거나 혹은 국가에 이바지하는 측면은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우선 내 생계를 위하여 하나의 생존 경쟁의 터전에 뛰어드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20여년을 지냈다. 이제는 처음의 영세하던 규모가 아니라 직원이 100명 넘는 상태로 발전했고 처음의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 무역관계도 많아지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기계공구상은 일정 규모이상의 성장발전에 이르면 다른 업종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책임 기업은 오직 기계공구업에만 전심전력을 다 해 성장시켜 오늘에 이른다. 그 요인은 다음의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기계공구업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기쁨으로써 일해왔다. 둘째, 많은 종목의 품목들을 관리하기 위해 업무의 분업화를 실시하여 각 분 야에서 전문 인력을 양성하여 최선의 능력과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해 왔다. 셋째, 전산화에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모든 업무를 전산화시켰다. 모든 품목을 분류하여 쉽게 관리할 수 있는 SYSTEM을 도입시켰고, 매입·매출선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조직화 다.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넷째, 유통질서의 확립을 위해 세금계산서를 100% 발행함으로써 명확한 회계관리를 실시하였다. 다섯째, 국제화 시대에 맞춰 유통과정의 경로를 줄여 고객들에게 보다 더 좋은 가격으로 공급하고 회사에도 이익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하였다. 여섯째, 직원의 능력개발을 위해 제안제도, 분임조 활동, 교육, 훈련 등을 통해 그들의 능력과 특기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일곱번째, 세계화 추세에 맞추어 범세계적인 안목으로 경영에 임한다. 책임기업은 우리나라에서는 선두에 속하지만 국외의 기업과 비교해 볼 때 빈약한 편이다. 일본은 큰 규모의 공구상들이 많다. 예를 들면, 일본 오사카의 TRUSCO를 들 수 있다. 그 회사는 상시 임·직원이 1,800명이며 매출액은 1조원이 넘는 공구회사이다. 우리는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항상 노력하며, 한국 기업으로서 세계와 대등한 수준에 이르도록 나아가고자 한다. 
인생에서 기회란 계속해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사회와 국가가 우리를 필요로 한다고 본다. 국제화 시대에 직면하면서 한국의 공구상은 규모가 너무나 열세하여, 유통이 개방되고, 외국의 기업이 밀려오면 우리의 기계공구상은 자리를 지키기가 어렵게 될 것이다. 그러나 책임기업(주)·만봉웰딩(주)은 혼신을 다해 대한민국 기계공구업계를 선두하는 기업으로서, 또한 한국의 자랑 책임기업(주)이 될 수 있도록 힘과 마음을 다해서 경영할 것이다.

 
- 공구사랑 2호 발행인 칼럼 (1995년 5/6월호) 

 


 

 _ 최영수 발행인, 크레텍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