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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경제 칼럼]

 

공구상 긴장하게 하는

 

D2C 

(제조사가 고객과  직접 거래하는 방식)

 

 

유통사 VS 제조사


2000년대 초 유통업계에 전설과 같은 이야기가 있었다. 당시 국내 최대 식품 기업이었던 농심과 이마트의 갈등 이야기다. 90년대 후반 국내에 처음 등장했던 기업형 소매 유통 체인 마트가 2000년대에 들어서며 빠르게 확장하던 시기, 대표적인 기업형 마트로는 신세계그룹의 이마트, 영국 테스코와 삼성이 합작해 만든 홈플러스, 롯데쇼핑의 롯데마트가 있었다. 당시 마트에서 판매하는 대기업 브랜드 상품은 대부분 판매가격이 같았는데 점포 수에서 선두인 이마트는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농심 신라면 멀티팩의 가격을 다른 마트보다 50원 낮춰 판매하기 시작했다. 농심은 이 사실을 알고 반발하며 이마트에 가격을 다시 높이길 요청했지만 이마트는 가격 인상을 거부했고 농심에서는 이마트에 신라면 공급 중단을 선언했다. 농심의 이런 파격적인 조치에 유통시장 관계자들은 과연 이 싸움이 어떻게 끝날지 주목하고 있었다. 이마트와 농심, 승리는 어떤 기업이 차지할까?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결과는 이마트의 승리로 끝나게 되었다. 국내에서 상품 판매 시장을 가진 리테일이 상품을 판매하는 제조사에 승리한 대표 사례라 할 수 있다. 

 

유통 주도권 흐름의 변화


본 사건은 국내 유통 역사상 제조사와 소매상의 위치가 변화하는 중요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유통 경로의 구성은 제조사와 도매상, 소매상으로 이루어진다. 역사적으로 유통 경로 간의 파워 싸움은 항상 일어나 왔다. 유통 경로 구성원 중 한 기업이 주도권을 가진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 이익뿐만 아니라 유통시장의 방향도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도 주도권을 빼앗기려 하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3차 산업혁명 이전까지는 유통 주도권을 제조사가 가졌으나 IT혁명 이후 컴퓨터에 의한 판매 및 재고관리 기술의 발전으로 다점포 관리가 가능해짐에 따라 파워 리테일러가 등장하며 주도권이 점점 소매상, 즉 리테일로 넘어가게 되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마트, 슈퍼마켓 등과 같은 오프라인중심으로 성장하다 2010년으로 접어들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쇼핑 증가로 판매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변화하며 리테일사의 성장세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제조사와 리테일사의 순위 역전


이런 유통 주도권의 변화는 매년 발표되는 글로벌 브랜드 순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브랜드 평가기관인 ‘브랜드 파이낸스(Brand Finance)’가 발표한 ‘2021년 세계 500대 브랜드(Global 500 2021)’ 보고서를 보면 전통적으로 상위에 위치해 있던 대표적인 제조사들인 코카콜라(39위), 나이키(47위), 네슬레(88위)의 순위가 예년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10년 전 2위였던 미국 최대 가전기업 제너럴 일렉트릭(GE)은 50위권에 들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나마 제조업 중에서는 스마트폰 대표 기업인 애플(1위), 삼성전자(5위), 화웨이(15위)가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그에 반해 리테일 기업은 아마존 2위, 월마트 6위, 타오바오 18위, 홈디포 20위, 티몰 24위, 알리바바 30위 등 상위권에 위치하던 제조사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 평가기관인 ‘브랜드 파이낸스(Brand Finance)’가 발표한 ‘2021년 세계 500대 브랜드 (Global 500 2021)’ 보고서


제조사의 반전 카드 D2C


이처럼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 제조사에게 반전을 가져올 카드가 나타났다. 바로 D2C(Direct to Consumer)가 그것이다. B2C(Business to Consumer)는 비즈니스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소매상이 고객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기존에 비즈니스 방식은 앞서 말한 B2C나 기업 간 거래를 뜻하는 B2B(Business to Business) 두 가지로 구분되어 왔다. D2C란 제조사가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유통방식을 의미한다. 기존 제조사들은 자체 유통망 부족으로 감히 D2C에 도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이커머스의 확산은 어려움에 처한 제조기업에게 희망이 되었다. 온라인 유통은 오프라인에 비해 점포비와 인건비, 재고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기 때문에 오프라인 유통에 비해 큰 부담 없이 유통망 구축이 가능하다. 이는 제조사가 큰 투자를 하지 않고도 온라인 판매망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이다. 유통 주도권을 완전히 소매상에게 빼앗겨 제조사 존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금 D2C는 제조사의 생존을 위한 기회라 할 수 있다. 

 

 

D2C로 영업이익 30% 상승한 나이키


가장 먼저 D2C에 도전한 제조사는 나이키다. 2019년 겨울, 나이키는 아마존에서 상품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파격적인 선언을 했다. 미국 내 전자상거래 매출 1위 기업 아마존에서 상품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것은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기업 나이키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당시 마케터와 업계 관계자에게 너무 위험한 행동이 아닌지, 과연 어떻게 결말이 날지에 대한 논쟁이 분분했다. 우려와 달리 D2C를 시작한 2020년 나이키 매출은 전년보다 9%나 상승한 11억 달러를 기록했고 영업이익 또한 30%나 늘어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나이키는 D2C 전략을 온라인에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 유통에도 적용해 대리점을 줄이고 대형 직영 매장을 늘리는 전략을 구사해 오고 있다. 나이키가 과감하게 D2C를 선택한 이유는 고객과의 소통과 경험을 통해 팬층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아마존과 같은 소매업체를 거칠 경우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제한적이고 고객의 정보 또한 리테일을 통해 받아야 하므로 제약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D2C 전략이 가능했던 이유는 나이키의 시장 점유율과 브랜드 인지도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기존 이용하던 소매상에서 상품을 살 수 없다는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나이키의 브랜드 파워는 고객을 자사 온라인 쇼핑몰로 이끌었다.

 

 

D2C에 뛰어드는 글로벌 제조기업들


나이키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 펩시코와 스타트업 기업인 올버즈, 펠로톤 인터랙티브 등 다양한 기업들이 D2C에 뛰어들고 있다. 펩시코는 만년 2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2020년 D2C 전략을 도입하며 경쟁사 코카콜라를 뛰어넘으려 하고 있다. 오프라인 비중이 높은 식품 카테고리 기업이 온라인 D2C에 도전하는 것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펩시코는 음료 전용몰 ‘팬트리샵닷컴’과 스낵 전문몰 ‘스낵스닷컴’을 오픈해 식품 직접 판매를 시작하였다. 흥미있는 점은 스낵스닷컴은 좋은 실적을 보였으나, 팬트리샵닷컴은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부진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신선도와 유통기한, 냉장 서비스 문제가 실적에 영향을 주었으며 이는 D2C 진입 시 상품 카테고리별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국내 제조사도 자사 쇼핑몰 개설 중


국내에서도 패션기업을 중심으로 D2C 자사 온라인 쇼핑몰이 속속 개설되고 있다. 랄프로렌코리아, 코오롱스포츠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동원, 오뚜기, CJ제일제당 등 대표 식품 기업들도 전용 쇼핑몰을 오픈하고 있다. 앞서 펩시코 사례에서 보듯 D2C 전략을 취한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제조기업이 어떤 유통망을 가졌는지, 어떤 상품 카테고리를 운영하는지, 기존 시장에 어떤 영향이 갈지에 대해 신중히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 또 시장 점유율 역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아무리 온라인 쇼핑이 간편하다 하더라도 제조사는 소매상의 판매 스킬과 노하우를 쉽게 따라잡기 힘들다.

 

 

공구업계도 유통 변화 잘 파악해야


칼럼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제조사와 도매상, 소매상 간의 파워게임은 계속된다. 제조사 입장에서 D2C의 성공 여부를 단정할 수 없어도 도전하는 기업이 많아질 것은 분명하다. 공구 제조사 또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성장세가 계속된다면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브랜드 공구가 자사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해 판매를 시작한다면 공구상이나 유통기업에 커다란 타격이 될 수 있다. 유통업계에서 D2C는 시대적 흐름이며 이런 흐름을 잘 파악해야 손해가 아닌 이익을 볼 수 있다. 공구 업계 또한 대형 브랜드 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어, 공구 유통 기업은 주요 취급 브랜드의 유통 전략 변화를 주시하고 대책을 미리 준비해야 하겠다.

 

_ 이종우(연성대 교수) / 진행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