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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대구 위두툴스코리아

 

 

과학고 조기졸업, 서울대 합격한 위두툴스코리아 구정훈 대표 아들 구현우 군의 ‘백지공부법’

 

 

 

 

산업용내시경, 방폭공구 전문기업 위두툴스코리아(대구 산격동 소재) 구정훈 대표에게는 요즘 모두의 부러움을 받는 자랑스러운 아들이 있다. 과학고등학교를 전교 1등으로 2년 만에 조기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 합격한 구현우 군이다. 새학기를 맞아 공구상을 운영하는 부모라면 꼭 들어보고 싶은 공부법과 교육법을 들어봤다.

 

아버지가 알려준 코딩이 프로그래머 꿈으로


Q 서울대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학과와 지원전형이 궁금해요.


아들 구현우(이하 현우) : 컴퓨터공학과에 합격했어요. 학생부종합성적으로 들어갔는데 수시 일반 전형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과학고 조기졸업 조건을 맞추면 2학년 1학기까지 성적으로 평가해요.
구정훈 대표(이하 대표) :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연·고대에 원서를 냈는데 다 합격을 했더라고요.
현우 : 카이스트랑 끝까지 고민을 했는데요. 서울대가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학부는 서울대로 결정했습니다.

 

Q 컴퓨터공학 분야로 진로를 결정한 계기는요?


현우 : 제가 가장 재밌어 하는 게 프로그래밍이에요. 초등학생 때 아버지의 추천으로 ‘스크래치’라는 명령어 블록 맞추기 게임으로 코딩을 접하게 됐어요. 그것부터 시작해서 게임도 좋아하고,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가지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컴퓨터공학과로 진로를 결정했던 것 같아요.
대표 : 제가 예전에 쇼핑몰을 직접 제작하는 일도 했었고, 이런 쪽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코딩을 가볍게 알려 준 거죠. 현우가 중학생 땐 시각디자인 전공하는 누나한테 도움을 구하면서 2D 게임도 개발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학교 선생님도 코딩을 부탁할 만큼 실력이 부족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Q 과학고에 진학한 것도 컴퓨터공학과를 들어가기 위해서였나요?


현우 : 중학교 때 선생님이 과학고 지원을 권유하셨고, 친한 친구도 지원한다길래 넣어봤는데 덜컥 붙었더라고요. 과학고는 성적만으로 들어가는 곳은 아니고 자소서나 면접 비중이 컸어요. 대신 선행 공부가 안 돼 있어서 고등학교 들어가서 공부를 더 열심히 했죠.
김도강 사모(이하 사모) : 현우가 중학교 때도 전교에서 몇 손가락 안에는 들었어요.

 

서울대학교 면접 보던 날, 학교를 배경으로 한 컷.

 

Q 솔직하게 학원 많이 다녔나요?

 
현우 : 고등학교 입학 전에는 혼자서 예습해보고, 학원은 1학년 끝나고 겨울방학 때만 다녔어요. 2학년 1학기는 예습할 수 있는 자료가 시중에 없어서 과고 전문 학원을 등록했어요. 내신 준비기간에는 늘 학교 선생님의 학습지 위주로 준비했어요. 학원이나 인강을 활용하긴 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자습시간이 방해받지 않게 최소한으로 했습니다.
사모 : 지역에서 성적 좋은 친구들이 다 모인 과학고잖아요. 학원 안가고 혼자 해 보겠다니까 불안한 마음이 있긴 했는데,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성적표를 보니 전교 1등인 거예요. 몇 번을 이게 맞나? 하고 확인했어요. 악착같이 열심히 한 것 같아요. 

 

백지공부법으로 완벽 복습, 스트레스 받을 땐 달리기


 Q 과학고에서 전교 1등, 정말 대단하네요! 본인만의 공부 비법 좀 알려주세요.

현우 :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가장 도움이 됐던 건 백지공부법이었어요. 시험 범위를 공부한 뒤에 그 내용을 전부 빈 백지에 하나의 흐름으로 설명하듯 정리하는 공부법인데요. 노트 정리하는 거랑 비슷하게 생각하면 돼요. 한 과목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엮는 거라 과목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가 있어야 해요. 적다가 흐름이 막히는 부분은 이해가 부족해서 공부를 더 해야 하는 부분이 되는 거고요. 모든 부분을 빠뜨리지 않고 알고 있어야 하는 공부법인거죠.

 

 Q 매일 하루 종일 공부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학업 스트레스 받을 때는 어떻게 해소했나요?


현우 : 달리는 걸 좋아했어요. 야자 쉬는 시간이 되면 친구들이랑 밖으로 뛰쳐나가서 학교 한 바퀴를 그냥 달렸어요. 달리고 있는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소리 지르는 친구가 멍청해 보이기도 하고, 그 와중에 밤공기는 시원하고. 그러면 좀 기분이 나아지더라고요. 뭔가 해소되는 기분이 들어요.

 

 

 Q 건전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네요. 부모님은 아들의 사춘기나 일탈을 느끼신 적은 없나요? 어떻게 남부럽지 않게 키우셨는지 궁금합니다.


사모 : 다른 부모랑 특별히 다르게 해준 건 없던 것 같아요. 만약 공부를 게을리 하거나 말을 잘 안 들으면 엄마 입장에서는 아들에게 스트레스를 줬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현우는 본인이 알아서 하는 스타일이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크게 얘기할 필요가 없었어요. 속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겉으로는 크게 화도 잘 안내고. 남에게 피해를 잘 안 주는 성향인 것 같아요.
현우 : 짜증날 땐 달렸죠(웃음).

 

 Q 현우 군에게 힘이 됐던 부모님의 말씀이나 행동이 있었나요?


현우 : 늘 곁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이 됐어요. 학교에 태워주실 때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주시고, 이른 주말 아침에도 밥을 꼭 챙겨주시고, 기운 없을 때면 시시한 농담을 던져주시고, 그런 사소하지만 따뜻한 관심이 응원이 된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공구업 보며 성장과 도전 배워


구정훈 대표는 무역회사를 거쳐 온라인 오픈마켓 판매 경험을 시작으로 2015년 중국파트너사와 합작한 ‘위두툴스코리아’를 설립했다. 산업용 내시경과 방폭공구를 전문적으로 수입 판매하며 그 외 4~5천 품목의 공구를 쇼핑몰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특히 회사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산업용 내시경은 배관, 자동차 부품, 파이프 용접 등 각종 산업 분야에서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없는 검사 작업에 많이 쓰이며, 그 품질을 인정받아 전국에 판매 대리점을 넓혀가고 있다. 현우 군은 이런 아버지를 보며 많이 배웠다고 한다.

 

Q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서 공구 일을 해 오신 걸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현우 : 조금씩 사무실이 커지고, 직원과 함께 회사를 성장시키는 모습을 봐왔어요. 공부를 하면서도 현재 상태에서 한 칸 더 위로 올라가는 것이 정말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성적이 높든 낮든 그대로 안주하는 사람이 정말 많고, 저도 이를 이겨내는 게 참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아버지는 꾸준하게 성장하시고,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연말 회식자리에 함께했는데 한 해 성과를 축하하면서 이듬해 목표를 바라보는 말로 이으시더라고요. 쑥스럽지만, 본받고 싶은 모습이에요.

 

 

Q 대표님은 이런 아들이 공구업을 물려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적 있나요?


대표 : 전혀요. 저는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같이 하자고 할 생각은 없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요즘 시대는 대학을 굳이 졸업할 필요도 없다 생각해서, 아이들에게도 대학 꼭 갈 필요 없이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면 좋겠다고 자주 얘기했어요.

 

최선 다해보는 경험, 살아가는 데 꼭 필요


 Q 프로그래머가 되어 미래에 개발해보고 싶은 것과 꿈꾸는 것은 무엇인가요?


현우 : 한 마디로 세상을 바꾸는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어요. 요즘 메타버스, VR과 같은 기술은 여가나 생활수준의 상한선을 높이는 데 쓰이잖아요. 좀 더 편해지고, 재미있어지는 거요. 그런데 저는 생활수준의 하한선을 높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예를 들자면 장애인 보조 로봇이나 의료기구 같은 것들이요.

 

Q 대표님은 아들이 앞으로 성인으로서 어떻게 성장했으면 하나요?


대표 : 크게 바라는 건 없어요. 다만, 새로운 사회를 접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다보면 생각 외로 실패하거나 좌절할 순간이 틀림없이 발생하거든요. 그런 순간이 왔을 때 너무 자괴감에 빠지지 말았으면 해요. 한 번 더 주변을 돌아보거나 생각을 바꿔보면 돌파구가 꼭 생기기 마련이라는 것을 알면 좋겠어요. 다른 건 알아서 잘 할 거라 믿어요.

 

Q 현우 군은 이제 수험생활은 털어버리고, 즐거운 대학생활이 기대되겠네요. 대학교 가서 제일 해보고 싶은 건 뭐예요?


현우 : 미팅이요(웃음).

 

Q 마지막으로, 입시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현우 : 공부를 잘 하려면 어떠한 동기가 있어야 하잖아요. 학창시절에 공부한다는 건 제 모든 걸 쏟아 부어보는 첫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나중에 어떤 일을 하든지 내가 정말 열심히 해 본 기억이 있고, 하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아보는 게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고등학교 한번은 최선을 다해본다는 생각으로 이겨내면 좋겠어요.

 

 

글·사진 _ 장여진 / 영상 _ 송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