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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발행인 칼럼] 저질러야 일이 된다

 

저질러야 일이 된다

 

덜컥 저질러놓고 보니 숙제가 한가득


나는 참 많이 저지르며 살았다. 좋은 생각이 들면 앞뒤 가리지 않고 우선 해버렸다. 하지만  주저주저 망설이다 못한 일들도 많았다. 멈춰버린 일은 그걸로 끝이다. 그러나 저질러버린 일들은 실패가 되든 성공이 되든 결과가 나온다. 
1996년 ISO-9001을 도입하면서 정말 무모하게 받아들였다. 우리업계에 아무도 하는 데가 없었고 대기업만 실시할 때였는데, 천신만고 끝에 1년 2개월 만에 한국능률협회 도움을 받아 ISO 인증에 합격했다. 만일 그때 표준화를 받아들이지 않았더라면 크레텍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ISO를 실시한 덕분에 복잡하고 어려운 공구시스템을 정리할 수 있었다. 당시 품질보증팀의 유희익 계장은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이제 ISO인증 획득은 했지만 구축된 시스템을 회사실정에 맞게 유지 발전시키는 일과 전사원이 고객 중심의 마인드를 형성하여 고객만족을 창출해야 하는 더 큰 과제가 남았다.’

-공구사랑 97년 1월에 게재-
덜컥 저질러놓고 보니 남은 숙제가 많았던 것이다. 이 숙제를 하며 회사든 개인이든 발전한다. 우리는 ISO인증이 미래에 효과를 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지속적으로 연구해나갔다.  


실패 많을수록 성공도 커


나의 ‘저지르기’는 호롱불로부터 시작됐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갱지로 된 교과서를 매끈한 모조지로 만들고 싶어 심지에 있던 기름으로 교과서를 전부 칠해버렸다. 그랬더니 앞뒷면이 비치어 글을 읽을 수 없었다. 당시는 교과서가 귀했기 때문에 어머니와 선생님으로부터 아주 혼이 났다. 장사를 시작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전거 행상을 할 때 ‘자전거에 엔진을 달자’ 싶었다. 그때까지 보지 못했던 것이지만 결국엔 힘을 덜 쓰고 가도록 자전거 모터를 달았다. 이렇듯 한번 실패한다고 포기하기보다 다시 도전해 성공으로 만들어가는 걸 재미로 삼았다.
크레텍이 이제까지 저질렀던 일을 보면 어떤 것은 성공했지만 어떤 것은 실패해 손실을 보기도 했다. 잘 안될 경우 비난을 받았고 어떤 이는 안된 것만 골라 지적하기도 했다. 저질러놓고 뒷감당을 못한다고 몰아 세우기도 했다. 억울했지만 갈 길만 생각했다. 잘못된 것도 있지만 실제로 성공도 많이 했다. 실패가 많을수록 성공은 컸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유통질서 바로 세우기… 힘들어도 해보자!


9년 전 월간조선과 한 인터뷰를 읽어보았다. 당시 대기업이 공구유통 사업에 뛰어들어 업계에 문제가 될 때였는데 15페이지나 되는 기사 중에 당시를 상세하게 기록해놓아서 ‘그때 참 잘 하였다’ 싶다.

 

『근간에 와서는 시장에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중소기업형 산업으로 성장했던 공구산업과 유통이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대기업은 특별한 기술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시장확보만을 위해 저가정책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어요. 전체 가격질서가 무너질 수밖에 없지요. 크레텍의 고객은 도매, 소매, 납품 등 다양해요. 각각에 맞춰 공존공생하는 방법을 찾아왔어요. 아무리 대기업이라 해도 물량공세로 되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기계공구는 전문성과 기술성을 갖춰야 하는 분야입니다. 사실, 공구품목 중 가격만으로 경쟁할 수 있는 부분은 약 20%밖에 되지 않아요. 대기업 오너들이 이 사실을 알면 (이 분야로) 못 들어올 겁니다.”』 -월간조선 2012년 7월 기사 중-

 

이런 해법과 경험은 한국산업용재협회 유통질서위원회 활동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의 밀어내기를 근절하고 상인들의 ‘나만 살고보자’는 식 저가판매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외쳤다. 나는 외국까지 가서 사장을 만나고, 위원회는 몇 번이나 제조사 면담을 요청하는 등 온갖 고생을 다 했다. 당시 우리가 했던 결의의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과당경쟁하의 무질서를 반성하고 상도의를 준수한다. ▲과도한 매출 목표, 밀어내기식 영업 등 시장교란적 행위를 하지 말자. ▲최저유통마진을 개선하자.
이런 과정을 거쳐 업계 유통질서는 어느 정도 좋은 모습으로 변했다. 시작하기 전에는 방법이 보이지 않았지만 해보면 되는 것이다.

 

포기보다 도전… 인생과 사업의 해법


힘들지만 어떻게든 해야만 하는 것, 지금 우리는 이런 걸 해야 한다. 칼럼도 마찬가지다. 매달 쓰려니 여간 고역이 아니다. 잠을 설치고 글이 나오지 않을 때는 그야말로 많이 힘이 든다. 그러나 어떻게든 쓰고 고치고 완성해가면 이보다 더 큰 보람은 없다. 나의 경험과 생각들을 정리해 후대에 전할 수 있어 아주 가치롭다. 
최근 세상은 급격하게 바뀌어간다. 나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한다. 물류센터 시스템을 물건이 사람에게 오도록 ‘스마트 첨단과학 물류’로 만들어야 한다. 세신버팔로 브랜드를 프리미엄 공구로 만들어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되게 해야 한다. 다음 사람이 회사업무를 잘 이어가도록 바톤터치도 잘 해야 한다. 크레텍은 그저 하나의 기업만이 아니다. 국가산업발전에 이바지하도록 모든 것을 바쳐서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내 나이 74세, 나는 늙어지고 있다. 아니, 젊어지고 있다. 펜은 잉크가 나올 때까지 자기역할을 해야 한다. 편안하게 ‘이제 됐다’ 하기보다 남들에게 ‘왜 그래요?’ 소리를 들을지언정 해야할 나의 도전이 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실패를 두려워말고 도전을 했으면 좋겠다. 하고 또 하다 보면 뭐라도 이뤄진다. 그것이 인생이고, 또 기업가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이번 인생에서는 보다 더 우둔해지고 모든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더 자주 뭔가를 해볼 것이다.” 
-85세 미국시인 나딘 스테어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