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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공구거리 둘레길 ④ 드라마같은 삶의 표본 - 청계천 공구거리

 

 

공구거리 둘레길 - ④

 

가난, 땀, 번영, 재개발, 이주

 

드라마같은 삶의 표본

 

서울 청계천 공구거리 

 

 

6·25 한국전쟁 이후 청계천변에는 무수한 판자촌과 함께 노점상들이 생겨났고 몇몇 노점상들 중 일부는 공구를 판매한 것이 시초였다.

 

 

 

 

전국 공구유통의 시작점


대형 공구상을 운영하는 공구인들 중 상당수는 젊은 시절 서울 청계천에서 공구상 종업원으로 일하거나 가게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의 청계천은 전국 각지에서 새로운 공구를 구매하기 위해 몰려온 사람들로 북적였으며 청계천이 곧 한국의 공구유통산업이었다. 청계천을 지켜온 어느 원로 공구인들의 말을 들어보자.
“1997년 IMF 이전만 하더라도 전국 각지의 공구상인들이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서 내려서 청계천까지 걸어오곤 했어요. 가게 문을 열기도 전에 도착해 근처 국밥집에서 국밥 한 그릇 사먹은 지역 상인들이 가게 문을 열기만을 기다리곤 했죠. 전국에서 몰려온 장사꾼들은 청계천의 여러 공구가게에서 다양한 공구를 대량으로 구매한 이후 철도화물, 고속버스 화물로 지역에 보내곤 했습니다.”

 

80년대 후반 청계공구상가

 

1983년 종로와 청계고가의 모습


1950년대, 무거우면 비싸고 가벼우면 저렴


청계천 공구거리의 역사는 서울의 역사,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한다.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나면서 갈 곳을 잃은 피난민들이 서울에 모였고 많은 사람들이 청계천변에 정착했다. 이들은 반은 땅 위에, 반은 물위에 떠 있는 판자집을 지어 생활했다. 인구가 밀집하면서 자연스럽게 노점 시장이 생겨나며 다양한 물품이 유통되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경영하던 공장에서 사용되던 공구나 미군기지에서 나온 공구, 기계류가 이곳에서 유통되었으며 몇몇 노점상들은 돈을 벌어 공구가게를 열기도 했다. 이것이 청계천 공구거리의 시작이다. 공구인 원로들의 말에 따르면 1950년대만 해도 공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해 제대로 된 가격측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무게를 달아 무거우면 높은 가격, 가벼우면 저렴한 가격을 부르기도 했다고. 더불어 미군부대에서 불법 유통된 각종 공구를 단속하기 위해 불법 공구 유통 단속반이 존재했던 시절이었다.

 

1964년 청계천복개공사 현장 모습

 

복개공사와 고가도로 건설로 맞은 전성기


청계천 공구거리는 1970년대에 본격적인 활황을 맞이한다. 이런 활황은 청계천을 콘크리트로 뒤 덮어 도로화 시킨 복개공사가 완공 되면서 함께한다. 1950년대 많은 사람들이 몰려 사는 서울 청계천 주변은 불결한 환경을 보여주는 지역이었다. 청계천 주변 판자촌에서 흘러나오는 오수로 인한 악취, 위생문제 해결이 시급했다. 그런 청계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선택된 것이 복개공사였다. 청계천 광통교 상류 약 136m를 시작으로 1955년 복개 공사를 시작해 1970년 후반까지 점진적으로 복개공사가 이루어 졌다. 더불어 고가도로도 같이 건설되었는데 광교에서부터 마장동에 이르는 총 길이 5,6km, 폭 16m의 청계고가도로가 1967년 8월 15일 착공되어 1971년 8월 15일 완공된다. 이처럼 1960년대는 청계천이 변화하는 시기이며 그 결과 1970년대 청계천 공구거리는 큰 활황을 맞이한다. 각종 다양한 공구를 전국으로 유통하는 거대한 시장이 청계천 지역에 형성된 것이다.

 

재개발 지역에 있던 공구인들은 가든파이브로 이전하거나 도보 이동이 가능한 근처로 이동해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

 

청계천 복원 사업… 공구거리 활기는 줄어


청계천 공구인들은 과거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추억하며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시대의 청계천에는 공구상 종업원으로 일하다가 독립해 가방 하나 혹은 자전거 한 대로 큰 사업체를 일군 무용담도 전해진다. 가게에서 가게로 물건을 실어다주는 지게꾼, 화물차에서 창고로 공구를 배달하는 리어카, 먼 지방으로 배송하는 화물차가 청계천에서 줄지어 기다리던 시기였다. 그리고 그런 청계천의 활기를 사라지게 한 것이 청계천 복원 사업이다. 2002년 당시 이명박 서울특별시장 후보는 청계천 복원을 공약으로 내세운다. 시민들에게 도심 내의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새로운 관광명소를 만든다는 명분이었다. 결국 2003년 7월 1일 청계고가 철거를 시작으로 약 5.84km의 청계천 복원 공사가 시작되어 2005년 9월 30일 공사가 완공된다. 문제는 청계천 복원 사업을 하면서 상당수가 청계천을 떠나야했으며 이때 서울시로부터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을 공구인들은 가지고 있다.


청계천에는 아직 많은 공구인들이 사업을 하고 있다.

 

가든파이브의 명과 암


상권의 위치, 방문하는 고객의 교통 편의성, 상가 임대료 등 다양한 요소가 상권을 결정한다. 당시 서울시가 청계천 상인들에게 제공한 보상책 상업단지 ‘가든 파이브’는 문제점이 꽤 있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이곳은 높은 분양가, 접근성이 낮은 지리 및 교통 환경문제가 있었고 건물 설계부터 상인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설계로 청계천 상인들은 입주를 거부했다. 2009년 국정 감사에 제출된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청계천 이주 대상자 6,097명 중 16.8%에 해당하는 1,028명만 가든파이브로 이주했다. 그나마 입주한 상인들도 장사가 안 되자 일부는 가든파이브 상가를 팔거나 임대를 내주고 다시 청계천으로 돌아갔다. 상당기간 가든파이브는 많은 공간이 비워져 있었다. 10년이 흘러 조금씩 상황은 변하고 있다. 2022년 진행된 재개발로 갈 곳 잃은 청계천 상인들은 가든파이브로 발길을 향하고 있다. 

 

산업용재협회 서울지회는 부득이하게 가든파이브지구로 이전한 청계천 상인들을 위해 기존 연계되어 사업하던 청계천 공구상과 오고가는 화물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난생처음 천막농성… 보상 타결까지


2005년 청계천 복원공사가 완료 된 직후인 2006년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다. 청계천변에 세로로 길게 이어진 세운상가 좌우 낙후 지역을 모두 재개발하는 구상을 서울시가 발표한 것. 그러나 서울 시장이 바뀌는 과정 속에 재개발은 지지부진했고 그 사이 청계천 상인들은 일상적인 삶을 이어 갈 수 있었다. 그런데 몇몇 구역이 2017년 4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관리처분인가 절차를 밟았다.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면 이주·철거를 거쳐 새 건물 공사에 들어간다. 청계천 공구상인들은 그것에 항의해 2018년 12월 7일부터 412일간 천막 농성을 한다. 홍영표 한국산업용재협회 서울지회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냥 하루아침에 300여명이 쫓겨났을 때였어요. 그 때 우리는 재개발이 뭔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죠. 천막 농성 이후 기자회견, 토론회, 집회를 한 달에 한 번 꼴로 열고 서울시는 물론 청와대에도 호소했습니다. 그 결과 부족하나마 어느 정도의 보상안을 받을 수 있었죠.” 
청계천 공구인들은 시행사와 수차례 협의한 끝에 재개발 공사를 하는 동안 구역 주변을 빙 둘러 3층 높이 컨테이너 218개를 쌓은 임시점포를 제공 받는다. 서울시도 기부채납 받은 재개발 구역 일부에 16층 높이 공공임대상가를 지어 공구가게를 입주시킨다는 계획을 내어 놓았다.

 

청계천 공구거리에 남을 것이라는 홍영표 한국산업용재협회 서울지회장.

 

재개발로 가게를 잃은 200여 청계천 공구인들은 2025년 12월 새로운 공공임대산업시설에 입주할 예정이다.

 

고가도로 철거 후 20년… 온라인 성장


2003년 청계고가도로 철거가 벌써 20년이 지났다. 그 사이 공구유통산업 환경이 변화하며 청계천 공구거리 위상도 변화했다. 온라인 유통의 등장과 대형 공구유통업체들이 등장하면서 이제는 청계천에서 공구를 사려고 지방에서 올라오는 지방 상인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청계천과 을지로의 오래된 음식점, 감성을 자극하는 카페와 술집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공구를 사러 오는 것이 아닌 기존 기계·공구·인쇄 산업이 어우러진 독특한 청계천 풍경을 보며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2025년 12월 공공임대상가 200호 공구상 입점


서울 시장이 바뀌며 재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결과적으로 지금 현재 청계천는 새롭게 등장하는 공구상보다 ‘가든파이브’로 떠나거나 문을 닫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상당수의 공구인이 남아서 오늘도 바쁘게 사업을 하고 있다. 남은 청계천 공구인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매년 실시한 서울 시민들에게 공구에 대한 인식을 친근하게 만드는 공구 페스티벌 ‘메이드 인 을지로’를 올해도 준비 중이며 가든파이브로 떠난 공구상인들과의 유기적인 협조를 위한 화물차량도 운행하고 있다. 2025년 12월에는 서울시가 제공하는 공공임대상가에 200호의 청계천 공구가게가 입주 할 예정이다. 재개발이 한창 진행되는 지금 청계천은 큰 변화의 순간에 있다. 그러나 청계천 공구거리와 공구상인들은 존재하며 공구인의 삶은 앞으로도 지속 될 것이다.  

 


 

 

서울 청계천 공구거리 상인들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를 말하다

 

 

 

젊은 공구인들의 성공 롤 모델 필요

 


남평툴 문삼령 대표


청계천에 젊은 공구인들의 성공 롤 모델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여기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일 할 사람 구하는 것이 힘들어요. 요즘 배달 일만 열심히 해도 300만원 400만원 번다고 하잖아요. 사장뿐만 아니라 일하는 직원도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임금을 현실에 맞게 올려야 합니다. 그래야 젊은 공구인들이 더욱 많아지지 않을까요? 열심히 일해도 임금이 낮으면 누가 열심히 일하겠습니까.

 


 

나 자신부터 변화해야

 


강산기업 김성환 대표


정책입안자가 변화해야 합니다. 세상일이 대부분 정책입안자들을 위한 경제 논리로만 가거든요. 청계천에 있으면서 마음 아픈 일이 많아요. 돈 앞에 논리가 무너지거든요. 청계천 공구인들도 자신만의 주관을 가지고 남탓을 해서는 안됩니다. 스스로 나 자신부터 변화해야 해요. 잘 모이고 뭉쳐야 각개격파 당하지 않고 협상력을 가지고 어려움을 헤쳐 나가죠. 

 


 

조직력 협상력 갖춰라 

 


세광전기툴 강철 대표


공구인들이 보다 수준 높은 조직력 갖추어야 합니다. 맨 처음 재개발이 들어갔던 지역은 공구인들도 어찌 할 줄 모르고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 모래처럼 흩어져서 재개발이라는 이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죠. 이후에는 산업용재협회 서울지회를 중심으로 대응을 하면서 어느정도 성과도 나왔거든요. 함께 같이 뭉쳐야 거대한 힘에 대응가능 합니다. 그럴려면 조직력을 갖춰야죠. 

 

 


 

청계천 공구거리 맛집

 

장군굴보쌈


청계천 공구거리 근처에는 보쌈골목이 있다. 이중 ‘종로3가 장군굴보쌈’이 유명하다. 30년이 넘는 전통을 지닌 이곳은 TV맛집 프로그램에도 여럿 소개가 된 곳이다. 통영에서 산지 직송한 굴을 특제 양념에 버무려 돼지고기 수육과 함께 담아내며, 감자탕과 오징어 볶음은 무료로 제공된다.  

 


 주소   서울 종로구 수표로20길 22
 주요메뉴   굴보쌈, 고기보쌈, 굴족발, 낙지볶음, 스페셜 모듬

 


 

계림

 

35년이 넘게 닭도리탕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다. 마늘을 넉넉히 올려 맛을 낸 것이 특징. 남은 양념에 육수를 추가해서 만드는 칼국수도 인기다. 가장 작은 사이즈도 여자 3명이 충분히 먹을 양을 자랑한다. 고기를 먹고 난 후 칼국수, 라면사리, 떡사리를 추가하고 모자라면 볶음밥까지 먹을 수 있다.

 


 주소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4길 39
 주요메뉴   닭도리탕

 


 

청와옥 

 

고급 한정식집 분위기를 가진 순대국을 파는 곳이다. 가격대비 양이 많고 가게 분위기도 훌륭하다. 방짜유기 놋기릇에 음식을 담아내고 무생채 깍두기를 매일 담아낸다고 한다. 2000원을 추가하면 일반 밥공기가 아닌 솥밥을 내어 준다. 편백찜으로 맛을 낸 수육과 순대가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 110 1층 1호
 주요메뉴   순대국, 편백정식, 찹쌀 고기순대, 모둠순대+수육, 육회

 


 

영춘옥
 

1943년 개업한 이후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영춘옥은 서울에서도 알아주는 유명한 가게다. 이곳은 산더미처럼 주는 뼈다귀 수육이 유명한데 단골들은 ‘따귀하나 주세요’라고 외친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이곳은 영화 장군의 아들, 드라마 야인시대로 유명한 인물 ‘김두한’의 단골가게 였다.

 


 주소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4길 39
 주요메뉴   꼬리곰탕, 곰탕, 해장국, 편육, 꼬리찜, 뼈다귀

 


 

대련집 

 

을지로의 노포 대련집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맛집이다. 사골칼국수와 생배추보쌈, 파전이 유명한데 찾아온 손님들은 3가지 메뉴를 다 시키고 막걸리를 주문한다. 을지로 직장인들의 회식장소로도 유명한 곳이다. 점심과 달리 저녁에는 모듬전, 북어찜, 홍어찜, 낙지볶음, 두부김치도 판매한다. 

 


 주소   서울 종로구 종로16길 37
 주요메뉴   사골칼국수, 생배추보쌈, 파전

 


 

글·사진 _ 한상훈    
참고자료 _ 청계천 기획연구 보고서 ‘청계천기계공구상가’ 청계천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