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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의 역사] 고대 이집트 벽화에도 등장한 저울의 역사
저울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온 공구다. 무역 및 상업부터 의료 및 운송에 이르기까지 저울은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고대의 양팔저울부터 현대의 디지털 저울에 이르기까지 저울의 역사에 대해 살펴보자.
인류 역사상 최초의 저울은 기원전 이집트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집트의 삽화나 벽화에는 저울로 심장의 무게를 재고 있는 모습이 많이 등장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인간의 혼이 심장에 머무른다고 여겨, 심장의 무게를 기준으로 죽은 자의 혼이 깨끗한지 더러운지의 여부를 판가름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고대 이집트의 벽화 가운데 기원전 13세기에 그려진, 죽은 자를 인도하는 신인 아누비스가 양팔저울을 이용하여 죽은 자의 심장 무게를 재는 벽화가 있다. 양팔저울의 한쪽에는 죽은 자의 심장을, 반대쪽에는 깃털을 올린다. 죄를 짓지 않은 자의 심장은 깃털보다 가볍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 때 깃털보다 심장이 무겁다면 저울 옆의 아무트라는 괴물이 심장을 집어삼킨다. 심장을 잃은 죄인은 영생의 세계에서 추방되고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내용의 벽화다. 이런 벽화를 통해 고대 이집트에서 저울이 사용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저울은 부의 축적에 있어 중요한 도구였기에 사유재산의 개념과 함께 발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특히 로마와 중세 유럽에서의 저울은 상업과 무역에 있어 필수적인 도구였다. 로마 제국은 상업의 중심지로서 높은 발전을 이루었기에 정확한 무게 측정이 필수였다. 로마 시대에는 이중팔 저울을 사용하였고, 동전이나 상품의 무게를 측정해 상업 거래의 공정성을 유지하는 데 저울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중세 유럽에서는 상업의 발전과 함께 저울이 널리 퍼졌는데, 로마 시대와 마찬가지로 이중팔 저울의 형태였다.
17세기까지 저울은 무게를 재는 방식의 변화만 있을 뿐 정확한 측량을 위한 시스템이 개발된 것은 아니었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17세기 후반, 더 정확한 무게 측정을 위한 기술개선이 있었는데 영국의 저울 제작자인 리차드 솔터(Richard Salter)가 스프링 저울을 발명하면서 균형추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저울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스프링저울은 높은 신뢰성과 저렴한 비용이라는 장점을 가져 현재까지도 여전히 상거래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20세기에는 디지털 저울도 개발되었는데, 디지털 저울은 중력장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기에 더 정확한 측량이 가능하다. 일반적인 물체의 중량 계산부터 분자 수준의 무게까지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디지털 저울의 최초 발명시기는 불문명하지만 1980년 리처드 로쉬보우(Richard Loshbough)와 에드워드 프라이어(Edward Pryor)가 디지털 저울에 대한 특허를 출원한 기록이 남아 있다.
최근 과학 연구 등에 사용되고 있는 디지털 저울의 일종인 분석저울은 높은 정확도와 정밀도로 작은 샘플의 질량을 측정하는 저울이다. 밀리그램 미만의 작은 질량을 측정하도록 설계된 저울로, 질량의 작은 변화라도 실험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응용 분야에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원전 1000년 경, 청동으로 만든 저울을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삼국시대에는 화폐가 없었으므로 물건의 무게에 따라 가치를 결정지었다. 무게를 재는 방법에 따라 이득을 보거나 손해를 보는 사람이 생겨, 이를 감독하기 위해 백제에서는 ‘도시부’, 신라에서는 ‘시전’이라는 관청을 두어 도량형제도를 감독했다. 또한 신라 시대의 석제 추, 통일신라시대의 십이지상 저울추가 발견되는 등, 일찍부터 저울이 사용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에도 도량형이 바르게 사용되도록 감시하기도 했다.
충남 당진의 한국도량형박물관에서는 근현대 도량형의 발달과정과 그 용도를 전시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다. 조상들이 전통사회에서 실제 사용하였던 자, 되, 저울 등 각종 도량형기와 더불어 시계, 방위 등을 계측하던 유물을 전시하고 있으며, 다양한 자료의 연구와 분석을 통해 우리 삶 속에 녹아 있는 도량형을 매년 다양한 특별전으로 풀어내고 있다. 생생한 교육의 장을 통해 배우고 생각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글 _ 엄소희 / 출처 _ 한국도량형박물관, 발명상식사전, 두산백과, 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