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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OL ACADEMY

[공구의 역사] 로마시대에도 존재한 멀티툴의 역사

 

2세기 로마시대에도 존재한 멀티툴의 역사

 

멀티툴은 드라이버, 플라이어, 칼, 톱, 병따개, 송곳, 핀셋 등을 한데 묶은 공구다. 휴대성 좋고 다재다능한 기능을 가진 멀티툴은 의외로 역사가 꽤 오래되었다. 확인된 가장 오래된 멀티툴은 2세기 경 지중해 연안에서 중세 로마시대 유물로 발견된 멀티툴이다.

 

2세기경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세 로마시대 멀티툴

 

2세기경 로마시대 멀티툴 발견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피츠윌리엄 박물관의 그리스, 로마관에서는 2세기경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세 로마시대 멀티툴 유물이 전시되고 있다. 수저, 포크, 나이프, 이쑤시개 등이 하나로 일체화되고 접이식으로 만들어져 ‘고대 로마판 스위스 아미 나이프'로 불린다. 크기는 가로 8.8cm 세로 15.5cm로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이다. 피츠윌리엄 박물관에서는 이 멀티툴이 로마제국이 가장 강성했던 시절인 서기 2세기 경 부유한 여행자나 군인, 모험가가 휴대용으로 지니고 다니던 공구라고 추측하고 있다. 칼 부분은 철로 제작되어 부식되었지만 그 외 다른 부분은 은으로 제작되어 원형을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A _ BC 600~500년경의 접는 나이프. B _ 바이킹 에이지 접이식 칼. 
C _  1600년경의 유럽식 접는 나이프. D _ 1650년에서 1700년 사이의나이프

 

포켓 나이프에서 발전된 멀티툴


많은 사람들이 멀티툴 하면 빅토리녹스 ‘스위스 아미 나이프(Swiss Army Knife)’를 떠올리지만 멀티툴은 빅토리녹스에서 탄생한 공구가 아니다. 앞서 설명 한 것처럼 2세기 경에도 현대의 멀티툴과 흡사한 제품이 지중해 연안에서 발견 되었으며 은이 아닌 청동이나 철로 제작한 유물도 발견 되고 있다. 사실 멀티툴은 재질도 중요한데 은으로 제작한 멀티툴은 녹관리가 쉽고 가치가 뛰어나지만 청동이나 철로 제작한 제품에 비해 내구성이 약하다. 멀티툴은 접을 수 있도록 만들어 휴대성을 좋게 한 나이프인 ‘포켓 나이프’에 공구 몇 개 더 달면 되는 제품이다. 포켓 나이프는 기원전 6세기경 유물이 발견되기도 했으니 포켓 나이프와 나란히 한 멀티툴은 19세기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제작되어 사용되었고 발전되어왔다. 심지어 1851년 영국 만국박람회에서는 75개의 칼날이 있는 멀티툴이 전시되기도 했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스위스 아미 나이프’

 


멀티툴의 역사는 오래 되었지만 멀티툴에 브랜드를 붙여 상업적으로 성공시킨 회사는 ‘빅토리녹스’다. 빅토리녹스는 스위스의 카를 엘스너(Karl Elsener, 1860~1918)가 창업한 회사로 1891년 그는 처음으로 스위스 육군에 군인용 칼을 공급한다. 이후 1897년 멀티툴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스위스 장교용 및 스포츠 나이프로 개발해 스위스 군에 납품 한다. 사실 멀티툴을 제식 채용한 군대는 스위스군 외에도 영국군, 러시아군 등 여럿 있었다. 하지만 스위스 아미 나이프가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다보니 멀티툴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상업적으로 성공하게 된 것에는 미군의 도움이 컸다. 2차 대전 참전했던 미군들이 유럽에서 빅토리녹스의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구입해 본국으로 돌아가 선물했고 빅토리녹스 멀티툴이 미군PX에 납품 하게 되면서 전세계 주둔하는 미군들이 사용하며 널리 알려지게 된다. 2차대전 이후 일반인들 중에서도 다용도 공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수집품이나 선물용으로도 이러한 다용도 공구가 사용되어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생산하는 빅토리녹스가 크게 성장한 것.

 


칼날 중심에서 집게 중심으로


1950년대 이후 성공적으로 알려진 멀리툴 브랜드로는 래더맨(Leatherman)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다. 래더맨의 창립과정도 재미난 것이 미국인 티모시 래더맨(Timothy S. Leatherman)이 1975년 아내와 함께 유럽과 ​​중동을 여행하면서 ‘집게가 달린 멀티툴’의 필요성을 절감해서다. 물이 새는 호텔 배관, 반복적으로 고장 나는 자동차를 수리하면서 그는 플라이어 집게가 달린 멀티툴이 칼 중심의 멀티툴보다 실용적이라 확신한다.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Mr. Crunch’라는 프로토타입을 완성하는 데 몇 년을 보냈고 1980년에 첫 미국 특허를 받는다. 이후 지금까지 레더맨은 내구성이 뛰어난 멀티툴을 제작하는데 노력해오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빅토리녹스도 1999년부터 플라이어형 멀티툴을 생산하고 있고 2008년부터 스위스군에 납품하고 있다.

 

 

스마토 다용도툴

 

다양한 모양과 브랜드로 발전해


현재 멀티툴을 제작하는 브랜드는 빅토리녹스, 래더맨 이외에도 거버, 루이크, 스마토 등이 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무명 중소 브랜드에서도 다양한 멀티툴을 제작하고 있다. 애초에 접이식 칼을 제대로 제작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면 멀티툴을 제작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만들 수 있는 것과 잘 만드는 것은 다르다. 멀티툴은 구조가 복잡하고, 섬세한 마감이 필요하면서 내구도는 좋아야 한다. 그래서 멀티툴을 구입하려는 공구인이라면 가급적 이름이 알려진 브랜드나 AS를 보증하는 대형 유통사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근래에는 망치, 도끼, 카드, 열쇠, 손목밴드, 벨트나 쇠지랫대에서 영감을 받은 멀티툴도 제작되어 유통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브랜드별 모델별로 수 백 개의 멀티툴이 유통되고 있다. 자신의 사용처에 맞는 제품을 잘 찾는 것이 좋은 멀티툴을 고르는 법이다. 

 

플라이어 중심의 멀티툴을 만든 티모시 S. 레더맨

 

_ 한상훈 / 참고 _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