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막연무 소독기 전문기업 아이제트-포그
적극적 수출행보로 세계 시장에 우뚝
“바이어들과 대화를 하면서 제품개발에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죠. 제가 기술자가 아니다보니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기까지는 엔지니어의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자체 기술개발, 외부 기술의뢰 등 여러 통로를 통해 제품을 개발하는 한편, 또 앞으로 나아가야 될 기업방향을 잡기도 하지요.”
1960년대부터 반세기를 이어오며 우리나라 방역소독사업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아이제트-포그(이하 IZ)는 2003년 새롭게 출발해 지구촌을 무대로 활발하게 기업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2명의 직원을 둔 소규모 기업이지만, 직접 제조를 통해 세계 30~40개에 달하는 업체로 수출하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65개국 이상 돌아다니며 해외시장을 개척해온 배선용 대표는 많은 거래선들의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게 자신만의 강점이라고 소개한다.
“제가 가진 업체 정보가 천개가 넘어요. 수많은 박람회와 바이어와의 미팅 등 그동안 수없이 행해진 기업활동을 통해 얻은 재산이지요. 제가 직접 다니기도 하고 해외업무를 담당하는 부장이 출장을 다니거나 이메일을 주고받기도 하면서 지속적인 관리를 해 오고 있어요.”
바이어들과의 상담은 제품판매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상담하면서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그는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책상에 앉아서는 아이디어를 얻기 힘들다고 강조한다. 여러 사람들을 통해 이야기를 들어야 새로운 계기가 생기고, 또 기계를 사용하는 분들의 의견을 모으면 문제점을 보강할 수 있는 힌트도 얻을 수 있다고.
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들과 해외시장 개척
최근 방역사업은 어느 때보다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글로벌 시대에 각종 전염병과 그에 따른 문제점은 전 인류가 합심해 해결해야 할 공동과제가 됐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IZ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는 셈.
“자체 브랜드로 시장을 개척하기 어려웠죠. 하지만 저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들과 함께 해외시장을 개척하려 다녔지요. 독일이나 미국이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데, 그 기술들이 이제 국산화가 됐어요. 기술수준 등 여러 면에서 이제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봅니다. 바이어들에게 빠른 납기와 우수한 제품력,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을 강조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죠.”
작은 기업이지만 고품질과 가격경쟁력으로 세계 정상을 향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배 대표. 최근엔 중국에서도 꽤 많은 제품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기술적인 면에서 우리를 앞서지 못하고 있다고.
“중국제품을 한 번 써본 바이어들은 안 쓸려고 해요. 모방은 많이 하지만 품질은 아직 우리를 못 따라옵니다. 우리 제품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되고 있는 거죠.”
연기 뿐 아니라 물로 방역하는 체계 개발
IZ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삼륜 오토바이 방역시스템은 운전자 한 사람이 모든 기능을 운전석에서 조작할 수 있어 편리하다. 사람이 메고 다니며 방역하는 것보다 10배 이상의 효율성을 가져다준다. 연막과 분무를 동시에 할 수 있으며, 이미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또 세계 최초로 턴테이블을 적용해 180도로 움직이며 방역이 가능하도록 개발한 제품도 있다. 이륜 오토바이 장착형은 좁은 골목에도 효과적인 방역이 가능해 인기다. 초미립 전동 약제 살포기의 경우 공기압 분사방식으로 초미립자로 분사됨으로써 최대의 방역 효과를 내는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간편하고 가벼워 사람이 들고 다니며 방역할 수 있도록 무게는 물론 사이즈를 확 줄인 제품을 출시했다. 올해 3월부터 본격 판매되고 있으며, 벌써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태국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효과는 좋고 조작은 쉬워 국내에서도 수요가 점점 늘고 있는 상황이다.
최고의 품질로 세계 정상을 향하다
IZ의 제품 역시 처음부터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은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제품 수준이 높지 않았어요. 많은 정보를 접하고 바이어들을 만나면서 제품을 업그레이드했죠. 수출을 시작했던 당시 만난 바이어들 중에 지금까지 거래하고 있는 이들도 많아요. 어떤 나라는 많은 수량을 주문하지는 않으면서 제품에 대한 요구사항은 많아서 애로사항이 컸던 적도 있어요. 까다롭게 대하는 많은 바이어들과 상대하며 수모를 당하기도 하고, 하나하나 일궈오다 보니 지금에 이르게 된 것 같습니다.”
IZ에서 사용하는 부품은 200~300개에 이른다. 금형개발은 자체적으로 하고 있고, 기성부품은 공급받는 제조공장이 따로 있다.
“우리의 목표는 세계 정상입니다. 그러나 이 상태로는 정상이 될 수 없어요. 매년 진보적인 방법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늘 다른 의견과 요구에 귀를 기울이다보니 히트제품을 위한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IZ는 현재 중동지역 대량 입찰 건 성공을 눈앞에 둔 상황, 미국 유명 제조업체와도 계약을 준비 중이다. 그만의 성공적인 수출노하우는 과연 무엇일까?
“혼자 나가는 건 아무래도 어렵죠. 어느 정도 목표가 잡혔다면, 자치단체와 함께 일을 추진해 보세요. 자치단체마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행사가 다양합니다. 저의 경우는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많이 했어요. 제품에 대한 나의 주관이 확실하고, 해외수출에 대한 루트를 만들겠다는 분명한 의지가 있다면, KOTRA와 같은 기관과 함께 시작하는 게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어요.”
수출기업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성장해오며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강조하는 배 대표.
“직원과 한 마음이 돼서 한 목표를 향해 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 물건을 어느 나라에 수출하고 또 이 업체를 어떻게 관리할지, 내부적으로는 어떻게 제품개발을 할지 직원들과 충분히 공유해야 합니다. 직원들도 회사가 나아가는 길이 보여야 같이 힘을 내죠. 작지만 사소한 부분부터라도 서로 힘이 돼 주면 나아가는 힘이 배가 될 수 있어요.”
끊임없는 노력과 담금질로 성공가도
그는 전형적인 노력형 CEO다. 직장생활 당시에도 늘 공부하거나 강의 들으러 가기를 즐겼다. 점심시간에는 어학학원에, 토요일에는 한국인력개발연구소 등에서 개최하는 강좌를 찾아다녔다. 전문가들이 평생 연구해 얻은, 말그대로 집약된 노하우를 들을 때 세상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배 대표.
“그러한 노력들이 빛을 봤죠. 같은 레벨에서도 승진이든 뭐든 7~8년 앞서 갔으니까요. 오히려 회사 경영진이 제가 생각하는 걸 못 따라오겠다고 할 정도였어요. 굉장히 저돌적인 면이 있었죠.”
그는 외국계기업에서 20년간 근무하며 사업본부장 자리까지 올랐다. 외국계기업의 업무스타일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았다. 세심하고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은 배울 만 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요즘의 기업환경을 보면 중소기업인으로서 한계를 느낀다고.
“국가경쟁력이 곧 우리의 경쟁력인데, 우리 같은 작은 중소기업들은 국내외 조그마한 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습니다. 인건비 문제나 금리인상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국가경쟁력을 낮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도 하죠. 대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어요. 제품가격도 쉽게 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요.”
배 대표의 성공 노하우는 빠른 납기도 한 몫을 한다. 오토바이 시스템의 경우는 주문과 동시에 제작에 들어가지만, 포터블 모델 같은 경우는 100대 정도 재고를 유지한다. 바이어가 주문하고 송금을 마치면 1주일 내 선적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 최근엔 비행기 배터리 규제가 강화되는 통에 본품만 보내고 배터리는 현지구매토록 유도하고 있다. 해외에서 기계가 고장나 급하게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 EMS특송 등 발주 후 일주일내에 도착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것은 기본이다.
글로벌 나눔까지 섭렵하다
KOTRA와의 협력관계는 비즈니스의 차원을 넘어서 나눔활동으로도 많은 열매를 맺었다. 2013년부터 시작해 수많은 나라에 다니며 제품을 기증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이벤트를 펼쳐왔다.
“무역활동을 하면서 우리보다 어려운 나라에 제품을 기증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마침 KOTRA에 CSR전담부서가 발족되면서 많은 활동을 했죠. 앞서 실천한 자로서 강연을 통해 많은 기업들에게 독려도 했지요. 이런 나눔활동은 기업 홍보는 물론 우리나라의 이미지에도 큰 도움이 돼요. 처음에는 두서없이 진행했는데, 앞으로는 좀 더 체계적으로 해나가려고 계획 중입니다.”
2013년 파키스탄을 시작으로 미얀마,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타이완, 이스라엘, 오만, 알제리, 방글라데시, 필리핀, 캄보디아 등 몇 년에 걸쳐 행한 IZ의 나눔활동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며 울림을 주었다.
또 경상남도 새마을회 이사로 섬김을 이어가기도 했던 그는 다시금 새마을사업을 통해 새롭게 나눔을 실천하려 준비 중이다.
“기업 홍보가 다른 게 있나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니까 이미지 홍보가 저절로 되더라고요. 그러나 이런 사업은 봉사, 배려정신이 선행돼야 합니다. 어디서든 이런 사업을 하신다면 함께 동참할 용의가 있어요.”
CE인증으로 글로벌 비즈니스에 날개 달아
IZ는 ISO인증업체로 경영혁신형 중소기업 선정, KOTRA 수출유망 중소기업 지정 등 이미 여러 기관에서 인정받고 있다. 특허도 5개나 보유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통합규격인증마크인 CE인증(Communaute Europeenne Marking)을 취득함으로써 세계시장에서의 수출 성공률을 더욱 높이고 있다. 유럽연합(EU) 시장에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제품상에 CE 마킹이 표기되어야 하기 때문.
“혹시 지금 당장 어려운 과제가 있다면, 그 과제가 있다는 데 행복을 느껴야 합니다. 그걸 해결하게 되면 그 성과는 내 것이 되니까요. 5~10년 후에는 내가 다른 사람보다 성장해 있다는 걸 체험하게 될 겁니다. 그때는 그들보다 앞서가는 삶을 만들 수 있어요.”
IZ는 수출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70%를 넘는다. 조달등록을 통해 보건소 등으로 납품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국내시장 공략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기업성장을 위해 또다른 산을 넘어야 하지만 그에게는 함께하는 가족이 있기에 두렵지 않다. 그의 아내는 현재 무역과 회계부분을 책임지고 있으며, 기술은 아들이, 홍보는 딸이 각각 맡아 함께 힘을 합쳐 기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각자 자기 일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함께 해보자고 데리고 왔죠. 무엇이든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무엇을 해야 될 것인지 주관적인 판단과 직접 경험을 통해서 옳은 길로 가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다면 좋겠어요.”
오늘도 기술개발을 위한 수많은 노력과 수출시장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으로 내일을 두드리는 산업역군들이 있다. 열정과 패기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가는 이러한 중소기업들 덕분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은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