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황으로 뜨는 도시 ‘평택’
대형호재 힘입어 공구상 차려봐?
불황으로 경기가 어렵다지만 장사가 잘되는 지역은 분명 있다. 기업처럼 도시도 살아있는 생물과 비슷하다. 인구가 줄어들고 경기가 쇠락하는 낡은 도시가 있는 반면 새롭게 주목받고 인구가 늘어나는 도시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도로가 발달하고 기업과 사람이 몰리는 곳이 뜨는 지역이다. 도로가 뚫리면 공장이 세워지고 공장에 일하는 사람의 지갑을 열게 하는 상권이 발달한다. 그렇게 선순환 구조가 갖춰지면 경제는 활황이 된다.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뜨는 도시는 평택이다. 평택을 살펴보고 평택 공구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글·사진_ 한상훈·자료제공 및 도움말_평택시청 홈페이지&공식블로그, 평택대학교 창업융복합전공 이흥연 교수
기업을 유치한 군사도시
경기도 끝자락에 위치한 평택은 본래 군사도시로 어지간해서는 언론에 자주 등장하지 않는 지역이었다. 인구 50만이 되지 않는 작은 도시인 평택은 산업도시라기보다 오산 미군기지와 해군 제2함대사령부가 있는 군사도시 이미지가 더 컸다. 그러나 지금은 불황에 신음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발전하는 지역으로 여겨진다. 일자리 걱정이 아닌 오히려 인력수급을 걱정하는 대한민국의 몇 안되는 도시가 바로 평택이다. 이런 경제 활황과 앞으로 인구도 1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게 된 것은 수 많은 기업유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도 평택에는 각종 산업단지가 있다. 작게는 149,718㎡ 면적에서 크게는 3,949,967㎡ 면적으로 이미 조성된 평택의 산업단지가 총 11개 산단에 27,186,000㎡면적에 달하고 앞으로 조성된 산업단지는 9개에 13,694,000㎡면적에 달한다. 관련 기업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롯데화학, GS칼텍스 등 대기업 중심의 산업클러스터와 중소기업 산업클러스터가 공존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연구기관이 들어서 있다. 이미 조성이 완료된 산업단지 11곳과 앞으로 추진될 산업단지 9곳으로 둘러싸인 평택은 머지않아 울산을 제치고 지역 내 총생산1위에 등극할 전망이다.
SRT부터 항만까지 완벽한 교통망
수도권에 가까운 지리적 장점과 사통팔달의 교통망도 평택 발전에 가속도를 내도록 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손쉬운 수출과 수입을 위해 항구가 가까이 있기를 원하는데 평택시가 보유한 평택항은 중국·일본을 연결하는 국제무역 중심 항구다. 자동차 화물은 국내 항만 가운데 1위를 놓치지 않고 있고 중국을 연결하는 여객 항로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항만 주변이 자연적인 방파제로 둘러싸여 있어서 태풍이나 해일의 피해가 거의 없으며 최대 간조 시 평균수심이 14m로 5만톤급 선박의 입항도 가능하다. 거기다 고속철도 지제역도 작년 12월 개통되었다. 지제역의 SRT를 이용하면 서울 강남까지 30분이면 도달이 가능해 지제역을 중심으로 신도시와 각종 아파트 단지들이 건설 중에 있다. 게다가 2020년 평택에는 서해안복선전철 안중역이 들어선다. 서해선 복선전철은 3조 8천억원이 투입돼 2020년 완공예정인 고속전철로 개통시 충남 홍성에서 서울까지 53분이면 도착한다. 평택의 안중역은 여객과 화물 취급을 동시에 수행하는 복합역으로 조성되어 평택의 물류 및 교통 중심지가 될 것이다.
평택 발전의 시작 ‘캠프 험프리’
별 볼일 없던 군사도시가 수도권 발전의 중심지로 변모하게 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주한미군기지 이전을 말한다. 한미연합사령부를 필두로 평택 ‘캠프 험프리’로 이주하는 미군은 UN주한미군사령부, 미8군사령부, 동두천·의정부 미2사단 병력 등 4만5000여명에 이른다. 이는 전국 50여 개 미군기지 가운데 90%가 넘는 수치다. 여기에다 군속이나 가족까지 포함하면 약 8만5000여명의 인구가 유입된다. 그런데 미군 규정상 장병의 60%는 기지 밖에 거주지를 마련해야 해 미군을 상대로 하는 하우스렌탈 사업이 발달하게 된다. 이는 그대로 부동산 경기 상승과 건설경기 활황, 인구유입에 따른 소비발달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미군기지 내 하청업체 등 관련업계 종사자까지 합치면 평택으로 이동하는 인구는 20여 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주한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오면서 성장의 기회를 가졌다.
평택에 건설중인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
지도를 펼쳐 평택지역 경기도 일대를 살펴보면 택지 조성, 산업단지 개발, 항만 개발, 미군기지 이전 등 대형 프로젝트가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특히 주목할 곳은 고덕 삼성전자 산업단지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경기도 평택시 고덕국제화계획지구 산업단지에 15조6000억원을 투자해 첨단 반도체 생산설비를 건설하기로 하고 2015년 5월 기공식을 했다. 부지 면적이 289만㎡(87.5만평, 축구장 약 400개 넓이)로, 현재 국내 최대 반도체 생산 단지인 기흥, 화성 단지를 합한 면적(91만평)과 맞먹는 규모다. 기업이 이전하면 사업장 변동에 따라 등록면허세, 취득세, 양도소득세가 걷힌다. 또한 지역 소비가 늘고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진다. 삼성 반도체 공장이 건설되면서 근처에 새롭게 생겨난 공구상들이 10여 곳이 넘는다. 대부분 삼성 반도체 공장을 상대로 공구상 사업을 하여 성장하는 업체다.
삼성에서 일하다 공구상 차렸죠
다우종합상사 박정구 대표
2만명 일하는 삼성 공장… 신생 공구상 10개 이상 성업중
-반도체 공장 건설로 큰 매출 올리신다고요?
“삼성이 반도체 공장을 짓는 현장에 2만명 가까이 일을 합니다. 3만명이 일을 하는데 공구가 얼마나 많이 필요하겠습니까. 이곳 근처에만 공구상이 10개 이상 생겼습니다. 새롭게 생긴 공구상들은 삼성 반도체 공장이 어떻게 세워지는지 아는 사람들입니다. 저도 삼성 반도체 공장 제작 현장에서 계속해서 일을 했었어요. 구미부터 파주까지 제가 안가본 공장이 없죠. 삼성에서 일을 하면서 회사를 그만두면 무엇을 할까 고민을 했는데 반도체공장 제작에 어떤 공구가 쓰이는지 아니까 공구상을 차린거죠.”
-이곳 장사하는 법이 다른 곳과 좀 다르다던데요?
“여기 공구 장사가 다른 장사와는 좀 달라요. 개인 소매는 잘 없고 현장 납품으로 한 달만에 몇 억씩 판매를 합니다. 어마어마합니다. 몇 만명이 2년 동안 일을 하지 않습니까. 지난 한 4,5년은 반도체 경기가 안좋았다가 요즘 호황이예요. 그래서 여기도 공장라인을 서둘러 짓는거죠. 반도체 산업은 파도가 있어요. 호황이었다가 불황인 그런 파도가 있죠. 현장일을 할 때도 반도체 호황일 때는 사람이 없어서 난리고 불황일 때는 사람들이 외지로 빠져나가고요. 이번 공장 라인 건설은 거의 다 지어졌어요 그래도 다음 라인을 뒤이어 건설 할 것이라 봅니다. 그래서 사업을 시작하는거죠. 삼성 반도체 사업하고 같이 간다고 봐야죠.”
-삼성 반도체 건설 현장에 물건을 납품하는데 돈 떼이지는 않나요?
“삼성이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 그런지 그런 문제에 신경을 많이써요. 건설현장 1차든 2차든 협력업체가 거래처에 돈 안주고 밀려 있는지 확인하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건설현장과는 달리 돈 떼일 염려가 없어요. 그 점은 확실하게해서 역시 삼성이구나 합니다.”
삼성 공장을 넘어 다음 목표 생각하고 투자해야
-공구상을 이곳에서 새롭게 한다면 어떨까요?
“삼성 공장만 볼게 아니고 다른 곳도 두루 두루 보고 결정해야죠. 그런면에서는 평택지역이 공구장사하기 매력이 있어요. 그런데 쉬운 장사 없습니다. 경쟁업체들도 많이 생겼어요. 여기하고 저쪽편에 또 공구상이 새롭게 지어지고 있어요. 만약 삼성 누군가를 알고 매출이 확실히 일어나겠다는 확신이 있으면 승산이 있습니다. 그런데 맨땅에 헤딩을 하는 것은 무리겠죠. 지금은 삼성 공장은 끝물이예요. 거의다 지어졌잖아요. 다음 라인을 기대해야죠. 저희 가게는 처음에는 너무 일찍 들어왔나 싶었어요. 공구장사 연습이라고 생각을 하고 또 투자라고 생각하고 이번에 해본거죠. 반도체 공장에 들어가는 공구가 어마 어마합니다. 반도체가 복합적인 공정이잖아요. 저희 가게도 반도체 공장이 요구하는 구색 중에 없는 것이 태반인 것 같아요. 여기도 경쟁이 심해서 아는 사람들은 내일까지 구해주겠다하면 기다려주는데 모르는 사람들은 물건 없다고 내일 구해줄 수 있다고 하면 말 없이 돌아서 가버려요. 저도 여기만 보고 하는 것은 아니고 평택은 다른 공장하고 아파트 건설하고 많이 있지 않습니까. 삼성만 볼게 아니고 다른 곳도 두루 두루 보고 결정한거죠.”
100년을 보고 평택에 들어왔죠
㈜세일종합공구 조용민대표
삼성공장 평택 입주 소문 듣고 바로 실행
-평택에 연고 없이 어떻게 공구상을 차리셨나요?
“저는 청계천 강산기업 출신이예요. 평택이랑은 전혀 연고가 없죠. 처남이랑 동업을 해서 공구상을 차린건데 경기도 이천의 반도체 공장 하이닉스 공장 상대로 공구 납품을 좀 했었거든요. 그때 평택에 삼성이 반도체 공장 차린다는 말을 듣고 새롭게 정착해서 시작했어요. 저도 시작한지 2년 조금 안되었어요.”
-평택에 공구장사해보니 어떻습니까?
“이제는 장사가 자리를 잡아서 좀 되는것 같아요. 평택이 커진 것은 삼성 때문이에요. 평택 삼성공장에 3개 라인이 들어서는데 한 개 라인에 2만명씩 일을 한다고 합니다. 3개라인은 6만명이고 딸린 식구도 생각을 해보면 엄청나죠. 삼성 반도체 공장 건설기간이 말은 10년이라는데 반도체 자체도 업그레이드를 하잖아요. 그래서 말은 10년 공사인데 100년 공사라는 말도 있어요. 반도체 설비 짓고 만들어서 돈 벌고 기술발전하면 또 새로운 설비 짓고 돈 벌고 하는 식이죠. 길게 보고 자리를 잡은 겁니다. ”
-지금 새롭게 장사한다면 어떨까요?
“지금 들어오는 것은 많이 늦죠. 2015년 5월부터 장사를 하려고 알아 봤는데 이미 가게를 낼 자리가 없었어요. 그때 기억나는 것이 부동산에 들어서면 노트를 꺼내요. 저보다 먼저 방문해서 자리나면 연락달라는 사람들이 엄청 많이 있더라고요. 여기 고덕 산업단지서 장사가 되는 곳은 공구상, 식당, 부동산 3군데 밖에 없어요. 일하는 업체가 많긴 많으니 업체 2,3군데 알고 확실한 매출처 확보해서 들어오면 자리잡을 가능성은 있어요. 그냥 무턱대로 공구상을 세운다고 장사가 잘 되는 것은 아니죠.”
고속철, 공장, 아파트 건설은 매출 올라가는 단어
-가게부터 세우고 삼성 공장 건설업체에 영업하면 어떨까요?
“삼성 반도체 짓는 건설업체 특징이 영업하기가 힘들다는 특징이 있어요. 왜냐하면 사무실은 삼성건설현장에 있는데 건설현장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힘들거든요.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게 통제를 합니다. 통제 안하면 온갖 어중이 떠중이 사기꾼이 들어가지 않겠습니까. 저희도 건설현장에 어렵게 어렵게 들어가서 업체이름과 연락처들을 알게 됐어요. 힘들게 얻은 연락처로 문자메세지 보내고 전화돌리고 해서 영업을 했죠. 처음 몇 달 동안은 저희도 개점휴업을 했었어요.”
-평택이 앞으로도 더 발전 할 가능성이 크군요?
“평택 중심에 SRT지제역이 생겼잖아요. 지금은 논 밭이 많지만 곧 역세권이 될 겁니다. 고속전철도 뚫리고요. 각종 공장 생기고 아파트들이 생겨나고 있잖아요. 그 건설물량만해도 얼마입니까. 삼성만 보고 하는 것은 아니죠. 평택이 발전하는 것을 보고되겠다 싶으니까 시작한거죠.”
지역 총생산 1위…균형 발전이 관건
평택 발전의 중심은 지제역 근처의 고덕국제신도시다. 삼성반도체 공장 바로 옆에 조성되고 있는 고덕국제신도시에는 평택시청, 경찰서, 교육지원청 등 주요 관공서들이 이곳으로 전부 옮겨질 예정이다. 지금 현재 주요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관공서가 대부분 구 평택시 지역인 남부지역인 평택동, 비전동 일대에 편중되어 있어 지금 사는 주민이나 새로 유입된 주민 모두 불편한 상태다. 예를 들어 평택항과 가까운 지역인 포승이나 안중에서 개인과외교습 신고를 하려면 교육지원청이 있는 평택까지 와야하는데 버스로는 약 3~40분이 넘는 거리에 위치해 차가 밀리면 50분도 넘게 걸린다. 반면 고덕국제신도시는 평택지역 전체의 중앙부에 위치해 있어 평택 구도심, 송탄, 안중 등 생활권이 분리되어 각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여러 문제를 충족시켜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평택역 구 도심에 위치한 주민들은 각종 평택의 호재에도 큰 영향이 없고 한편으로는 주요 관공서가 이전을 하면서 신도시에 밀려 소외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평택대학교 창업융복합전공 이흥연 교수의 말이다.
“평택이 매력적인 도시죠. 대기업에서 투자가 이루어진 것이 쉽게 결정하는 일이 아니거든요. 복합적인 이유와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연구해서 기업 활동에 있어 이곳이 좋겠다는 보고를 올리고 심사숙고해서 결정이 된 것이죠. 그만큼 평택이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요. 항만, 도로, 철도가 잘 갖춰져 있고 산지보다 평지가 많고요. 그런데 신도심이 주목받고 사람이 몰리게 되면 구도심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외받는다는 느낌이 들게 마련입니다. 새롭게 유입된 입주민들과 원래 평택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과의 갈등도 생겨날 수도 있고요. 만약 창업을 하더라도 평택 어떤 곳에서 창업을 할 것인지 잘 따져봐야 합니다. 창업도 자신의 업종에 따라 어떤 곳에서 어떻게 할지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평택은 삼국통일 이후 평평한 땅에 연못밖에 없어 ‘평택’이란 지명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평야지대에 위치한 곳이라 평택 전체를 통틀어도 이렇다 할 산이 없고 농경지가 많은 곳이다. 그래서 불과 10년 전에는 평택역을 중심으로 한 작은 시가지가 평택의 모든 것이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을 타고 평택이 변신하고 있다.
현 용산 미군기지가 이전될 캠프 험프리스와 기존의 2개의 미군부대, 구시가지 그리고 고덕신도시가 완성되면 그 면적은 거의 서울의 한강 이북 면적만큼이나 거대하다. 평택의 발전 가능성을 살펴 본 공구인이라면 평택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