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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뚝심의 한길, 우용달 기계조립 명장


기계조립에 요행은 없다

뚝심의 한길, 우용달 명장




인터뷰 안하기로 소문났다. 그러나 <공구사랑>이 많은 공구인들에게 좋은 소통의 장이 되기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는 우용달 명장. 1971년 대구지방기능경기대회 기계조립 1위, 대구경북 최초 1급 기능사 취득도 그가 세운 기록이다. 많은 기업들의 스카우트 제의에도 불구하고 실기교사로 재직하는 한편, 기능대회 출전 학생들을 가르치고 국제대회 파견 선수 심사위원 등을 지냈다. 틈나는 대로 기업체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기도 했다. 2001년 그동안 쌓은 기술과 공적, 봉사활동을 인정받아 기계조립 명장에 선정됐다. 말그대로 대한민국 산업현장의 산증인인 그를 만났다. 

“부품이 오면 먼저 검사를 해야 돼. 조립할 때 면 접촉이 잘 되는지부터 체크해야지. 그냥 쓰면 안 돼.”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다시조정, 또 재조정을 반복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우용달 명장. 
꼼꼼하고 세심하게 기술을 전수하고 있는 곳은 바로 대구 일마이스터고 사출금형기능반의 기능영재반 수업현장이다. 마침 지방기능경기대회 선수로 선정된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금형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학생들은 “생소하지만 유익하다”며, “사회에서 기술을 많이 쓸 텐데, 먼저 알아놓고 가면 많은 도움이 된다. 선생님처럼 어디가나 인정받는 기술 장인이 되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삼익줄’, ‘경복’. ‘합동줄공업사’ 등 지금은 크게 성장한 공구전문기업들과 함께 지역의 산업을 이끌어온 만큼 우용달 명장에게는 따라붙는 수식어가 많다. 대한민국명장 제311호,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한국폴리텍6대학 명예교수, 호산대학 석좌교수, 한국신지식인 행자부 인증 등 그를 지칭하는 단어는 여러 가지. 또 대구광역시 우수숙련기술동호회의 이름으로 국내는 물론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서 활발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미 대내외적으로 공인된 산업기술명장이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스스로를 혁신해 왔기에 다시금 재조명받고 있는 게 아닐까. 
“재정만 있다면 자그마한 기술전문학교를 세워 어려운 환경의 청소년들을 최정예 기술자로 키우고 싶어요. 그게 제 인생의 화려한 피날레가 되기를 꿈꿉니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로 
기술개발의 미래를 설계하다





명장들은 어떤 공구를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자신이 쓰는 브랜드를 잘 바꾸지 않습니다.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손에 익어서일 수도 있어요. 물론 금액도 중요하지요. 저는 일본, 미국보다 유럽 제품이 좋더라고요. 일본은 제품력보다는 액세서리나 디자인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어요. 중장비의 경우 강도나 정밀함, 수명이 좋은 건 독일제고, 아기자기하게 정밀한 경장비는 스위스제가 좋습디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밀 측정장비, 검사장비 쪽으로 더 많이 발전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지요. 
직접 공구를 만들기도 하시나요? 
공구가 마음에 들지 않고 구하는 데 애를 먹으면 직접 만들어버립니다. 시간 여유만 된다면, 기계의 원리나 설계를 알기 때문에 내게 맞는 공구를 만들 수 있죠. 12년 전인가, 제가 대아정밀을 운영하던 시절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 마스터 게이지를 납품한 적도 있어요. 도면설계부터 제품 개발까지, 남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종종 해결했지요. 전시회 출품도 하고, 대기업에 납품도 하고, 측정, 게이지 분야 일을 많이 했어요. 
특별히 애착이 가는 공구가 있는지요? 
기계분야 특히 기계가공분야 측정기 중에서 가장 어려움이 컸던 분야가 직각도 측정장비입니다. 직각은 물리의 기초죠. 직각도는 모든 구조의 선두이면서 우선되는 정밀도입니다. 직각이 제대로 안 서면 100, 200층 빌딩도 지을 수 없어요. 기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직각도가 바로 서야 평행도, 평면도 등 여러 조건들이 결합이 되어 정밀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겁니다. 최근엔 컨소시움 과제로 측정장비를 개발해서 발명특허도 냈어요. 
삼익THK의 ‘삼익줄’ 시절이나 케이비원의 ‘경복’ 시절, 합동줄공업사 등과의 에피소드도 생생하게 전하시는 모습에서 남다른 경륜이 묻어납니다. 
5년간 금오공고에서 교사로 재직할 때 만난 인연들이죠. 제가 게이지세트를 제작할 때는 공구상과 거래도 많이 했고요. 요즘은 다 기계로 처리하지만 70년대만 해도 톱으로 자르고, 정이나 망치로 두드려 깎아내고, 줄로 밀고, 사포로 다듬고… 수공구로 다 했으니까요. 줄도 영 자취를 감춰서는 안 돼요. 뿌리산업으로 국가에서 유지, 보존해 줬으면 좋겠어요. 
후학양성에 남다른 애정이 있으신 것 같아요. 
우리나라가 영토는 좁지만 경제강국의 반열에 있습니다. 이는 다 우리 민족의 끈기가 만들어낸 거죠. 앞으로도 부가가치가 높은 특수산업을 육성지원하고, 산업기술의 역외유출을 제도권 차원에서 막아야 해요. 기술 빼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뿌리기술의 전승문제도 우려되고요. 2006년에는 대한민국명장 26명을 한국폴리텍6대학의 명예교수로 선임해 대학 강단에서 평생 닦은 기량을 전수하도록 나섰죠. 명장들의 후학양성에 발판을 마련하는 한편, 작품을 전시해 선배들의 족적을 보여주고 진로를 결정하는 데 동기부여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였어요. 
기술개발에 정도가 있을까요? 
처음엔 호구지책으로, 나중엔 역경을 이기며 꾸준히 한 분야에 몰입하다보니 지금까지 왔어요. 정밀기계부품은 요행이 없어요. 작업자가 만들어준 기계값이 그대로 투영되는 겁니다. 볼트를 조일 때도 어느 쪽이 당기는지 계속 확인하면서 조립해야 해요. 원인을 알아야 문제도 해결되니까요. 기술과 경영은 다릅니다. 오리지널 기술자들은 사업을 몰라야 돼요. 그래야 참된 작품이 나오지요. 이윤 창출만 추구하다 보면 품질이 순수하지 않고 탁해집니다. 그럴 수밖에요. 
명장을 꿈꾸는 후학들에게 조언해 주신다면? 
학벌, 학력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분수를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나 어느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비전을 가져야 합니다. 자나깨나 노력하고, 자신의 인생은 스스로 키우고 관리해야 합니다. 저의 경우 1997년 IMF 때 연쇄도산을 당해서 좋은 시절 다 보냈지만, 개인적인 역량강화에 대한 노력은 쉬지 않았어요. 이미 15년 전에 캐드를 배워 컴퓨터로 설계를 하게 됐고, 2001년 명장이 됐으니까요. 앞선 지식인들의 충고도 잘 받아들이고, 그들의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노력도 부지런히 해야 합니다. 배움이란 건 그걸 필요로 할 때 절실히 배우고 또 느껴야 살아있는 지식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늘 말하지만, 20대 전에 자기와의 싸움을 치열하게 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큽니다. 사회에 나가면 위치가 달라져요. 쉽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길 바랍니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은 무엇?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은 산업현장에서 오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한 우수기술·기능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고용노동부가 2012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애로기술 해결 및 기업과 직업훈련기관 및 특성화 고등학교 등에 숙련된 암묵지의 기술을 전수하는 제도. 현재 운영되는 지원대상 분야는 기계, 재료, 화학, 섬유의복, 전기전자, 정보통신, 식품가공, 건설, 디자인, 문화콘텐츠, HRD의 11개 분야로서, 전국에 1,404명의 산업현장교수가 활동 중이다. 
산업현장교수의 주요활동은 ▲기업에 대한 진단 및 기술, HRD 컨설팅, 각 기업에 적합한 훈련 설계, 현장 훈련지도, 기술 특강 ▲학교 또는 직업훈련기관에 대한 현장실습 기업 발굴 및 현장실습 지도, 특강 운영 등으로서 소요되는 모든 비용은 국가에서 부담한다. 
2017년도에는 산업현장교수 지원 활동사업은 1개 지원신청 기관당 분야별 당해 연도 지원금 누계액이 기술분야는 1천만원, 인적자원개발분야는 30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책정돼 있다. 
중소기업체와 학교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으며, 신청 기업 또는 학교 여건에 따라 가능한 시간 및 시기에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와 협의하여 지원 가능하다. 
 
글_김연수·사진_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