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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사장으로서 철학을 가져라' 구암문구


사장으로서 철학을 가져라
 
울산 구암문구 박봉준 대표





돈이 아닌 고객의 마음을 생각해

울산시민치고 구암문구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인구 100만이 넘는 울산광역시민들은 문구점 하면 구암문구를 떠올린다. 1980년에 시작된 구암문구는 규모면에서 전국 최고를 자부한다. 박봉준 대표는 1980년 울산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12m²의 허름한 문구점을 인수해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 구암문구는 6개 점포에 직원 80여 명이 근무하는 대형 문구점이다.
 
-구암문구 규모가 마치 백화점 규모입니다.
“처음에는 저희도 8평 남짓한 작은 문구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삼산본점을 시작으로 울산에 6개 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북구점을 오픈예정이며 최종적으로 울산의 각 구마다 지점이 마련되어 울산 전역에 구암문구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게 됩니다. 삼산본점 같은 경우 6개층 건물에 1층부터 4층까지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5층은 영업부, 6층은 문화센터 겸 직원 휴게실과 식당이 있고요. 옥상은 정원으로 꾸며 울산 시민들에게 개방한 상태입니다.”
-문구점이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특별한 비결이 있습니까?
“처음에 8평의 문구점을 시작할 때 서울에 가보았습니다. 서울의 대형 문구점을 보고 그것을 따라 잡기 위해서 노력을 했지요. 80년대만 하더라도 울산에서 서울 가는 것이 쉽지 않았거든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이처럼 큰 건물이나 매장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문구점을 하더라도 지역 시민들이 이용하기 편리한 최고의 문구점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서울에서 본 대형 문구점 못지않게 구암문구를 성장시키고 일본에 가보았습니다. 일본 도쿄의 최대 규모의 문구점은 큰 건물 자체가 문구점이더라고요. 아, 이렇게 하면 울산시민들이 정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이후로 10년 동안 준비하여 지금의 삼산본점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5년마다 다른 지점을 내었고요. 그렇게 35년이 지나자 지금의 구암문구가 되더군요.”

 
직원에게 권한을 줘라
 
현재 구암문구가 취급하는 제품 품목은 12만가지 품목이다. 어느 공구상보다 많은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문구점 본연의 사무용품에서부터 여성 액세서리, 민속공예품, 공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을 취급한다.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면서 어떻게 운영하는지 궁금합니다.
“기본적으로 바코드를 이용해서 제품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품의 종류가 많고 문구에서 취급하는 상품의 특성상 작은 제품들이 많아서 재고 현황이나 보유상품목록을 정확하게 관리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습니다. 매장에서는 순간 순간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습니다. 다양한 고객들을 상대하다 보면 돌발적인 상황도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고와 상품목록 같은 수치와 전산상 수치를 맞추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그러한 부분보다는 매장의 상품 전시와 손님 응대에 조금 더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구색이 많고 전 매장을 합하면 직원도 80여명이나 되는데 재고관리가 중요하지 않습니까?
“물론 재고관리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운영비가 매입과 매출을 생각했을 때 적정선이 유지되고 있는가 입니다. 수 많은 상품들의 재고가 약간은 안 맞을 수 있죠. 그렇다고 해서 함께 일하는 직원이나 찾아오는 손님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는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함께 일하는 직원을 믿고 그에 맞는 권한을 주며 저는 이따금 매장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을 합니다. 큰 그림을 보듯이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운영할 뿐입니다. 대표이사가 모든 것을 다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요. 재고관리는 직원들이 일하면서 대체적으로 재고관리를 하면 됩니다. 사내 직원이 5명이 넘어가면 직원에게 권한을 주고 맡겨야 합니다. 저절로 잘 돌아가게 해야 발전하고 그것이 시스템으로 자리잡습니다.”
 
직원 만족도 높이는 사내 복지
 
구암문구는 사내 복지가 유명하다. 직원들의 자기개발을 위해 전시회 참석을 독려하고 깔끔한 사내 식당도 운영하고 있다. 여성직원을 위한 휴게실과 탈의실도 완벽하게 준비되어 직원의 만족도가 높다.
 
-공구상의 경우 가족경영이 많은데 구암문구 직원 중 가족도 있습니까? 
“가족이나 친척이 와서 일하는 경우는 잘 없어요. 공구상이나 문구점을 비롯한 많은 가게들이 보통 가족경영을 합니다. 그런데 당장 힘들더라도 가족경영은 멀리해야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가족이 함께 일하면 좋은 점도 있지만 단점도 많습니다. 가족경영을 넘어서서 성장하려면 직원이 떠나고 싶지 않은 업무환경을 갖춰야 합니다. 구암문구에는 직원 중 여성비율이 70%가 넘습니다. 그래서 안마기가 있는 휴게실도 있고 깨끗한 탈의실도 마련해 놓았습니다. 식사도 조미료, 가공식품은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여성직원 대부분이 주부님들인데 문구업체 특성상 잔손질이 많이 필요합니다. 고객을 응대하고 정리정돈을 잘하는 주부님들과 잘 맞아 많이 믿고 맡기는 편입니다.” 
-옥상에 공원이 마련된 것도 인상 깊습니다.
“이 건물을 지으면서 생각한 부분입니다. 문구점 건물을 지으면 그만큼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것이니까요. 건물을 지으면서 환경을 많이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직원들은 물론이고 고객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건물 옥상에 모으는 빗물에는 수질 정화를 위해 미꾸라지와 수생식물이 자생하고 있으며 이 빗물은 화장실 등에 재활용됩니다. 그러기 위해 건물에 투자한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직원들과 더불어 울산 시민분들이 저희 건물 옥상 정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휴게소와 목공방, 커피숍이 있는 문구점 
 
구암문구가 울산 시민의 자랑이자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박봉준 대표의 열정과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문구점 운영으로 사회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작은 문구점이 지금처럼 성장하게 된 이유다.
 
-이익이 아닌 사회를 위한 기업을 만든다는 사업가로서의 정체성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사업을 하는 이유가 돈을 벌기 위해서나 개인의 편안함을 위해서라면 이만큼 성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의 삼산본점 건물을 지을 때도 주위 사람들이 반대를 많이 했어요. 굳이 은행대출 받아 건물 지어 대형 문구점으로 만들 필요가 있냐 묻기도 하고요. 그런데 우리가 태어난 이유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울산 지역 시민들이 저희 문구점으로 생활이 더 편리해지고 윤택해진다면 그걸로 문구점을 성장시킬 이유는 충분합니다. 그러다 보니 고객분들이 저희를 더 많이 이용해주시고 매출도 자연히 오르더군요. 매장을 밝고 깨끗하게 하고 디스플레이에 많은 신경을 쓰는 것도 고객을 위해서입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매장을 만들면 손님은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목공방, 커피전문점, 휴게소를 운영하면서 기부도 많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구암문구 삼산점 같은 경우 4층까지 매장을 운영하는데 이것저것을 사다보면 시간도 많이 흐르고 다리도 아픕니다. 그럴 때를 위해 고객분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또 일정 금액 이상 물건을 구매하시는 분들께는 무료로 커피를 제공해 드리고도 있지요. 목공 관련 공구를 판매하는데 나무를 구하기를 원하는 분들도 있어 나무를 재단하는 기기도 설치했습니다. 이익을 생각하면 그렇게 하지는 못합니다. 제가 구암문구를 경영하지만 모든 것은 국가와 울산지역 사회로부터 잠시 빌려서 쓰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수익금 대부분을 사회를 위해 쓰거나 고객을 위해 사용하려고 노력합니다.”
현재 박봉준 대표는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의 11번째 울산 회원이다. 또한 울산지역 학생을 위한 각종 기부 명단에도 그의 이름이 올라간다. 지금은 직원과 사회를 위해 많은 것을 베풀지만 그에게도 가난했던 시절이 있었다.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공사판 인부와 가게 점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공부라고 생각하고 젊은 시절 최선을 다해 일하며 배웠다. 덕분에 이른 나이에 작은 문방구를 인수해 성장시킬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은 그를 ‘10원짜리 장사, 코 묻은 돈 버는 사람’이라고 무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교육 사업에 일조한다’는 생각으로 울산시민의 사랑을 받는 세계 최고의 문구점을 꿈꿨다. 그리고 그 꿈은 현실이 되었다. 구암문구는 울산 시민의 사랑을 받는 명물이자 자랑거리다.

글 · 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