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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이정숙의 대화코칭]일터와 집에서대화법 다르다


24시간 같이 있는 부부공구상

일터와 집에서대화법 다르다



일터와 가정에서의 대화법은 다르다. 24시간 공·사 구분 없이 같이 있어야 하는 가족 경영 공구인들의 대화법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별생각 없이 내뱉는 한마디, 말투, 목소리 차이 하나로 서로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진 않을까? 다음 사례를 통해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가족 경영인들의 대화법을 진단해보자.

11년차 A 공구상은 부부가 함께 경영한다. 김씨는 공구상 사장, 이씨는 아내다. 김사장은 일터에서 아내에게 잔소리가 많다. “이 거래처는 우리가 마음대로 주는 업체가 아니야. 따로 관리를 해야 한다고. 추가할인도 25%가 뭐야. 이러면 남는 거 없어. 손님에게 말을 그렇게 하면 안 돼. 또 이 물건은 몇 개만 주문하고 재고는...” 등등의 잔소리를 틈만 나면 늘어놓는다.
이씨는 경리, 매장 방문 손님 접객, 몇 곳의 거래처 관리까지 맡고 있다. 게다가 매장 소매가 전체 매출의 50% 정도를 차지한다. 이씨는 매장 손님 접대와 전화 발주, 계산 게다가 몇 거래처 관리까지 해야 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으로 바쁘다. 그처럼 열심히 일을 하는데도 남편의 잔소리가 심해 의욕이 안 난다.
이씨는 남편이 “왜 그것도 몰라? 이렇게 하면 되잖아” 하면서 하루 종일 잔소리를 해요. 저를 못 믿는 것처럼 제가 하는 일이 잘못될까봐 사사건건 눈치를 주고요. 제가 그렇게 하는 이유를 설명하려고 해도 들으려고 하지도 않죠. 저도 제 거래처는 알아서 관리를 잘하려고 하는데 남편은 집에서는 안 그런데 매장에만 나오면 딴 사람처럼 매사에 예민해져 잔소리를 달고 살아요. 제가 사소한 실수만 해도 원인조차 알아보지 않고 일단 불같이 화를 내고요. 제가 남편 말단 종업원 같이 느껴질 때가 많아요. 남편하고 공동 경영 하는 게 맞나 싶을 때가 많아요. 가끔은 남편과 좀 떨어져 지내고 싶어요. 그런 생각이 들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묻는다.


 

A. “남편에게 솔직히 말하고 잠시 자리를 비워보세요”

남편과 떨어져 지내고 싶을 때는 남편에게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 솔직하게 말하고 휴가를 떠나세요. ‘나 없으면 매장이 안 돌아간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한 번쯤 자리를 비워야 남편이 아내의 빈자리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남편과의 대화에서 받는 상처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남편에게 터놓고 얘기해서 어디까지 참을 수 있는지 미리 한계를 정해 두세요. 왜 그래야만 문제가 해결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원시시대부터 떨어진 부부생활, 대화법도 달라

부부도 적당히 떨어져 살아야 화목하게 지낼 수 있다. 원시시대부터 부부는 따로 떨어져 지낸 시간이 많았다. 남편은 산과 들판으로 나가 먹을 것을 구해 오고 여자는 집에 남아 가사와 육아, 맹수와 이웃 부족 등의 침입자들로부터 집 지키기 등을 맡았다. 몇 천 년 후 농사를 짓게 되면서 가족 경영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때도 여전히 부부의 역할은 달라서 부딪히는 시간이 늘지 않았다. 산업 혁명 이후에는 상업이 크게 발달하면서 소상공인들이 생겼고, 한 공간에서의 가족 경영이 시작됐다. 가족 경영 소상공인들은 부부가 붙어 지내는 시간이 갑자기 크게 늘었다.
남자와 여자는 너무 오랫동안 서로 다른 일을 책임져 대화 방법이 다르게 발전했다. 서로 다른 대화법이 있다는 것을 모른 채 한 공간에 너무 오래 같이 있으면 서로 대화가 안 통하는 것을 느끼고 답답해하게 된다. 가족 경영 공구인들의 경우에도 서로 다른 남녀의 대화 구조를 알고 이해할 것은 이해를 하고 넘어가야만 질문하신 김사장 아내 이씨처럼 배우자의 말에 상처 받고 점차 의욕이 줄어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 상태가 오래 가면 가정 화목에서 시작해 사업까지 흔들릴 수 있으니 하루 빨리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물론 남편인 김사장도 아내와의 대화가 힘들었을 것이다.


빙빙 돌려 말하는 여자, 간단하게만 말하는 남자

남자, 여자의 서로 다른 대화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남자들은 원시시대부터 맹수나 이웃 부족에게 쫓기며 목숨 걸고 가족들의 식량을 구해야 했다. 단순 명료하게 그리고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말하는 대화법을 갖게 됐다. 말과 감정을 섞으면 오해가 많이 생겨 말과 감정을 분리하는 모드도 생겼다.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일하는데 방해가 됐기 때문에 말을 많이 하면 쓸데없다고 여기게 됐다.
반면에 여자는 온갖 집안일과 아기 키우기, 외부 침략자 막기 등을 맡아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해야 했다. 당시에는 위험 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이웃의 협조가 많이 필요했다. 협조를 구하려면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야 했다. 그래서 여자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으면 불편해 하는 대화법을 갖게 됐다. 또한 남자가 식량을 구하러 나가면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을 위해 기분 상할 말을 꼭 해야 할 때는 돌려서 말하는 습관도 생겼다.
그 때문에 여자는 남자의 너무 간단한 말에 기분 상하고, 남자는 여자의 너무 많은 설명에 기분이 상한다. 남자는 그 때 그 때 필요한 말만 딱 부러지게 말해야 알아듣는데 여자가 빙빙 돌려 말해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이처럼 부부가 서로 대화법의 특성을 이해 못한 채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면 대화가 막히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가족 경영 공구인은 일단 부부가 진지하게 마주 앉아 서로 다른 남녀 대화법의 속성을 몰라 기분 상했던 경험들을 터놓고 이야기 한 다음 ‘이러이러한 것은 조심하자’고 정해서 그 말은 하지 않기로 단단히 약속해 둬야 한다.




김사장이 가정과 직장에서 다른 이유는?

남자들은 자기가 잘 아는 분야에 대해서는 말이 많아진다. 다른 사람은 그 분야만큼은 자기보다 잘하지 못할 것으로 간주하고 가르쳐야 한다고 믿는다. 김사장은 자신이 공구상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아내는 잘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아내 하는 일이 자기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보이면 일일이 고치라고 잔소리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의 그런 말들이 자기를 괴롭히는 잔소리와 간섭으로만 느껴졌을 것이다. 김사장이 가정에서 다른 태도를 보였다는 것은 살림살이는 여자가 주도해 자기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이씨는 남편의 이런 특징을 이해하고 일단 일터에서 남편의 무슨 말 때문에 마음 상하는지를 남편에게 터놓고 진지하게 설명해야 한다. 설명하면서 화내거나 목소리를 높여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남자들은 대화란 단순하고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말에 감정이 섞이면 내용을 빼놓고 감정만 읽는다. 또한 남자들은 대체로 분명하게 설명해야만 말귀를 알아듣는다. 이씨는 남편의 어떤 말에 어떻게 상처를 입었는지 분명하게 설명하고 고쳐줄 점을 콕 집어서 요구해 협의를 거쳐 그런 말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 두어야 한다. 오래 같이 살아온 부부가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내기는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쯤 해서 이런 절차를 밟아두지 않으면 이씨의 경우 점점 분노가 더 많이 쌓여 나중에는 남편마저 싫어져 가정의 화목과 사업의 안정을 해칠 수도 있으니 반드시 해야 한다. 아내 이씨가 정확히 남편 말에 느낀 감정이나 생각을 설명하지 않는 한 김씨는 아내가 자신의 어떤 행동 때문에 상처를 받는지조차 모르고 같은 말을 되풀이 할 테니 말이다.
 

요구할 것은 말하고 반드시 지킬 약속해야

가족경영을 하는 공구인들은 부부가 각기 다른 일을 하는 일반 가정의 부부들보다 상대방에 대한 매너를 더 깍듯이 잘 지켜야 한다. 지켜야 할 매너를 갑자기 지키는 것은 어려우니 서로 대화를 해서 상대방에 지켜 달라고 요구할 내용을 말하고 서로 협의해서 꼭 필요한 항목을  결정하고 반드시 지킨다는 약속을 해두어야만 지금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겠다. 가끔은 훌훌 털고 자리를 비우는 것도 서로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