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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팔까 고민하지 말자


무엇을 팔까 고민하지 말자




평범한 돌이 반려동물로 인기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조각에 대해서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냈을 뿐이라고 말했다. 미켈란젤로에게 돌은 그냥 돌이 아니었다. 그는 돌에서 자신이 필요한 부분을 보았다. 그리고 필요하지 않은 부분을 떼어냈다. 그 결과 미켈란젤로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가 중 한 사람이 되었다.
그렇다. 똑같은 것을 보아도 사람마다 보는 것이 다르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은 비슷한 것을 보고 소수의 사람들만이 다른 것을 본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꽤나 성공을 한다.
주먹만 한 돌이 하나 있다고 치자. 당신은 이 돌을 어떻게 쓸 것인가? 물론 우리는 조각가가 아니기 때문에 미켈란젤로가 될 수는 없다. 그럼 어떻게 이 돌을 쓸까? 레미콘에 넣어 볼까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크다. 수석이라고 여기기에는 또 너무 평범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히 쓸 데가 없다. 그런데 그만한 돌을 기가 막히게 쓴 사람이 있다.
미국에 게리 로스 달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1975년 캘리포니아의 허름한 술집에서 달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반려동물이 화제가 되었다. 친구들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밥을 주고 똥을 치우고 또 산책을 시켜야 하는 등의 이야기를 이어 갈 때, 달은 자신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반려동물이 있다고 했다. 친구들은 눈이 휘둥그래져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달이 키우는 반려동물은 다름이 아니라 돌이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 이야기는 술자리의 농담으로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달은 펫락(pet rock)이라는 이름으로 정말 돌을 팔았다. 대팻밥으로 둥지를 만들고 돌을 얹은 다음 골판지로 포장을 해서 3.95달러에 팔았다.
사람들은 돌을 샀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무지하게 샀다. 6개월 만에 150만 개가 팔렸을 정도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하나의 유머가 숨어 있다. 달은 돌과 함께 혈통과 훈련법을 함께 넣어 주었다. 돌에 무슨 혈통이 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달은 그 돌의 조상이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중국의 만리장성이라고 했다. 훈련법은 더욱 기발했다. 가장 잘 듣는 말은 “멈춰!” 가장 시키기 쉬운 훈련은 구르기였다. 단 구르기 훈련은 경사진 곳에서 해야 했다.
똑같은 돌이지만 미켈란젤로는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어 다비드상과 피에타를 조각했고 게리 로스 달은 돌을 반려동물로 탈바꿈시켰다. 흔하디 흔한 돌도 누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것은 주위의 사물을 다르게 보는 눈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것을 그것 자체로 제한하면 다른 것을 볼 수 없다.


 

그렇게 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미켈란젤로는 덜어내지만 목공은 자르고 잇는다. 사실 나무 한 판이 무엇이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목재소에서 들여온 같은 수종, 같은 크기의 나무라도 누구는 의자를 만들고 누구는 책상을 만든다. 사람에 따라 필요한 물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무에게는 우연이겠지만 가구는 그 사람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필연이다.
사물을 보는 다른 눈도 마찬가지이다. 그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인 경우가 더 많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요즘 스칸디나비아 가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스칸디나비아라면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가 있는 반도를 가리킨다. 말하자면 그쪽 지방 디자인의 가구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스칸디나비아 가구의 특징은 크게 원목을 사용하고 실용적이며 밝은 색감을 가진다는 데 있다. 자, 여기서 질문을 던져보자. 왜 스칸디나비아 가구는 그런 특징을 가지게 되었을까? 여기에도 이유가 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는 아주 북쪽에 있다. 그런데 나무는 무지하게 많다.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가 나무인 것이다. 그러니 원목을 사용하는 이유는 간단하게 찾을 수 있다. 그럼 왜 가구는 밝은 톤을 띄게 만들었을까? 이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기후와 연결된다. 아주 북쪽에는 밤이 되도 밝은 백야와 낮인 데도 어두운 흑야 현상이 나타난다.
사람은 밤이 되면 자야 한다. 하지만 백야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스칸디나비아에는 커튼이 발달한다. 반대로 낮에도 어두우면 어떻게 할까? 집에 불을 켜 놓아야 한다. 하지만 직접 조명은 쉽게 눈을 피로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쪽에는 간접조명이 발달한다. 그리고 가구도 밝아진다.
자 그럼 이제 실용성의 문제로 넘어가보자. 추운 지방에서는 집을 크게 짓지 않는다. 단열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납해야 할 물건은 많다. 그럼 가구를 이리저리 쓸모 있게 만들려고 한다. 게다가 독일의 실용주의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이처럼 스칸디나비아 가구의 특징에는 이유가 있다. 마찬가지로 사물을 다르게 보는 데도 이유가 있는 것이다. 뉴턴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뉴턴 학자인 리처드 웨스트폴은 《프린키피아의 천재》에서 뉴턴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뉴턴은 사과나무 아래에서 쉴 정도로 한가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결코 쉬지 않고 연구하는 학자였다. 그래서 뉴턴에게 어떻게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냐고 물었을 때, 그는 내내 그 생각만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수천년 동안 사과는 떨어져 왔다. 하지만 뉴턴만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그것은 뉴턴이 쉬지 않고 연구하고 생각하는 자세가 만들어 준 필연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물을 보는 다른 눈은 그것을 볼 수 있는 힘을 기를 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쓰레기도 파는 세상 어려울 건 없어

미국에는 돌을 판 사람보다 한술 더 뜬 사람이 있다. 아티스트 저스틴 지냑(Justine Gignac)은 뉴욕의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줍는다. 그리고 100% 뉴욕 쓰레기라는 포장지에 넣어 쓰레기를 판다. 가격도 비싸다. 자그마치 50달러나 한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오바마의 취임식이나 월드시리즈가 열린 날에 주운 쓰레기는 한정판으로 가격은 100달러에 이른다. 그걸 누가 사겠냐고 묻지 말라. 한정판은 품절이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간신히 뉴욕 쓰레기를 살 수 있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팔까? 너무 고민하지 말자. 꼭 무엇을 팔아야 하겠는가?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방법을 생각하면 된다. 그 중 하나가 인문학이다. 사람들은 인문학을 어렵게 생각한다. 사실 인문학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우리의 삶이 인문학이다. 그러나 인간과 문화를 다루는 학문이라는 이름인 ‘인문학’ 앞에서 우리는 작아지고 만다.
인문학이 어려운 이유는 그것의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이다. 이때는 범위를 좁혀 보는 것이 좋다. 인문학은 전통적으로 ‘문사철(文史哲)’, 즉 문학, 사학, 철학을 일컫는 경우가 많았다. ‘학(學)’이라는 글자가 붙는다고 어려워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이미 문사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생각이다. 그런데 이 생각은 공상이 아닌 논리적인 생각이다. 생각을 논리적으로 하면 철학이 된다. 문학도 어렵지 않다. 문학이란 결국 표현이다. 댓글을 달거나 페이스북에 글을 쓰는 것도 일종의 표현이다. 그것이 문학이 되는 것은 예술적이기 때문이다. 사학도 다르지 않다. 예전에는 일기를 썼다. 일기는 개인의 기록이다. 음식을 먹을 때, 사진을 찍는 것도 일종의 기록이다. 역사란 그 기록을 객관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가? 우리는 생각하고 표현하고 기록한다. 이미 인문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 먼 곳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 모든 것은 내 가까이에 있는 법이다.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예술적으로 표현하며 객관적으로 기록하려고 애쓴다면 우리는 모두 인문학도인 것이다. 인문학적인 삶이라면 멋지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을 넓히고 표현을 가다듬고 사심없이 자신을 대한다면 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또한 전과 다르게 사는 방법이다.

글 _ 임병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