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필리핀에서는 화내지 말고 장사하라
필리핀에서는 화내지 말고 사업하라
현지인 지분 60% 돼야 법인설립 … 법률분쟁 오래 걸리고 불리, 인맥 필요
재벌 독점 기업환경에서 한국기업 역시 시장 선점의 기회
낙천적 문화 속 화는 No, ‘Yes’ 믿지 말고 예의로 봐야
필리핀의 법인은 자국민이 주식의 60% 이상 소유하는 ‘현지 법인(로컬 법인)’과 외국인이 40%를 초과해서 주식을 보유하고 경영진을 구성할 수 있는 ‘외국인 특별 법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소매업이나 유통을 포함한 서비스업은 ‘현지 법인’이 아니면 안 된다. 법인설립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 진입하는 외국기업들이 만약 능력이 없거나 문제 있는 대리인을 만나면 절차만 몇 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법인 설립 절차를 알아두면 현지 진출 시 도움이 될 것이다.
유통업은 필리피노가 60% 권한 가져야 … 법률분쟁 오래 걸려 손해, 인맥도 필요
서비스업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의 경우 외국인 제한 업종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다. ‘현지 법인’의 경우 법률적으로는 필리피노가 60%의 권한을 행사하므로 현지인 또는 현지 법인과의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를 해결하기 곤란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어떤 경우는 현지 기업과 합작 법인을 설립하여 운영하거나 대리점이나 총판 역할을 하는 기업을 선정하여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고 사실상의 경영권을 행사하며 로열티를 받거나 수익금의 일부를 가져가기도 한다. 이 모든 것에 이면 계약 형태로 받아두는 포기 각서 등은 현행법을 위반한 것으로서 법률적 효력은 없다.
법적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외국이라는 특성상 매우 중요하다.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막대한 법률 비용은 물론 언어 및 관습의 차이와 현지 로펌에 대한 통제 능력 부족으로 곤란에 처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통상 민사적인 분쟁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민사 소송으로만 절차가 종료되지 않고 형사적인 부분까지 같이 병행된다. 우선 우리나라의 민사법 절차와 달리 이곳은 소송을 제기하는 당사자가 법원에 선서를 해야 하므로 상대방은 이를 약점 삼아 위증죄 등으로 형사고소를 제기하기도 한다. 외국인이 이곳 검찰청 등에서 조사 받기 어려운 점을 이용해 소송을 복잡하게 만들고 형사화 시켜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을 증대시키며 신변의 위협을 느끼도록 하여 포기하게 만들거나 자국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방법을 취하기도 한다. 민사 소송 절차도 우리나라와 달리 매우 길다. 필자가 업무 차 방문했던 세부 법원의 경우 민사부 판사 1명당 처리하는 사건의 수가 1,000여건이라고 한다. 통상적인 민사 소송 사건이 7년에서 13년까지 지속되는 경우도 흔히 발생한다.
로펌을 선정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변호사들처럼 의뢰인 중심으로 신속한 업무처리를 하는 것이 습관화되지 않아 업무 처리가 매우 늦다. 절차법 하의 소송 절차는 마치 스포츠게임을 하듯이 한 쪽에서 서두른다고 빨리 진행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런 환경에 습관화된 이곳 로펌들의 법률 대행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러므로 현지 로펌의 선정 시 변호사들을 잘 통제할 수 있는 노하우를 길러야 한다. 한국기업의 경우 서면을 직접 써서 현지 변호사의 업무를 대신해 주기도 하는 것을 필자가 목격하기도 했다. 오죽 답답하면 그랬을까 싶다. 또한 사법 기관의 담당자들에게 직접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인맥과 노하우를 구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저렴한 인건비는 장점, 현지관습과 근로문화는 단점
필리핀은 말레이시아나 태국보다 임금이 낮아 외국업체 진입이 매우 활발하다. 하지만 사업을 할 때 꼭 알아둬야 할 것이 현지의 근로기준법이다. 미국식의 근로기준법이 철저하게 지켜지는 이곳에서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규를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로기준법의 준수라 함은 3대 보험을 근간으로 하는 근로 시간과 임금 지급 등의 준수를 중심으로 직원들에 대한 처우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근로기준법의 엄격한 적용 반면에 고용에 대한 유연성도 확보되어 있어 근로자의 해고 등은 우리나라만큼 경직되어 있지는 않다.
필리핀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근로관계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제조업을 운영하거나 다수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경우 필리핀의 관습과 휴일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통상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휴일 근로나 야근, 교대 근무 등을 무리하게 시키게 되는 경우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이곳은 크리스마스, 부활절, 할로윈데이, 추수감사절 등의 서양 명절은 물론 독립기념일, 국가 및 각 지역의 영웅 탄생일 등 고유 명절과 태풍과 폭우로 인한 임시 공휴일, 중국인들을 위한 구정 등 법정 공휴일이 많다. 휴일 근로 등을 강제함에 있어 발생할 수 있는 근로기준법 위반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근로계약 체결 시 근로계약서를 꼼꼼하게 작성할 필요가 있다. 근로계약서에는 기본 근무 8시간 이외에 작업 준비시간 30분, 작업 종료 후 정비 시간 30분, 업종의 특성 상 2교대 근무가 가능하다는 점과 토요일 근무가 필요하고 점심시간을 빼고 하루 9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하고 장기간의 휴일이나 임시 휴일의 경우 회사의 방침에 따라 대체 휴일을 지정하고 근무를 시킬 수 있는 권한을 유보하고 입사 후 6개월간은 임시직으로서 해고가 자유롭다는 조항 등을 삽입시키는 형태의 꼼꼼한 근로계약서의 작성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근로계약상의 몇몇 조항들이 근로기준법의 요건에 맞지 않아 최종적인 효력이 문제가 된다고 하더라도 사적자치의 원칙이 우선시되는 영·미식의 법률체계 하에서는 근로자가 동의한 이상 나중에 근로자가 이를 문제 삼는다고 해도 처벌까지 이르게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근로관계 문제는 사업이 잘 될 때에는 큰 문제가 없다가 사업이 어려울 때 주로 문제가 되므로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독점 기업문화 … 한국기업도 현지 선점 사례 있어
필리핀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몇 개의 재벌들이 경제를 좌지우지할 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족 위주의 족벌 경영이 상습화 되어 있다. 거기다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독보적이다. 한국의 삼성에 비유되는 필리핀의 SM 그룹은 백화점부터 건설사 그리고 첨단 산업까지 수십 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필리핀 경제를 호령하고 있고 또 다른 기업인 아얄라 그룹은 쇼핑몰부터 항공사까지 이곳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선언한 블룸베리 그룹은 항만 사업 등을 통해 크게 성장했다. 이들 대규모 기업들에 의한 공급자 중심의 독점적 경제 구조는 해를 더할수록 이들 기업들에게 막대한 이득을 안겨주고 있다. 항공사의 스케줄은 고객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변경되기 일쑤고 서울에서 제주도보다 조금 먼 거리인 마닐라에서 세부까지의 편도 비행기 값이 요일마다 다르다. 때로는 한국 돈으로 20만원까지 치솟기도 한다. 모두 경쟁 기업들이 거의 없는 상황 탓이다. 이들 기업들은 수요가 넘치는 상황 하에서 독점의 이윤을 올리는데 여념이 없다. 다만 이들 대기업들의 영역이 제조업에까지 미치지 않는 점은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에 있어서는 좋은 기회다.
물류 산업의 낙후성으로 인하여 현재 한국-필리핀 간의 물류의 유통은 한진 해운을 비롯하여 몇 개 대형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역의 무게 중심이 한국이나 선진국으로 이동되어 있다 보니 물류 역시 선진국 중심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독점의 폐해가 말해주는 것처럼 독점기업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부가가치의 대부분이 독점기업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외국 근무 경험이 있는 필리피노들 중 상당수가 무역업에 종사했다가 치솟는 물류비를 감당할 수 없어 결국 사업을 포기하게 되었다. 한국의 중소기업들끼리 뭉쳐 물류와 관련된 비용을 줄이기 위해 홍콩의 선사나 기타 외국의 선사를 이용하여 자유무역항인 홍콩을 경유하여 물류를 유통하게 하는 방법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성장하는 필리핀의 기세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다. 1~2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높은 소비 성향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광풍이라고 이곳 기업인들이나 관료들은 이야기 하고 있다. 특급 호텔의 뷔페는 현지인들과 중국인들로 만원이고 각종 쇼핑몰이나 식당 등 사람들이 먹고 마시며 놀 수 있는 장소마다 엄청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이러한 필리핀의 경제 성장은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될 것임은 이미 세계의 유수한 경제 기관들이 예측하고 있는 바다. 그 동안 망설이고 있던 수많은 외국 기업들이 이곳 필리핀으로의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 중소기업들도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잘 활용한다면 필리핀뿐만 아니라 동남아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