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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토크]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경영을 배우다
만재도 앞바다의 강풍처럼 한바탕 바람을 일으킨 TV 프로그램 ‘삼시세끼’.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 세 남자의 자급자족 어부 라이프에 공구상 사장님들이 꼭 챙겨야할 조직 관리법이 있다는데 …
평소 TV를 거의 보지 않는 편이지만 호기심이 일어서 최근 큰 인기를 끌었던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어촌편’을 몇 편 보았다. 남자들이 열악한 상황에서 재료를 구하고 요리를 해서 함께 모여 먹는 게 프로그램 포맷의 전부이다. 그런데 대중의 인기를 이렇게 크게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중 하나는 알다시피 ‘차줌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척척 요리를 해내는 남자 차승원의 능력에 있다. 그간 터프한 마초로만 비춰졌던 그의 이미지와 대비되기 때문일까. 차승원은 재료와 도구가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제작진이 부여한 어려운 요리 과제를 뚝딱 해치운다. 그런 그의 모습은 방송이 끝나자마자 실시간 검색어 톱에 오를 정도로 많은 이의 부러움과 시샘을 동시에 샀다.
나는 ‘삼시세끼-어촌편’이 비록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조직 경영의 관점에서 볼 때, 특히 많아 봤자 다섯 명 내외인 작은 조직에서 배울 점이 많다는 점을 시청하는 내내 느꼈다. 특별한 요리를 해먹기가 상당히 어려운 만재도라는 상황은 비우호적일 수밖에 없는 시장에 맞서야 하는 기업의 입장을 나타내는 듯했고, 만재도에 들어가 차승원과 유해진 등이 한 팀이 되어 힘든 조건을 타파해 가는 과정은 목표를 추진하고 달성해가는 수많은 조직의 팀들을 연상케 했다.
가장 큰 시사점은 누군가가 만들어낸 성과는 혼자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많이들 간과하는 교훈이다. 다시 말해, ‘나’ 혹은 ‘우리 팀’이 만들어낸 성과는 다른 구성원이나 다른 팀이 일구어 놓은 성과가 없이는 창출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어묵탕을 예로 들어보자. 보통은 마트에 가서 어묵을 사와 냄비에 넣고 국물을 내면 끝나는 쉬운 요리지만, 누군가가 어묵을 만들어 주었기에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요리다. 차승원과 유해진은 바다에서 직접 물고기를 잡아 살을 발라내고 동그란 모양으로 빚어 튀겨내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과정을 거치고서야 밥상에 둘러앉아 어묵탕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빵도 마찬가지였고 마지막 미션으로 주어진 회전초밥과 해물피자도 그랬다.
삼시세끼-어촌편은 누군가가 미리 만들어 놓은 성과가 없을 경우에 성과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점, 내가 만든 성과는 온전히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는 점, 개인들의 성과를 칼로 자르듯이 구분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만큼의 성과를 냈으니 나에게 높은 보상을 하라’는 요구는 옳지 않다는 점을 느끼게 해준다. 커피 한 잔을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커피콩 재배, 연료와 식수 확보, 버너 제작, 그릇 제조 등등 커피 한 잔을 위해 많은 이들의 에너지가 투여된다. 우리는 커피 한 잔조차 혼자 힘으로 만들어 마실 수 없다. 조직 내에서 만들어지는 개인의 성과 역시 다른 직원들의 성과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내 성과가 뛰어나니 많은 보상을 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과연 본인의 성과는 혼자만의 창조물일까? 높은 개인성과에 높은 보상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곳에 가서도 그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남성 의류 유통업체인 ‘더 멘즈 웨어하우스’란 회사는 매장 판매원 중에 누군가가 독보적으로 높은 매출을 달성하면 그에게 경고를 한다. 그가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혼자만 높은 성과를 올리면 그를 해고한다. 대체 왜 그럴까? 그가 동료들에게 갈 손님들을 빼앗아 독차지한다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협력의 문화를 수호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더 멘즈 웨어하우스는 이런 ‘비상식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익률이 박한 의류 유통업에서 탄탄한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개인 성과든 조직 성과든 개인 혼자만의 창조물이 아님을 이 회사는 실제 사례로 웅변한다.
차승원과 유해진의 그늘에 가려져 있지만 주목해야 할 인물은 바로 손호준이다. 그는 차승원과 유해진의 온갖 잔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의 ‘직무가치’를 평가한다면 차승원과 유해진보다 낮을 수밖에 없고, 만약 그 직무가치에 따라 연봉을 책정한다면 가장 낮은 연봉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호준이 묵묵히 잔심부름과 잡일을 했다고 그의 직무가치를 낮게만 봐서는 곤란하다. 호준이라는 일꾼의 역할은 차승원이 열악한 조건에도 짜증을 내지 않고 요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에 있다. 스타플레이어가 아닌 소위 ‘B player’의 중요성, 이것이 이 프로그램의 두 번째 시사점이다. 초기에 잠깐 나왔던 장근석이 탈세 문제 때문에 하차한 건 오히려 프로그램 인기 상승에 도움이 되었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화려한 스타플레이어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자의 가치를 시청자들이 알게 모르게 느꼈다는 데 있지 않을까? 물론 스타 플레이어는 중요하다. 하지만 B Player들 없이는 스타플레이어들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삼시세끼-어촌편은 초반부터 ‘신기한’ 요리 실력을 뽑내는 차승원이 부각되어 인기몰이를 했지만 뒤로 갈수록 유해진의 매력이 돋보였다. 특히 만재도를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한 마리라도 자기 힘으로 잡아보려는 집념은 대단했다. 그런데 만약 그의 실력을 ‘잡은 물고기수’로 측정한다고 하면 우리는 그를 무능한 낚시꾼이라 판단하기 십상이다. 집념, 인내심, 팀워크 등 그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준 측면은 ‘물고기수’라는 KPI(핵심성과지표)가 들어서는 순간 싹 사라지고 만다. ‘성과로 말하라’는 말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 말 때문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직원들의 노력과 고뇌와 성찰이 숨어 있음을 삼시세끼-어촌편이 새삼 일깨워 준다. 조직의 리더는 성과 자체가 아니라 팀워크를 유지하고 촉진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이 프로그램이 조직 경영에 주는 세 번째 시사점이다. 팀워크를 깨뜨리는 가장 빠른 방법은 직원들의 성과를 눈에 보이는 결과로만 측정하려고 할 때 생긴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존경스럽게도 팀장격인 차승원은 유해진의 노력을 알기에 물고기를 못 잡아와도 질책하거나 비꼬지 않았다. 그가 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얼마나 고생할지를 알기 때문에 잡은 물고기수와 관계없이 먼 곳까지 죽과 차를 날라주었다. 이 점은 조직이 크든 작든 리더가 새겨야 할 대목이자 이 프로그램의 네 번째 시사점이다. 리더는 성과를 책임지는 자리라기보다는 직원의 성과 창출을 돕는 자리이다. 직원들의 성과에 따라 상과 벌을 주는 ‘높은 자리’가 아니라 그들의 상황을 늘 살피고 조력하는 자리이다. 리더가 조직에서 자신의 위치가 무엇인지 고민한다면 그는 좋은 리더가 아니다. 좋은 리더는 자신의 위치보다는 구성원과 조직에 관심을 집중한다. 특히 작은 조직을 통솔하는 리더일수록 ‘조력자’로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아직 이 프로그램을 보지 못했다면 한 편이라도 보기를 권한다. 여느 예능 프로그램과 사뭇 다른 느낌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차줌마처럼 요리를 뚝딱 만들어 직원에게 대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글 _ 유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