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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김성근 감독 특강]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야신’ 김성근 감독이 말하는 리더의 조건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야구든 사회든 모든 세계는 승부입니다. 인간은 시행착오가 많은 존재입니다. 따라서 그만큼 도전하는 사람이 진짜입니다. 1994년 한국으로 영구 귀국 이후 저는 언제나 벼랑 끝에 서 있었습니다. 벼랑은 떨어지면 끝입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노력했고 그러면서도 절대 남에게 기대지 않았습니다. 고난이 왔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힘들 때 남에게 위로 받고 동정 받으며 그 안에서 춤추는 사람은 스스로 힘으로 버티지 못하고 언젠가 쓰러집니다.

신뢰받는 리더가 되려면 결과를 만들라
SK 감독으로 갔을 때 주변 사람들은 존경받는 리더가 되라고 했지만 그것보다는 신뢰받는 리더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결과를 내야 했습니다. SK는 내가 오기 전 6위 팀이었습니다. 선수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래서는 안 된다. 이기는 야구가 뭔지 보여 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아침 8시 30분 훈련시작, 밤 9시 마무리. 타 구단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4시면 끝나는 연습을 우리는 두 배, 세 배나 했습니다. 그해 단 하루도 연습을 쉬지 않고 연말 3일 휴가 후 1월 1일부터 또 연습했습니다. 선수들은 지옥 같았을지도 모르지만 늘 실전감각을 유지하고 있으니 2007, 2008년 연거푸 우승하는 천국을 맛봤습니다.
어느 신문사 기자가 나에게 비정하고 가혹한 사람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넘어졌을 때 직접 일으켜주지 않고 아이가 스스로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을 생각해 보십시오. 비정하고 가혹하지만 그렇게 해야 자식이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야구든 조직이든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때로 애정을 바탕으로 한 비정함도 필요합니다.

이기는 것보다 ‘지지 않는 것’
SK는 2007년 코리안 시즌 우승을 하고 그해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 한국 대표로 나갔습니다. 예선 3연승으로 승승장구를 기대했지만 결승에서 역전패. 결정적인 순간에서 진 것은 그동안 승리를 무산시킬 만큼 충격이었습니다. 그 후 팀 목표를 바꿨습니다. 2007년이 ‘이기는 팀’이었다면 2008년은 ‘지지 않는 팀이 되겠다’라
고. 과거에 잘한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입니다. 비록 실패했다고 해도 그 원인을 찾아내고 극복하려는 열정을 가지면 이깁니다. 고양이에게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무는 경우가 있습니다. 쥐가 고양이보다 강해서가 아니라 무조건 살아야겠다는 일념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인생에는 어려운 길을 넘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안 되는 일은 없습니다. 자기가 안 된다고 설정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극한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강해집니다. 식은 밥을 먹을 줄 아는 사람이 이깁니다.



나에게는 한계가 없다
2007, 2008년 우승을 차지했다가 2009년에는 우승을 놓쳤습니다. 김광현, 박광현, 송은범, 정대현 등 주축 선수의 부상으로 전력이 약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람들은 ‘SK에 선수가 없다’라고 말했지만 감독으로서는 그 또한 핑계일 뿐입니다. 없다면 없는 속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진 경기에서는 무엇도 핑계가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준우승에 자극받아 2010년 통산 세 번째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누구나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내 머리 속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한계는 자기 스스로가 만드는 것일 뿐입니다. 편하고 싶어서 타협하는 것입니다. 만족, 타협은 제가 가장 싫어하는 말입니다. 이번에 이긴 것으로 됐다는 마음은 진정한 승리의 마음이 아닙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이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거기에서 더욱 강해지는가 아닌가입니다. 이정도면 됐다는 마음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사람을 죽게 만듭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새로운 도전을 해야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최악의 조건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가 야구 감독으로 가장 기뻤을 때는 감독으로서 첫 우승 때가 아니라 쌍방울 시절 때였습니다. 96년에 이 팀을 맡아 만년 꼴찌였던 팀을 리그 2위로 끌어올렸습니다. 당시 쌍방울은 그야말로 최악이었습니다. 각종 연패 기록은 물론 꼴찌 기록도 갈아치우고 있었습니다. 내가 맡은 이상 내가 바꾸는 수밖에 없다고 각오하고 아침에 눈 뜬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오로지 선수들만 생각했습니다.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리하고 선수들의 움직임, 경기 흐름 등을 꼼꼼히 메모하자 서서히 흐름이 보였습니다. 비록 한국 시리즈 진출은 못했지만 쌍방울을 리그 2위까지 올릴 수 있었습니다. 최악의 조건에서 최선의 결과를 낸 것입니다. 우승보다 몇 배 가치가 있었습니다.



나는 야구를 위해 태어났다
사람들은 제가 체력이 엄청나게 좋은 줄 알지만 사실 저는 오른쪽 콩팥이 없습니다. 98년 신장암으로 수술했습니다. 당시 쌍방울 감독이었는데 경기를 끝내고 돌아오면 밤 11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자료를 분석하다보면 날이 밝아 왔습니다. 하지만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내 팀이 무너지는 것은 절대 보고 싶지 않았고 남에게 약점을 보이기도 싫었습니다.
당시 징크스가 7회 안에 화장실을 가면 꼭 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콩팥에 무리가 가도 절대 화장실을 가지 않았습니다. 쌍방울이 꼴찌에서 벗어나는 것을 확신하고서야 수술실로 향했습니다. 열 시간 넘는 수술을 견디고 재활할 때도 삼성병원 너머 잠실구장을 보며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전념했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습니다. ‘나는 오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야구를 하기 위해 태어났다’라고. 살기 위해 일하는 사람은 사명감이 없습니다. 일하기 위해서 사는 사람은 사명감이 있습니다. 흔히 수명을 얘기할 때 ‘가늘고 길게’와 ‘굵고 짧게’로 비교하지만, 일의 자세를 놓고 봤을 때는 ‘굵고 짧게’가 더욱 오래갑니다. 순간순간 승부를 걸면 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일구이무(一救二無), 순간이 승부
일구이무(一救二無)는 야구에서 두 번의 기회가 없을 때 공 하나에만 단단히 집중해 모든 승부를 거는 것을 말합니다. 투수는 매 순간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공을 던지고, 타자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스윙을 하면 9회말 투아웃에서도 기적은 일어납니다.
기회는 어디에든 있습니다. 그것을 잡는 사람에게는 행운이 되고 놓치는 사람에게는 행운이 안 됩니다. 그 기회를 행운으로 만드는 사람은 준비가 철저한 사람입니다. 인내는 참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는 것입니다. 준비된 조직이 강한 조직입니다. 리더는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고들 말하지만, 위기가 오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어차피’ 안 된다는 사람은 ‘어차피’로 끝납니다. ‘반드시’ 방법이 있다는 사람은 ‘반드시’ 이겨냅니다.



1%의 가능성을 살려라
가장 중요한 리더의 조건은 ‘끝까지 사람을 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많은 리더들은 전력이 1%밖에 없으면 버리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1%의 가능성이 있다면 그 1%를 살려서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절대 사람을 버리면 안 됩니다. 장점을 찾아내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한 뒤 그 장점을 최대로 살리는 것입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열 개 중 하나만 잘해도 이 세상에 필요한 사람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리더는 바로 이것입니다.
정리 배선희 사진제공 고양원더스, 자음과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