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제작 외길 35년
우리시저스 김봉기 대표
머리 모양에 따라 사람의 느낌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렇게 우리의 모습과 느낌을 결정짓는 것은 헤어디자이너의 실력. 누구나 솜씨 좋은 미용사의 현란한 가위질을 거치면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멋지게 변한다. 그리고 실력 있는 헤어디자이너라면 최고 품질의 미용 가위를 소장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최고품질의 미용 가위는 누가 생산하는 것일까. 국내 최고의 미용 가위를 제작하는 우리시저스 김봉기 대표를 만나 보았다.
하루 대여섯 개 생산되는 수제가위
김봉기(51)씨는 100% 수작업의 가위를 만든다. 올해로 35년째다. 그의 손에서 무수한 가위가 제작 시도되지만 하루 평균 탄생하는 가위는 대여섯 개에 불과하다.
“가위 제작은 17살이 되기 전 코흘리개 시절부터 시작했어요. 전북 군산에 태어나고 자랐는데 전북 군산 지역은 양복점 가위의 원조 지역입니다. 재단 가위를 만드는 공장들이 오래전부터 있었지요. 자연스럽게 어릴 때부터 공장을 드나들며 기술을 배웠습니다. 그 이후 다양한 지역의 가위공장을 전전하며 기술을 익히고 배웠죠. 재단 가위 음식 가위 의료용 가위 등 가위는 쓰임에 따라 품질이나 제작방식이 틀려요. 그중 가장 정밀해야 하는 가위가 바로 미용 가위입니다. 만약 정밀하지 못하면 머리칼이 뜯기고 잘리지는 않죠.”
김봉기 대표는 전북 군산에서 재단 가위 제작 기술을 익힌 것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의 공장에서 여러 가지 가위 제작기술을 익힌다. 그리고 마침내 1986년 미용 가위 제작에 도전하여 지금은 최고품질의 가위를 생산하고 있다. 그렇지만 하루에 생산되는 수제가위는 대여섯 개에 불과하다. 불과 하나의 가위를 탄생시키기가 위해 부서져 나가는 가위만 수십 개. 그래서 가게 한구석에는 부서진 가위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
사람 손이 기계보다 우월해
“사람 신체 일부를 자르는 물건인데 품질에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되죠. 더군다나 미용 가위는 단지 날카롭기만 하다고 만족할만한 가위가 되지는 않죠. 미용 가위는 일직선이 아닙니다. 살짝 구부러져 있죠. 망치질을 거듭해야 이 곡선이 만들어집니다. 이런 곡선은 기계로는 절대 만들어지지 않고 수작업을 통해서만 생산 됩니다.”
망치질을 거듭 할수록 완성 직전의 고철이 되는 가위도 많아진다. 하지만 그것을 지켜보면서도 망치질 한번을 아끼지 않는 것은 가위가 자신의 얼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계를 이용해 날을 가는 것보다 손과 숫돌로 날을 가는 것이 훨씬 정확하고 정교한 갈림이 이루어집니다. 손끝의 미묘한 감각을 통해 작업하기에 장갑을 끼지 않고 날을 세우는 작업을 하죠. 물론 어느 정도 날을 만들어가는 것은 기계로 만들어 냅니다. 그러다가 손가락이 잘릴 뻔하기도 했죠.”
빠르게 돌아가는 연마석으로 가위 날을 갈다가 날이 튀어 손가락이 잘릴 뻔 했던 것. 그럼에도 가위제작을 그만둔 적은 한 번도 없다.
이제 국산도 일본제품 못지않아
“오랫동안 다른 가위 제작공장에서 공장장으로 8년 동안 근무하기도 했어요. 공장 책임자로 오래 있으며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지요. 그래도 뒷사람 생각해서 회사를 나오고 독립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가위 제작과 경영은 좀 다르더라고요. 경영의 어려움에 봉착한 적도 있고 또 재기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역시 가위밖에 없더군요. 그러다 명인이라고 주위 권유로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죠.”
가위 제작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섭렵하고 최고품질의 가위제작을 하고 있기에 김봉기 대표는 가위업계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최고 명인. 이런 김봉기 대표가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아직도 많은 사람이 일제 미용 가위를 최고로 친다는 점이다.
“원래 미용 가위는 일본 제품을 최고로 쳤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산 미용 가위도 일본제품 못지않아요. 그만큼 오랫동안 기술력을 갈고 쌓았고 역으로 한국에 가위제작 하청을 주고 상표만 기재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최고는 없다. 다만 노력할 뿐
지금 현재 유통되는 미용 가위 상표는 무수히 많다. 각 딜러와 유통사들이 미용 가위 제조 공장에 아래도급을 주고 상표를 붙여 팔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공장에서 제작된 같은 품질의 같은 모양의 가위인데도 가격이 달라지는 예도 있다. 단지 어떤 상표를 붙이느냐에 따라 가위의 가치는 달라지고 있는 것.
“국내에 가위 날 제작 하도급을 준 일본 업체가 다시 조립과 상표만 붙여 한국에 가위를 파니 몇십만 원을 호가하는 가위가 됩니다. 그래서 내가 직접 만든 것이 우리 시저스라는 상표입니다.”
이런 가위 명인 김봉기 대표의 손에서 탄생하는 미용가위는 80여 종에 이른다. 줄과 망치, 숫돌, 드라이버와 플라이어 등 수십만 원 최고품질 미용 가위 제작에 사용되는 도구는 무척 기본적인 공구들이다. 가위 명인은 이런 공구들로 수십 여종의 최고급 가위를 만든다. 그리고 그의 도전에는 그 끝이 없다.
“최고라는 것은 남이 인정해줘야 하고 그만큼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 노력하여 제작해야 합니다. 단순히 날을 가는 작업도 사용자를 생각하면 그 깊이는 남다르게 되죠. 부끄럽지 않게 내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제품을 죽을 때까지 만들 것입니다.”
김봉기 대표가 제작한 가위는 절묘하다. 머리칼도 종이도 자를 때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만큼 부드럽고 가볍게 잘리는 가위다. 단순한 공구로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김봉기 대표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