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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눈여겨 볼 세계경제 흐름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그로 인한 유가 및 원자재가 상승은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미국의 기준금리 상승으로 세계의 대(對)달러 환율은 급상승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각국의 물가도 치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그리고 공구상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지난 11월 3일,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계속해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P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4연속 자이언트스텝은 사상 처음이다.
기준금리 변경은 금융시장의 금리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금리 상승 시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은 대출을 줄일 것이고, 예금을 하지 않던 사람은 이자가 올랐으니 예금을 할 것이다. 기업들 역시 대출받아 하는 신규 투자는 축소하고 그에 따라 유동자산의 지출은 줄어들게 된다. 개인과 기업은 모두 대출을 꺼리게 되며 이는 시장에 흘러가는 자금의 축소를 가져온다.
미국 연준이 억제하려 하는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들 수 있다. 팬데믹으로 나빠진 경기 부양을 위해 시중에 현금이 많이 풀렸으며 우-러 전쟁으로 인해 높아진 국제유가 등이 물가 상승의 원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치솟는 인플레이션은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고용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 말하며 기준금리를 상승시킴으로써 물가 하락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3월 0.25%이었던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4.00%까지 높아졌다.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자금의 흐름이 축소되는 것과 반대로 외국 화폐 대비 자국화폐의 가치는 증가한다. 시장에 유통되는 화폐가 희귀해지기 때문에 그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다. 세계 유일의 기축통화(금융 거래의 기본이 되는 화폐)인 미국 달러화의 가치 상승은 세계 각국의 달러 대비 환율을 상승시켰다. 이른바 ‘킹달러’ 현상이다. 올해 9월, 원·달러 환율은 13년5개월 만에 1400원을 넘어섰다. 일본의 엔·달러 환율도 150엔을 돌파했다. 150엔을 넘은 것은 일본의 버블경제 후반기였던 1990년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영국의 파운드화와 EU 유로화 등의 상황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이에 미국을 제외한 각국 중앙은행은 달러화 강세에 따른 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달러 매도에 나서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주요 32개 국가의 외환보유액은 작년 말 12조 달러에서 올해 8월 말 기준 10조9000억 달러로 약 8.8%감소했다.
물가를 억제하려는 연준의 금리 상승에도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오래 계속되고 있다.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미국 금융당국이 물가를 잡으려 무턱대고 금리만 올려서는 안 된다며 스테그플레이션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스테그플레이션은 경기침체(Stagnation)와 고물가(Inflation)가 동시에 온 상황을 말한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금리 인상은 곧 경기 부진을 불러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그것을 각오하고 금리 인상, 통화량 감축을 계속하고 있다. 달러화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미국 경제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와중, 부상하는 국가가 있으니 바로 중국이다. 현재 중국은 무역/경제, 기술 등의 분야에서 미국과 한판 전쟁을 벌일 준비가 되어 있다. 20세기 이래 내연기관과 전기공학을 바탕으로 초강대국지위를 누려 온 미국과 맞서고 있는 중국은 21세기 들어 거대한 인구와 생산력을 무기로 첨단기술 분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월 말 기준, 3조520억 달러로 세계 1위의 외환보유액을 보유한 중국은 지금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뒤집으려 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대중국 제재를 강화하는 중이다. 이런 와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마오쩌둥 초대 주석 이후 처음으로 3연임에 성공하며 총 임기 ‘15년 플러스 알파’의 장기 집권체제를 시작했다. 시진핑 정권의 3연임은 미·중 갈등이 극적인 변곡점 없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중국과 대만 사이의 문제가 첨예한 가운데 중국이 가진 막대한 공급망의 세계 유통 차질에 대한 불안이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미·중 패권경쟁을 최고의 국정과제로 선택한 바이든 대통령은 전 세계의 가치동맹을 기반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압박은 반도체의 생산 및 수출에 대한 통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공급망을 미국 위주로 재편하려는 정책이다. ‘반도체 및 과학법’을 제정하여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분야의 미국 내 투자를 지원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미국산 전기차를 우대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동맹국인 국가들에도 중국에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각 동맹국 회사들의 제조 공장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전시키는 데에도 보조금 지급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해지는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은 어떨까? 팬데믹으로 인한 물류 대란, 우크라-러시아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제 원자재가격 급등, 세계 식량가격 상승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급등까지 겹치면서 우리나라 물가는 크게 오르고 있다. 지난 10월과 9월 물가 상승률은 각각 5.7%, 5.6%로 6월(6.0%), 7월(6.3%)에 비해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물가급등세를 글로벌 금융위기(2007~2008년) 당시와 비교해 볼 때, 최근의 국제원자재 가격상승률이 더 높아 소비자 물가 상승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물가로 경제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환율방어에 따른 외환보유고의 증발로 일반 대중들은 제2의 IMF가 오는 것이 아닌지 두려워하고 있다. 두려움은 현재 대중뿐 아니라 대기업들에도 퍼져 있는 상태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업계의 분위기는 45년 업력의 유제품 가공업체인 푸르밀의 폐업 위기 소식으로 더욱 흉흉해지고 있다. 연이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푸르밀은 지난 10월 17일 전 직원에 이메일을 보내 “회사 내부 사정으로 다음 달 30일부로 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가 임직원 30%의 희망퇴직과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사업 종료를 철회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도 경영 정상화의 과제는 수두룩하다. 푸르밀뿐 아니라 1985년 설립된 닭고기 전문기업 마니커도 3년 연속 영업 손실을 기록하는 중이다. 해태제과 역시 올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 163.43%를 기록했다. 200%를 넘기면 재무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 평가된다.
지난 10월 13일, 미국을 방문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워싱턴DC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총재를 만났다. 추 부총리가 한국 경제에 대한 IMF의 객관적인 시각을 묻자 총재는 “한국의 견조한 펀더멘탈(경제기초)과 높은 대외 신인도를 감안할 때 과거와 같은 위기 가능성은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IMF에서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으로 일한 적 있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월 7일 있었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대상국인 BIG3(미·중·유럽)의 경기 위축으로 수입 수요가 동시에 부진하고 있다. 특히 10월, 우리나라 최대 수출 대상국인 대(對) 중국 수출액은 76억 달러로 전년보다 16.4%줄었다. 재정수지(정부가 거둬들인 수입과 지출의 차이)와 함께 경상수지(외국과의 거래 결과에 따른 수입과 지급)도 적자를 보이는 ‘쌍둥이 적자’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혹독한 겨울이 예고되고 있는 세계 경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어쩌면 우리나라는 건국 이후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반도체 가격의 하락과 경상수지 적자도 한국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만든다. 미중 무역갈등에 따라 글로벌 무역 질서가 변화하고 있고, 자국 중심적 경제정책으로 글로벌 협력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와 같은 현재의 세계적 경기 불황 속에서 우리나라 경제가 살아나갈 길은 산업의 대전환뿐이다. 산업 성장을 위해 투자를 독려하고 인재 양성에 주력해야 한다. 전환의 핵심 주체는 기업일 것이다. 미래를 선도할 기업에 자금이 투자되고 인재가 힘차게 뛰는 경제가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
또한 중요한 것은 현 상황에서 일단 한국의 사활적 이익이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일이다. 한국에 중요한 이익을 선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행동해야 한다. 미국과의 협력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한중 관계 역시 중요하다. 현재 미·중 경쟁구도에 구속되지 않는, 우리의 국력에 걸맞은 자율적인 지역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정리 _ 이대훈 / 도움말 _ 석민철 크레텍 차장 / 참고자료 _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오건영著), 더 위험한 미래가 온다(김영의 외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