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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24조 중고시장에 집중하라
2021년 우리나라 중고시장 규모는 24조 원을 기록했다.
이제 소비자는 신제품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중고거래를 통한 합리적인 소비에 집중하고 있다.
중고거래 시장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1년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많이 다운로드한 애플리케이션 1위는 쿠팡의 배달플랫폼 쿠팡이츠, 2위는 질병관리청 COOV, 3위는 중고시장 플랫폼 당근마켓, 4위는 영상회의 플랫폼 줌, 5위는 OTT 서비스 넷플릭스였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넷플릭스는 물론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국민 앱을 이기며 3위에 랭크했다는 점이다. 중고거래 플랫폼이라 하면 흔히들 네이버의 카페 중고나라를 떠올릴 테지만, 앞서 언급한 근거리 거래 서비스를 선보인 당근마켓의 최근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우리나라의 중고거래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특정지역의 명품 중고 전문점, 일부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의 반품상품을 취급하는 리퍼 판매점 등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당근마켓이 등장하며 국내 중고시장에 대한 소비자 관심뿐만 아니라 이용률 또한 크게 상승하고 있다.
중고거래 시장의 성장은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소비가 확산되며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코로나19 이후 발생한 인플레이션은 이런 현상에 속도를 더 높였다. 선진국인 일본에서는 이미 1990년대부터 중고거래 오프라인 전문점이 생겨났고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지금도 수천 개의 점포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중고 책과 애니메이션 관련 중고품을 파는 ‘북오프’, 중고 의류와 명품을 취급하는 ‘세컨드 스트리트’, 중고 생활용품을 취급하는 ‘하드오프’ 등이 대표적인 브랜드다. 1990년대 일본은 아직 온라인 유통이 도입되기 전이어서 오프라인 점포 중심으로 중고시장이 성장하였다. 일본의 중고시장 성장 단계를 분석해 보면 초기에는 가전, 명품과 같은 전문품의 중고거래가 이루어지다가 책이나 의류 등 좀 더 비전문적인 상품으로 거래가 확대되고 나중에는 생활용품 및 가정용품 등의 일상 상품까지 시장이 커지는 형태를 보인다. 결국 시장이 커지면서 중고거래가 소비자들에게 일상화 된다는 이야기다.
최근 국내에서도 중고시장 규모가 2008년 4조 원 규모에서 2021년 24조 원 규모로 6배나 증가하는 급성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중고시장이 오프라인 점포 중심이었으나, 한국은 2000년대 온라인 환경이 발달하며 온라인 시장 중심으로 성장했다는 데 차이가 있다. 이는 간편한 온라인 플랫폼을 사용하기에 고객들의 사용 편의성이 높아지며 전문품에서 일반품으로으로의 발전 시간을 단축하는데 영향을 주었다. 결과적으로 국내 중고시장의 역사는 짧지만, 빠르게 전문품에서 일상 상품으로 확대된 것이다.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 1위는 2003년부터 시작된 중고나라이다. 네이버 카페로 시작해 2,460만 명에 달하는 회원을 무기로 연간 거래액 약 5조 원에 달한다. 네이버 카페로 운영하다 2014년에 운영회사를 설립하며 전문 중고거래 기업으로 변화하였다. 2021년에는 국내 유통 대기업 롯데가 300억 원을 투자하며 중고나라 지분 93.9%를 인수하였다. 최근 결제 수수료를 0%로 내리고 배송비 페이백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2위는 MZ세대의 인기가 높은 번개장터로 거래액 1조 3천억 원 규모이다. 시장에 늦게 진입한 번개장터는 지난해 TV CF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며 가입자 수 1,700만 명을 달성했다. 1위 중고나라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중고 골프용품 플랫폼 에스브릿지와 중고폰 사업 착한텔레콤을 인수하며 전문 영역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번개장터 또한 유통 대기업 신세계가 신한금융그룹 등과 함께 820억 원을 투자하며 중고시장 경쟁에 불을 당겼다.
가장 주목할 플랫폼은 3위 당근마켓으로 2015년에 런칭하여, 2018년 전국 서비스를 시작했음에도 2020년 480만 명이던 이용자 수가 2021년 1,600만 명을 돌파하며 연평균 3배 이상의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당근마켓의 성공 열쇠는 주변 동네 사람들만 거래가 가능한 하이퍼 로컬 서비스 방식을 채택한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얼핏 지역이 한정되면 거래 상품이 적어져 단점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중고거래에서 가장 큰 문제점인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성공 포인트가 되었다. 동네 커뮤니티 서비스와 비즈프로필이라 불리는 동네 가게 광고, 당근마켓 결제 서비스인 당근페이는 편의성에서 기존의 중고플랫폼을 압도하며 시장을 주도하는 중이다.
중고시장 확대는 국가 경제규모 성장과 소비형태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불가항력적인 현상이다. 게다가 국내 중고시장은 최근 유통 대기업의 대대적인 투자에 힘입어 그 성장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중고시장의 성장은 소비자에게는 상품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상품을 제조하는 브랜드기업이나 유통하는 도매업체,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업체 입장에서는 상품 판매 회전율을 감소시켜 비즈니스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단가가 높고 전문품 시장에 해당하는 공구 시장은 중고거래 플랫폼이 진입하기에 수월한 시장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공구업계는 적극적인 중고거래 비즈니스 도입을 통해 시장을 선점한다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으므로 공구업계 중고시장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 _ 이종우(연성대 교수) / 진행 _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