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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계양전기 26개 공구 디자인 212컴퍼니 김선경 대표

 

공구, 디자인 좋으면 판매도 쑥쑥

 

계양전기 26개 전동공구 디자인한 212컴퍼니 김선경 대표 

 

 

 

 

 

공구에도 세련되고 멋진 디자인이 필요할까? 힘 좋고 기능 뛰어나고 거기에 가격까지 저렴하다면 된 거 아닐까? 212컴퍼니의 김선경 대표는 그건 먼 옛날의 이야기라고 한다. 현재의 소비자들은 좀더 세련되고 멋진 디자인의 공구에 손을 뻗는다는 말이다. 계양의 26개 전동공구를 디자인한 212컴퍼니를 방문해 공구에 있어 디자인의 필요성에 대해 들었다.

 

 

세련된 디자인 공구가 판매도 좋아… 계양 원형톱 인기 비결은 디자인


212컴퍼니는 1989년에 설립된 제품 디자인 전문 회사다. 제품 디자인만 하는 회사로는 아마도 우리나라 최초의 회사 중 하나일 것이다. 1993년에는 산업자원부 산하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공인디자인회사 1호로 선정되기도 했다. 공인디자인회사란 우리나라 디자인 산업을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일정 수준의 매출액과 일정 수 이상의 디자이너를 갖춘 회사들에 국가 공인을 해 주는 것을 말한다. 김선경 대표는 1993년 과장으로 입사해 2004년부터 212컴퍼니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 제품 디자인만 하는 회사라 하는데 어떤 제품들을 디자인하고 있나요?
저희가 디자인하는 제품에는 한계가 없어요. 저희 홈페이지 회사 소개에 적혀 있는 “FROM LIPSTICK TO EXCAVATOR”라는 문장 그대로 립스틱부터 굴삭기까지 모든 분야, 모든 종류의 제품들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정말 그래요. 최근 휴대용 향수 용기 디자인을 마쳤고 현재 막바지 양산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그와 함께 지금 트랙터처럼 사람이 탑승하는 농기계 디자인 작업도 진행 중이에요.

⇢ 공구 업계 가운데서는 계양전기 전동공구의 26개 모델을 디자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계양의 첫 디자인은 언제였나요?
2006년에 디자인한 원형톱 CS-75가 처음이었습니다. 그 때 계양전기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저희가 디자인한 원형톱이 출하돼 나갈 박스가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는 거예요. 잘 팔린단 얘기죠. 그걸 보니 얼마나 뿌듯하던지요. 전에는 국제박람회에 나가면 계양 공구가 촌스럽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는데 저희가 디자인한 뒤로는 안 듣는대요. 디자인 덕분에 수출이 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또 뿌듯했어요.
⇢ 2015년에는 계양의 디스크 그라인더 디자인으로 ‘굿 디자인’ 상을 수상하셨습니다. 212컴퍼니가 갖고 있는 계양 공구 디자인의 착안점은 무엇인가요?
계양 전동공구 디자인의 첫 아이덴티티가 나왔던 모델이 14.4볼트 충전드라이버드릴이에요. 모든 전동공구의 기본은 회전이잖아요. 회전시의 스피드감을 살리는 라이닝을 넣어 디자인한 거죠. 그리고 최대한의 컴팩트함과 좋은 파지감입니다.

 

 

⇢ 공구 디자인을 하려면 우선 공구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 첫 번째라고 생각하는데 어떤가요?
네 맞아요. 하여튼 다 해체하고 뜯어보고 다시 조립하고 하는 이런 과정. 그게 공구를 디자인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죠. 그와 함께 제품에 대한 연구와 조사가 이루어집니다. 클라이언트사의 다른 제품들에 대한 연구와 세계의 디자인 트렌드 등등 까지요. 제품 디자인은 예술이 아니거든요. 이처럼 조사와 연구가 필요한 기술이에요.
⇢ 다른 제품이 아닌 공구를 디자인함에 있어 중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세련되고 화려하게. 공구는 디자인이 세련되면 기능도 좋아 보여요. 그 다음에는 잡는 느낌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죠. 전문가들은 공구를 하루 종일 들고 작업합니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안 써요. 그 사람들 사이에서 불편하고 무겁다는 말이 나오면 그걸로 끝이에요. 무조건 작아 보여야 해요. 그래서 저희가 항상 생각하는 게 어떻게 하면 좀 더 작아 보일까. 심지어는 착시효과를 넣어서라도 작아보이게 하고 있어요. 최대한 1mm라도. 공구 디자인은 1mm 싸움이에요.

⇢ 말씀하시는 걸 들어 보면 공구 디자인에는 디자인적인 시각이나 능력도 필요하겠지만 공학적인 지식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맞아요. 디자인 회사 대표들 가운데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분들이 많아요. 학부로는 기계공학을 전공했다가 대학원 석사는 디자인을 전공해서 디자이너가 된 거죠. 그래서 제품 디자인 쪽을 보면 거의 남자들이에요. 저희 회사 직원도 한 명 빼고는 다 남자들, 기계 좋아하고 프라모델 조립하는 거 좋아하고. 그렇다고 공학을 전문가 수준까지 공부할 필요는 없겠지만 클라이언트가 하는 말을 이해할 정도는 되어야겠죠.

 

 

무척이나 중요한 공구 디자인… 자동차만큼이나 하기 어려워

 

⇢ 공구를 디자인한다는 건 다른 제품 디자인과 비교했을 때 난이도는 어떤가요?
어려워요. 굉장히 어려워요. 산업 제품 디자인 가운데 제일 힘든 디자인이 자동차 디자인이라고 하거든요. 전동공구 디자인 난이도가 자동차 난이도와 맞먹습니다. 저희 회사 실장님이 토요타 유럽디자인센터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오신 분인데, 말하길 공구 디자인에 있는 선(線)들이 자동차에서 보이는 라인들과 똑같대요. 공구 디자인은 5년차 이하는 하기 힘들어요. 그 정도로 어려워요. 공구는 할 때마다 힘들어요. 그래서 적절한 디자인회사 찾기가 힘든 아이템이에요.

⇢ 하나의 공구 제품을 디자인하는 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처음 하는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두 달 반에서 세 달 정도? 빠를 수밖에 없는 게 시간 싸움이기 때문에 그래요. 디자인만 완성됐다고 제품이 곧장 나오는 건 아니잖아요. 각종 금형 작업이며 내부 작업들도 필요하고 또 공구 같은 경우는 처음 나오면 필드테스트가 필요해요. 현장에서 몇 달간 사용해 보면서 문제는 없는지, 보완할 부분은 없는지 확인해야 하는 거죠.

 

 

⇢ 과거에는 사용자들이 공구의 디자인에 대한 관심보다는 가격과 기능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았다고 생각되는데 요즘에는 디자인에도 신경을 쓰고 있나 봐요.
그럼요. 요즘은 디자인 싸움이에요. 엄청난 싸움이에요. 요즘 나오는 공구들을 보면 디자인이 무척 화려합니다. 특히 공구가 발달한 일본 쪽 공구 디자인을 보면 굉장히 화려하죠. 그리고 보쉬 디자인을 보세요. 얼마나 화려해요. 보쉬는 디자인에 대한 투자가 남달라요. 자금력이 되니까 가능한 거겠죠. 디자인 투자라는 건 얼마나 다양한 요소들로 디자인을 하는가예요. 그 요소 하나하나를 다 금형으로 떠야 하는데 금형 틀의 수가 늘어날수록 개발비가 상승하는 거죠.

⇢ 눈여겨보고 있는 다른 공구 회사의 디자인이 있나요?
디월트가 잘 했어요. 처음 우리나라 들어왔을 때만 해도 누가 디월트를 신경이나 썼나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렇게 큰 거죠. 저는 그게 다 세련된 디자인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노랑과 검정이 조화된 디월트의 디자인은 처음부터 독특했어요. 그리고 말한 것처럼 보쉬. 보쉬 제품은 다른 브랜드에 비해 비싸잖아요. 비싸기 때문에 디자인 투자도 가능한 것 같아요.

 


⇢ 옷 브랜드 등의 패션 브랜드들은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해서 광고를 크게 내보내면 확 성장한다고 하던데, 공구 브랜드는 디자인에 돈을 들이면 효과가 있는 모양이네요.
그렇죠. 굉장히 중요해요. 너무너무 중요해요. 그런 비슷한 케이스로 계양 말고도 파인디지털이라는 자동차 내비게이션 회사가 있어요. 그 회사도 저희가 10년 넘게 디자인을 계속해서 맡아 하고 있는데 저희가 디자인하기 전에는 내비 업체 가운데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회사였어요. 그런데 저희가 맡은 이후로는 쭉쭉 성장해서 지금은 확고한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죠. 한때는 온라인에서 1위 브랜드를 누른 적도 있을 정도예요.

 

국순당 백세주 병 디자인… 전통주 용기의 기존 관념 깨다

 

⇢ 제품 디자인들 가운데 지금까지도 대표님 기억에 ⇢ 남아 있는 디자인은 어떤 제품인가요?
국순당의 백세주 병 디자인이 기억에 남아요.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안 됐을 때 국순당 대표님을 제가 직접 만나서 진행했던 프로젝트거든요. 그때까지만 해도 술병들이 다 투명했어요. 그걸 저희는 화장품 용기에서 사용하던 은은한 불투명의 표면처리로 병을 디자인했는데 엄청난 히트를 쳤죠. 두 가지 측면에서 뿌듯하더라고요. 우선 국순당이라는 회사가 그 디자인 이후에 어마어마하게 성장했어요. 모든 회사들의 회식자리에서 백세주를 마셨죠. 그리고 다른 민속주 업체들이 백세주 병을 다 따라하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디자인의 힘이라는 게 이렇게 강하구나 하는 걸 실감했어요.

 

 

⇢ 212컴퍼니의 디자인이 성장의 발판이 된 회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너무 많죠. 계양전기나 파인디지털 같은 경우는 첫 제품 디자인 이후에도 10년 넘게 계속해 오면서 프로젝트를 굉장히 많이 해 왔어요. 지금도 하고 있고요. 저희 회사의 성장은 이처럼 클라이언트사의 성장과 함께해 왔습니다. 내년이면 212컴퍼니가 설립된 지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리고 제가 대표가 된 지 15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회사 30년의 역사 가운데 절반을 제가 책임져 온 거죠. 그동안 수고했다는 의미인지, 더 잘 해나가라는 의미인지 작년에는 나라에서 대통령 산업포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영광이었죠.

⇢ 앞으로의 회사 운영 계획이 있으신가요?
특별한 계획까지는 없지만 앞으로는 조금 더 글로벌한 무대로 진출하고 싶어요. 지금 중국의 한 공구 회사에서도 문의가 들어와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굉장히 큰 회사예요. 세계적인 기업들의 OEM생산을 하는 회사입니다. 그렇게 외국 회사들과도 일을 진행하고 싶고 앞으로도 국내 제조기업들의 성장을 위해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 제가 가진 목표와 꿈입니다.

 

글 · 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