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공영산업 김형식·황순옥 대표 부부
창업 5년차, 건설자재에서 품목 다변화
공영산업이 원래 주력해 온 분야는 토목이다. 현재 사업 주력분야를 차츰 공구로 바꾸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하는 김형식 대표. 그 배경이 궁금하다.
“한 가지 품목만 하는 기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어려워요. 유통이나 제조도 마찬가집니다. 저는 관련 사업을 최대한 포괄적으로 연계시키려고 해요. 건설계통은 계절이나 경기에 따라 수익구조 흐름이 다르지만, 제조업은 꾸준해요. 직접 경영하며 체감하다보니 공구까지 해야 사업을 보다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겁니다.”
김 대표는 연매출 3천억 규모에 달하는 건설회사에서 일했다. 약 30개 건설현장 자재를 총괄했다. 17년 쯤 일하다 보니 토목, 건설자재에 대해서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다.
“어느 날 교통사고가 났는데, 차가 완전 뒤집혔죠. 그런데 저는 멀쩡했어요. 일주일 입원 후 퇴원했는데, 저를 되돌아보게 됐죠. 하고 싶은 일 하지 않고 사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졌어요. 그전부터 제 일을 하면 도와주겠다는 분이 계셨는데, 바로 전화를 드렸죠. 그게 시작이에요.”
창고를 하나 얻어 건설자재 납품을 시작했다. 사다리 제조업을 하시는 친형님을 통해 사다리 도매도 하게 되면서 규모는 점점 커졌다.
아내를 공영공구 대표로 스카우트
인터뷰 중 거래업체 직원이 물건을 사러 왔다. 가게에 잘 들르지 않는 직원이라 회사에 전화해 꼼꼼히 확인하며 챙기는 황순옥 대표. 공영공구 사업자 대표로 있는 그녀는 바로 그의 아내다.
“안정된 회사에서 사무일을 하고 있었는데, 제가 스카우트 했어요. 숫자개념이 빠르다 보니 ‘우리 마누라가 딱이다’ 한 거죠.(웃음)”
사업을 시작한 지 만 4년이 지났다. 공영공구란 이름으로 공구상사를 시작한지는 이제 6개월이 다 되어간다. 소비자가 만족하는 가격책정에서부터 모든 일을 함께 해와 더욱 든든하다.
“원래 알던 일과 다른 길을 간다는 게 쉽지 않아요. 정확한 데이터도 취합하고 자금계획도 세워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죠. 투자비용이나 시간 등을 계획대로 할 수 없었어요. 사실 여기 터를 임대한 지는 2년 됐어요. 빨리 시작하고 싶었는데, 자금이 바탕이 못됐죠. 일을 알았다면, 차근차근 했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파고들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넓은 매장에 비해 진열돼 있는 품목이 그리 많아 보이진 않는다.
“제품이 1에서 10까지 있다면 저희매장에는 아직 5까지만 들였다고 보시면 돼요. 아직 다 이해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더 받을 수가 없는 거죠. 점차 품목은 확장될 겁니다. 매장 입지가 외곽에 있다 보니 단일품목으로 소비자들을 다 품을 수는 없어요. 방문하는 분들이 한 번에 다 수급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갖춰 드려야죠.”
공구상의 제1법칙은 희생정신
고객을 향한 김 대표의 마음을 아는 황 대표가 한 마디 거든다.
“물건에 대해 문의전화가 오면 일단 오라고 하지 않고, 다른데 더 알아보고 오시라고 합니다. 그럼 다들 그러죠. 사장님 아니냐고, 팔 생각을 안 하고 왜 다른데 알아보라고 하느냐고요.”
마침 공구 배터리를 찾는 손님에게 매장에 있는 걸 먼저 한번 시험해 보라는 김 대표. 필요한 물건이 없거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거래처나 현장에서 움직이는 사람에게 바로 전화해서 물어본다. 그가 말하는 공구상의 제1법칙은 바로 희생정신이다. 손님들을 만족시키는게 첫번째 목적이기 때문.
“저는 우리 매장에 오신 분들이 만족하셨으면 좋겠어요. 잘 알아보고 구입해야 후회하지 않으시죠. 그렇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드리려고 해요. 비행기를 구해오라면 그것까지도.(웃음) 이런 서비스업은 희생정신이 없으면 못해요. 오는 손님들이 먼저 편하셔야죠.”
단골 거래처 민병진 사장 역시 그의 서비스 정신을 높이 산다.
“현장에서는 바로 필요하고 사러갈 시간은 없고, 그럴 때 전화하면 군말없이 ‘네, 알겠습니다’하고 바로 갖다 주세요. 아주 조그만 거라도 적재적소에 가져다주시니까 일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고마울 때가 많죠.”
빈 공간을 함께 채우는 기업으로
‘공영’이란 사명은 빌 공(空), 채울 영(盈)이란 한자어 뜻을 지닌다. 빈 공간을 다같이 채우는 기업이자 같이 가는 회사를 만들고자 하는 김 대표의 의지가 담겨있다. 받는 것보다 오히려 나눌 때 행복하다는 그의 평생지론과도 연결된다.
“앞으로는 공구 제조업을 하려고 법인설립을 준비 중입니다. 특허도 냈고요. 제게 도움을 주신 고마운 분들과 함께 기업을 키워나가고 싶어요. 앞으로 10년만 더 열심히 일할 생각입니다. 10년 후에는 여기서 배운 기술로 시골의 허름한 집을 고쳐가며 그렇게 살고 싶어요. 좋은 분들께 직접 캔 산삼차도 끓여 대접하면서 말이죠.(웃음)”
짧게 2년 정도면 만족할 만한 상황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아내에게 ‘스카우트해서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하는 김 대표.
“지금의 수익구조는 사다리가 50%라면, 건설납품이 40%, 공구가 10% 정돈데, 앞으로 사다리 도매는 별개로 하더라도 건설과 공구가 5:5의 비율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꾸준한 수익구조를 창출하는 제조업 강화가 기업성장의 동력이 되리라고 봅니다.”
무엇보다 인력 구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요즘 취업난이라고들 하지만 우리 같은 영세업자들은 사람을 못 구해요. 매장에 오는 손님들은 아침 7시 전부터 저녁 8시까지 움직이는데, 직원들은 바라는 월급 수준만큼 일을 하려고 하질 않아요.”
제로에서 시작해 새로운 매출이 형성된 덕분에 공구시장의 어려움을 직접 느끼지는 못하지만, 주변에 평생 해오신 분들을 보면 경제상황이 많이 어렵다는 걸 절감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사는 게 행복하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는 김 대표.
“7~8년 전 이란에서 1년간 근무한 적이 있어요. 요만한 꼬맹이들이 구걸하거나 심부름을 해 적은 돈을 벌어 살아요. 우리나라 60~70년대처럼요. 요즘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게 사는 분들이 많겠지만, 그래도 우리의 지금이 행복하다는 걸 알고 감사하면 좋겠어요.”
글·사진_김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