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에서 소매로, 외국계 선주사 공략까지!
경남 거제 조은공구 김종문 대표
거제 상동동에 위치한 조은공구, 환하게 반기며 건네는 명함에 역시나 ‘공구상’이란 글씨가 큼직하다. 이유가 궁금하다.
“보통 공구를 사려면 ‘공구상’을 찾아요. 보다 쉽게 찾아오시라고 간판이나 명함에 공구상을 더 크게 해 놨죠. 114에 물어도 금방 공구상인 걸 알 수 있게, 상호에도 공구를 붙였고요.”
특별한 건 또 있다. 슈퍼에나 있을 법한 음료수 냉장고가 매장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것. 더 놀랄 만한 건 냉장고 안에 맥주까지 있다는 사실.
“저는 그냥 물 한잔 대접하는 거라 생각해요. 물건 안사도 마음대로 드시라고 하죠. 특히 여름에 엄청 인기예요. 어떤 경우에는 그냥 지나가는 사람도 ‘하나 내 먹을게요’ 하고 가져갑니다. 우리 직원들은 ‘물건이라도 하나 사지’라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분들은 다음에 꼭 우리 고객이 되니까요. 업체 직원들 오면 팀원들 나눠드시라고 봉지에 여러 개 담아드리고… 이건 정말 비결인데, 음료수를 챙겨 드리면 비싼 공구를 사시면서도 오히려 물건 값을 깎지 않더라고요. 일석이조죠. 다른 공구상 사장님들도 이렇게 하시면 좋겠어요.”
베테랑 영업맨의 남다른 노하우
베테랑 영업맨 출신 김종문 대표, 삼성중공업 바로 앞에 위치한 툴마트에 이어 2호점 조은공구를 오픈한 그에겐 남다른 경영노하우가 있다.
첫째, 친절이다. 손님이 오면 앉아서 ‘어서오세요’ 하지 말고, 3보 앞으로 나가서 ‘어서 오세요. 뭐 드릴까요?’란 인사를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수리에 관해서는 본인이 판단해서 ‘안됩니다’라고 하기 전에 담당 영업사원에서 먼저 물어보라고 한다. ‘됩니다. 감사합니다’를 몸에 익히는 게 중요하다는 김 대표.
둘째, 앞서 언급했던 음료수다. 얼마전 자리가 비좁아 냉장고를 치우기 전까지 툴마트는 음료수값만 한달에 80만원 가량 지출할 정도로 인기였다. 음료수 인심 덕분인지 삼성중공업 내 1차 벤더 업체와 활발하게 거래 중이다. 약 60개 업체에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있고 적게는 40~50만원, 많게는 300~400만원치가 거래된다. 거래대금은 다음달 16일이 되면 어김없이 결제되는 것은 물론이다.
셋째, 인맥이다. 봉사단체를 통해 쌓은 인맥은 영업력에 날개를 달아줬다. 좋은 인연도 많이 만났다. 서로 잘 알고 가족처럼 지내 거제가 이제는 제2의 고향이 됐다.
넷째, 외국계 선주사 공략. 처음 납품을 전문으로 하다보니 조선업 위기가 왔을 때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소매에 주력하면서 외국계 선주사에 영업을 시작했다. 영어강사 출신 직원을 고용하고, 외국인들과 소통을 시도했다. 다국적 기업 로열 더치 셀과 프랑스의 테크닙 등 한창 많이 할 때는 6개 외국기업과 직접 거래했다고. 선주사 에이전시와는 물론 스리랑카 출신 직원 사랑가도 고객들과의 다양한 소통을 돕는다.
다섯째, 품목의 다양화다. 장평동의 툴마트는 조선쪽, 조은공구는 건설쪽이다. 매장 품목이 70% 가량 다르며 1만 개 이상의 품목을 갖추고 있다. 공구유통 전문가다 보니 관련 정보도 빠르다.
“다들 안 좋다 하지만, 저는 꾸준히 잘 되고 있어요. 저 역시 납품을 하고 있었다면 또한번 부도를 맞을 수 있었겠죠. 하지만 영업방향을 돌린 덕분에 이렇게 건재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3일 만에 발전기 100여대를 팔다
지난해 9월부터 준비해 오픈한 지는 불과 한 달 남짓 된 조은공구. 매장 안 진열대는 모두 그의 솜씨다. 원목으로 하나하나 잘 짜여져 있다. 목공이 그의 취미다. 현재 조은공구 옆 목공방은 지인에게 가게와 공구를 내드리고 운영하게 했다.
김 대표는 부산 소재 공구기업에서 10년간 영업을 했다. 영업지역이 창원, 마산, 고성, 통영, 거제였고, 늘 1등이었다. 당시 거제에서의 공구상 마진이 엄청 높았다는 그.
“회사를 그만둔 후 부산집을 정리하고 퇴직금에 대출까지 받아 지금 조은공구가 있는 건물을 샀어요. 2003년 6월, 아버지에게 미친놈이란 소리 들어가며 ‘대성공구마트’란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했죠.”
곳곳에 다니며 홍보부채도 나눠드렸다. 첫 2달여간 소매로 예초기만 250대 팔았다. 장사가 엄청 잘됐다. 같은 해 태풍 매미로 인해 500만원짜리 간판이 날아갔지만 발전기로 대박을 터뜨린 일화는 유명하다.
“6일간 거제 전체가 정전되는 바람에 발전기, 건전지, 공구 등 난리가 났어요. 매장에 발전기가 7대 정도 있었는데, 거래업체에 전화해서 빨리 갖다달라고 독촉하고, 직원들, 처남 다 나오라고 했죠. 3일 만에 발전기 100여대를 팔았어요. 발전기만 팔아서 엄청난 수익을 거뒀죠.”
다른 공구상보다 싸다는 입소문이 나자 손님이 몰리기 시작했다. 3년 차 때는 하루 평균 1천만원씩 매출을 올렸다. 조선소 납품으로 눈길을 돌린 건 바로 그때. 대우와 삼성 담당자에게 수도 없이 연락하고, 수십 번 찾아갔다. 첫 발주 낸 제품이 무동력청소기. 뜨거운 태양아래 300m 되는 배를 몇 번씩 왕복하며 시연도 해보였다. 정성이 통했는지 쟁쟁한 서울 업체들을 제치고 최종 납품업체로 선정됐다. 물론 100% 입찰이다.
“당시엔 정말 못할 게 없었죠. 회사 다닐 때 A/S센터 기사들에서 틈틈이 배운 수리기술로 웬만한 기계까지 다 고쳤어요.”
로타리클럽, 인맥은 나의 힘
그에게도 시련이 있었다. 잘 나가던 기세를 몰아 가게를 확장 오픈했고, 매장 외 법인 직원만 7명을 뒀다. 그러나 바로 조선업계 위기가 찾아왔다. 대우와 삼성중공업의 발주물량이 줄어들자 중소 조선소로 영업영역을 확대했다. 그게 발단이었다.
“중소 조선소에 물품대금이 묶인 거예요. 17억원 정도를 갚으려고 제가 가진 땅, 골프, 리조트회원권 다 팔고, 적금, 보험 다 깼어요. 건물을 담보로 대출도 하고, 살던 집은 전세로 내놓고 원룸으로 이사갔죠. 장모님까지 다섯 식구가 원룸에서 살며, 다시 일어서기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정말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공구유통사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에게 도움을 줬다. 특히 로타리클럽 회원 중 옥영기 대표(GMP산업)와의 관계는 특별하다.
”필요한 것 없냐고 먼저 물어보시더니 아무 보증없이 다음날 아침 제 계좌로 3억을 넣어주셨어요. 지금 툴마트 자리도 한 로타리클럽 회원이 시중보다 싸게 월세 내 주셨고요. 부도 안 내려고 정말 필사적으로 노력했죠. 도움도 많이 받았지만,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골프 꿈나무인 아들들과, 저 때문에 고생 많이 한 아내에게 부끄럽지 않은 가장이 되고 싶어요.”
남에게 절대 피해주면 안 된다는 그의 철칙이 그에게 뜻깊은 성공을 가져준 듯 하다.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자 더 성실히 살아낼 그의 내일을 기대해 본다.
공구상(조은공구)
경남 거제시 거제중앙로 1751/ T. 055)638-1711
글·사진 김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