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 없으면 통영에 없다
경남 통영 신앙T·M 전금제 대표
아버지에게서 신앙 독립만세
북통영IC 인근 광도면 남해안대로변에 위치한 신앙티엠. 차를 달리다 바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주변을 압도하는 규모다.
“네가 한번 해 볼래? 다른 업종도 생각해보고, 한번 해보겠다면 해봐라.”
아버지 밑에서 일한지 10년 넘은 어느 날 문득 아버지가 던지신 말씀. 그리고 2015년 12월 오픈했다. 2년이 채 안됐지만 매출액도 상당하다.
“다른 분야도 알아봤는데, 배운 게 이거라 다른 선택이 없었어요. 장사가 제 적성에 맞고요. 이 정도 규모라면 아버지 가게의 매출을 따라잡아야 되는 게 정상입니다. 아직은 50~60% 정도 밖에 안 되지만, 나중에는 아버지보다 더 크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아니나 다를까. 규모로는 이미 아버지를 능가했다. 2백평 규모의 건물에 대지는 천평에 이른다. 빛이 잘 드는 광활한 매장에 잘 짜여진 진열대와 깔끔하게 정돈된 물품들이 고객의 손길을 기다린다. 특이하게도 복층구조로 되어 있으며, 2층은 더욱 많은 물품이 보관돼 있는 창고역할을 한다.
“아무래도 규모가 크다보니, 뭐든 넣고 싶으면 다 넣을 수 있어요. 땅에 대한 구애를 받지 않으니까요. 다른 가게들은 자리가 부족하다고들 하는데, 저희는 계속 물건을 넣고 있고, 또 아직 넣을 게 많아요.”
대형트럭도 자유롭게 왔다갔다 할 정도로 넓은 건물 뒤편은 주차장으로, 또 야외 창고로 활용하고 있다. 다섯 마리의 개가 사이좋게 거주하며 공간을 지키고 있다.
일관된 가격과 직수입, 건자재로 품목 확대
“통영은 아주 작은 도시예요. 혈연, 학연, 지연으로 서로 얽혀있죠. 누구한테는 싸게 팔고, 누구한테는 비싸게 팔게 되면, 결국 다 알게 돼요. 그래서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단골이나 처음 방문한 손님이나 똑같이 시행하는 가격 정찰제는 누구에게나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가격 정찰제와 함께 신앙티엠의 자랑은 바로 직수입. 12년 전 공구업계로 입문할 때보다 지금은 시장이 훨씬 치열해졌다고.
“인터넷에 떠있는 온라인 가격에 대처하려면 직수입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저희는 이미 7~8년 전부터 직수입을 하고 있어요. 선박 쪽 물품도 많이 수입하고 있고요. 현지 선교사님들이 도와주셔서 방글라데시, 베트남, 인도, 중국 쪽 물건이 많아요. 직수입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했죠. 그게 저희 가게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번 오신 분은 절대 잊지 않아요
전 대표의 12년 영업노하우는 또 하나 있다. 한번 오신 손님 얼굴은 절대 잊지 않는다는 것.
“통영 인구가 15만 정도 되는데, 방문하신 손님이 어느 업체인지, 어느 설비사인지 알아요. 잘 기억해 놨다가 그분들이 즐겨 쓰는 브랜드의 새 제품이나 다른 기능을 가진 제품을 권해 드리죠. 손님을 기억하고 그분의 관심사를 알 때 보다 더 잘 응대해 드릴 수 있는 게 바로 노하우입니다.”
신앙티엠에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친절이다. 뒷동네가 바로 아버지의 고향이라 어른들이 오시면 친절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인사 잘 하는 것은 물론 교환이나 반품도 무조건 다 받아준다. 그리고 안전. 젊은 남자직원이 2명인데, 그들에게 늘 말하는 게 조심하라는 거다.
“저는 ‘우리 가게 와서 다치면 안 된다. 그러면 너희 부모님 뵐 면목이 없다’라고 말해요. 그리고 힘들 때 얘기하라고 합니다. 무조건 하루 쉬게 해 준다고. 사실 나이가 비슷한 연배이고 교회 후배다 보니, 형처럼, 오빠처럼 편하게 지내고 있어요.”
철제 프레임과 선반제작, 용접까지 직접
2015년 12월 오픈 이후 신앙티엠은 6시 30분이면 어김없이 문을 연다. 직원들은 7시 30분에 출근하지만 장인, 장모님과 함께 새벽을 연다. 그리고 저녁 6시 30분에 문을 닫는다.
“장인어른이 배달을 책임져주시고, 또 장모님이 옆에서 챙겨주셔서 든든하죠. 저희는 시멘트 한포라도 배달해드려요. 겨우 몇 백원이 남아도 다 갖다드립니다. 운임비도 따로 받지 않고요. 배달되는 것 때문에 오시는 분도 많습니다.”
홀로 이만큼 꾸리기까지 힘들진 않았을까? 창업멤버인 김 과장이 함께 했지만 그의 손길이 안 미친 곳이 없을 정도로 매장 진열대와 야외 프레임 짜는 것, 용접까지 모두 스스로 했다. 오픈하고 3~4개월 간 가게에서 먹고 자다보니 몸무게가 20kg정도 늘었다. 하도 쭈그리고 앉아 용접해 오른쪽 다리 인대에 무리가 가서 수술도 했다. 혈압약을 먹게 됐고, 위궤양, 십이지장궤양까지 걸렸다.
“아버지는 돈을 그냥 내주시지 않아요. 제가 제일 듣기 싫었던 부분도 그거예요. ‘아버지 땅에, 아버지 돈으로 편하지 않느냐’라고 하시는데, 가게 오픈하고 2년이 되어가는 동안 단 한시도 편한 적이 없었어요. 정말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몸이 정말 안 좋았으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아버지를 이해해요. 아버지 본인도 스스로를 위해 전혀 돈을 쓰시지 않으셨고, 저 또한 어려서부터 그렇게 교육받았으니까요. 군대 가기 전엔 조선소에서 1년 일했고, 대학 다닐 때도 항상 용돈이 넉넉하지 않아서 이삿짐센터나 건설현장에서 용돈을 벌었거든요. 돈의 소중함을 일찍이 알았죠. 요즘은 건강도 좀 챙깁니다.(웃음)”
신앙에 없으면 통영에 없다
“아버지는 많이 배우거나 말씀을 잘 하시는 분도 아니고 인맥이 탄탄한 것도 아니에요. 아버지는 집, 교회, 가게 외에는 없어요. 사교모임도 전혀 없고요. 하지만 자수성가하셨죠. 해외여행은 선교지 방문하는 게 다입니다. 평생 그렇게 사셨고, 또 교회나 선교지에서 필요하다 판단되시는 부분은 후원도 많이 하세요. 아버지 성공의 원동력은 신앙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도 그 덕분에 자식들이 형통하다고 말씀해주시니까요. 저도 그걸 닮고 싶어요.”
목회의 길로 들어선 형님과 달리 25살 되던 해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시작한 이 길.
“아버지의 신앙종합상사와 달리 저희는 공구 뿐만 아니라 건설, 토목자재도 취급해요. 준비하면서 공부도 했지만, 아직 건축이나 토목 관련 지식이 부족해요. 실제 부딪히는 거와 인터넷에 나오는 건 많이 다르더라고요.”
아버지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분이다. 어떨 때는 좀 더 부드러워지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바쁜 일보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하라’고 하신 말씀이 요즘 많이 와 닿아요. 아버지는 제게 큰 힘이 되시는 분입니다. ‘신앙에 없으면 통영에 없다’란 말이 있듯 아버지의 명성을 이어 계속 잘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신앙티엠
경남 통영시 광도면 남해안대로 1138 / T. 055)644-9334~5
글·사진 김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