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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경기 이천공구사 한정권 대표 이천에서 내가 제일 잘나가


이천에서 내가 제일 잘나가

경기도 이천공구사 한정권 대표





구색 갖추고 소매, 납품, 수리, 임대까지

 
한정권 대표가 말하기를 일단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구색을 갖추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한다. 제품이 없어서 뒤돌아서는 손님이 없는 그 순간부터 장사가 시작되는 것이며 악성 재고 같은 말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 어떤 하찮은 공구라도 그것을 기다리는 주인이 언젠가는 찾아온다고 말한다. 
“가게 재고를 위해서 처음에는 일단 안 써야 해요. 가진 것 없이 시작했으니 먹을 것 먹고 쓸것 다 쓰면 재고를 늘리기 어렵죠. 저도 옛날에는 짠돌이 소리를 들으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재고를 늘리면서 소매, 납품, 건설현장 등 안하는 것이 없이 장사를 합니다. 임대를 비롯해 수리도 해요. 공구 임대도 저희가 이천에서 제일 처음 했어요. 임대도 처음 시작할 때 중고물품을 사서 하는 것이 아니라 새 제품 포장을 뜯어서 임대해 드립니다. 그러면 새 제품이 중고 되지만 임대를 하면서 돈을 벌고 새 제품 사기 부담스러워 중고제품 구매하고 싶은 고객이 있어요. 그런 고객께는 임대하다 중고가 된 제품을 원한다면 판매 하는 거죠.”
이렇게까지 매출을 높이는 것에 집중하고 제품 판매 루트를 다양화 한 이유는 직원들의 인건비를 높여주기 위해서다. 이천공구상의 직원은 모두 6명인데 업계 최고수준의 월급을 주고 있다. 그렇기에 직원 대부분이 장기근속 한다.
“열심히 벌어서 같이 쓰는 거죠. 지금까지 30년간 우리 공구상에서 직원으로 일하다 나간 사람이 2명 있어요. 다 자기 가게 자기 사업을 하겠다는 친구들이었어요. 그 친구들에게도 저희 가게 물건을 빌려주곤 했죠. 직원들과 함께해서 가게가 성장했으니까요.”
 
청계천에서 제대로 배워 공구상 차려

한정권 대표는 20살 때부터 고향인 경기도 이천을 떠나 청계천의 한 공구상에서 일을 했다. 청계천에서 몇 년을 일하면서 공구와 기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월급을 모아 이천 시내 한복판에 공구상을 차렸다. 
“서울 청계천의 공구상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은 농사짓기 싫어서였어요. 그렇다고 집에서 대학을 보내줄 형편도 아니었고 일단 기술을 배우고 싶었는데 돈도 벌어야 했고요. 아는 분의 주선으로 청계천 한 작은 공구가게에서 일을 할 수 있었죠. 처음에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작은 5평 남짓한 청계천의 가게에서 직원 5명 월급을 줄 정도로 매출이 있었으니까요. 80년대만 하더라도 고향인 이천지역에는 제대로 된 공구상이 없었어요. 목표가 생기더라고요. 경기도 이천지역의 대표적인 공구상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자금 부족으로 구색을 충분하게 준비할 수 없었다. 낮에는 고객에게 주문을 받고 나서 밤에는 청계천에 직접 나가서 제품을 준비하는 나날을 보내며 가게를 성장시켰다. 청계천에서 공구에 대해 제대로 배운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공구에 대한 지식이 있어 손님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었다고. 시간이 흐르면서 작은 가게에 물품으로 가득 차더니 가게 규모도 점차 커지게 되었다.

 
성장 가도에 맞은 IMF 부도 위기
 
10년의 시간이 흐르자 가게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았다. 한참 사는게 재미가 있으려고 할 때 IMF가 오더니 엄청난 부도를 맞았다. 소위 억소리 나는 금액을 갚아 나가야 했다.   
“IMF 때 부도를 그때 당시 금액으로 5억? 6억 정도를 맞았던 것 같아요. 자고 일어나면 한 군데씩 부도를 맞았으니까요. 물건 주고 어음 받은 것 다 부도가 난거죠. 그때가 제일 고비였던 것 같아요. 다행이 30대 후반 젊었을 때라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적금을 비롯해서 모았던 돈을 다 털어서 극복을 했죠. 내가 그래도 여기서 장사를 시작해서 이천 지역에 이름도 어느 정도 알려지고 했는데 가게 문을 닫으면 끝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참 힘들었는데 지금에 와서 보면 IMF자체가 있어서 거래하던 업체 중 어설픈 업체는 다 사라진 것 같아요.”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부터 결심했던 것이 있다. 바로 마진보다는 신용을 쌓겠다는 각오다. 그런 각오가 있어서인지 한정권 대표는 IMF 부도위기가 있었어도 주변 사람들의 믿음에 부합하며 이겨낼 수 있었다. 이 같은 신용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욕망에 엄격해져야 한다.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로또 같은 복권도 구입하지 않는다. 오직 가게에 집중할 뿐이다. 

 
건설납품 조심하고 손님에게는 친절해야
 
“건설은 지금도 어음문화가 있는데 건설에 대한 비중은 줄였어요. 건설 쪽에 아직까지 어음거래가 있으니 건설납품은 잘 보고 거래해야 합니다. 그런데 돈을 벌려면 건설업체와 거래를 해야 해요. 외상거래를 완전히 끊을 수 없는 것이 저희가 이천지역에 기반을 두고 사업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공구상이 커지려면 구색도 중요하지만 손님에게 친절해야 합니다. 특히 지방의 공구상의 경우 찾아온 손님이 싫은 얼굴을 하고 떠나게 해서는 안 돼요. 소문이 안 좋게 나거든요. 아무리 작은 가게라 하더라도 이미지는 관리해야 합니다. 그래야 손님이 또 찾아오지요. 그래서 단골분한테는 외상거래도 하고요.”
그는 손님이 원하는 만큼 서비스와 안내를 해주는 모습을 솔선수범해서 직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당장 물건을 판매하지 못하더라도 손님에게 필요한 공구를 찾아주기 위해 몇 십 분을 응대하기도 한다.  
 
중심을 잡고 장사하되 물 들어오면 노 저어야
 
이천공구상은 공구위주의 장사를 하는 공구상이다. 다른 지역의 업체와 달리 만물상화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이천에서 공구 관련 품목 구색이 가장 많은 업체로 정평이 나 있다. 
“공구 구색이 늘어나면 점점 더 매출이 늘어나요. 그게 정상인 것 같아요. 공구 구색을 늘리는것도 부족한데 다른 물건을 늘릴 수는 없다고봐요. 전문성을 지녀야죠. 처음 저희 가게가 이천 시내에 문을 열었을 대 이 주변에 공구상은 저희뿐이었어요. 그런데 점점 이 거리가 다른 공구상으로 가득 차더군요. 이천 지역 사람들이 공구를 사려면 이 골목으로 오고 특히 저희가게에 자주 방문해주셨습니다. 입소문이 나고 그럴 때 일수록 더 잘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다보니 이천에 반도체 공장이 들어섰을 때 주위 사람들 따라 저희가게에서 물건을 많이 사가시더라고요. 결국 이 가게를 열었을 때는 월세로 들어왔는데 건물을 사게 되고 리모델링도 하고 옆에 땅을 사서 창고도 짓게 되었습니다. 다른 곳에 눈 돌리지 않고 운이 따를 때 방심하지 않는 것도 장사하는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재물운이 따르는데 역량이 부족하면  운도 떠나는 법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한정권 대표도 한 때 서울 청계천의 작은 가게 종업원으로 일하던 20살 가난한 청년이었다. 그랬던 청년이 이제는 이천 지역의 거상이 되었다. 한 길만 보고 고객을 위한 마음으로 노력하는 마음이 있어서다.

이천공구사
경기 이천시 이섭대천로 1180 / T. 031)632-2094

글·사진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