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4년 공구인의 꿈
김포 이젠공구 김현동 대표
이 지역 가장 이름난 공구상 될 것
“창업한 지 4년, 인천 검단에서 창업해 이곳으로 매장을 옮긴 지는 2년 됐어요. 가게 이름을 잘 지은 것 같아요. 이 건물 이름도
‘이젠아파트형공장’이고, 바로 앞에 ‘이젠공구상가’라고 크게 적힌 간판도 있거든요.”
김현동 대표는 공장 명칭을 따라 부르기 쉽게 ‘이젠공구’라 이름 지었다. 매장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19평 규모의 2층 건물. 1층은 판매, 2층은 창고로 활용하고 있다. 출입구 쪽에는 수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 두었다. 일반 수공구 뿐 아니라 용접자재, 절삭공구, 철물, 베어링까지 다양한 품목들을 유통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절삭 품목을 점차 늘려나가고 있다. 그는 “작지만 비싼 물건이라 번 돈이 수도꼭지 틀어놓은 것처럼 쑥쑥 나간다”고 웃으며 말했다. 품목이 많아지면서 매장은 발 디딜 틈 없이 진열된 물건들로 빽빽해졌다. 어질러져 있는 틈 사이에서도 그는 손님이 찾는 물건은 어떤 것이든 곧잘 찾아낸다. 1층에 없다면 2층으로 연결된 간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내려오는 그의 손에는 손님이 딱 원하던 그 제품이 들려있다.
공구 상식 100점 자랑하는 수리 전문가
이젠공구만의 특징적인 서비스는 ‘수리’다. 매장 앞에는 ‘전동공구, 에어공구 수리전문’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고등학교 시절 전자과를 전공했지만, 공구업계서 일을 하던 형을 보면서 공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공구 일이 정말 남자다운 직업이라 느꼈다고 했다. 군을 제대한 뒤 현대제철에서 기계 수리를, 계양전기 대리점에서 공구 수리 일을 거쳐 크레텍에서 A/S 업무를 맡기 시작했다. 전동, 에어공구, 콤프레샤 등 뭐든 요청이 오면 수리했다. 반품이 들어오는 공구들까지 품번을 써서 처리하는 업무도 맡다보니 이름 모르는 공구도 품목코드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지식을 쌓아가야 했다.
“카탈로그를 정독하면서 스스로 많이 노력했어요. 공구를 배워가는 게 재밌었고, 관심이 있으니까 품목과 쓰임새가 머릿속에 잘 들어오더라고요. 회사에서 상품교육을 받고 주기적으로 시험도 쳤는데 매번 100점을 맞았어요. 그래서 직원들은 궁금한 것 있으면 저한테 많이들 물어봤었어요.”
그는 수리 분야를 강점으로 이젠공구를 창업했다.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이젠공구를 알리기 위한 특별한 홍보방법이 되고 있다. 수리를 하면서 주변 거래처 손님들과 친해지고, 오는 손님들이 믿고 맡길 수 있어 재방문율이 높아진다. 가게를 둘러보며 필요한 물건들도 함께 사가는 경우가 많다. 그는 수리를 하면서도 신제품과 다른 분야 제품 수리를 끊임없이 배우고 있다.
“작동 안 되던 기계가 밤새 수리해서 시동이 팡 터질 때 기분이 정말 좋죠. 혼자서 수리를 해보고 도저히 안 되면 제조사나 지인에게 물어봅니다. 감사하게도 이전 직장에서 인연이 된 분들께 전화를 드리면 친절하게도 도움을 많이 주세요.”
그는 수리할 때 ‘안전’을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전원이 켜져 있으면 다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선 전원을 끄고 한번 꼼꼼하게 살펴보고 난 뒤에 전기 코드를 꽂아 작동시킨다.
현재 이젠공구는 보쉬, 디월트, ES 서비스 지정점으로 등록돼 있다. 수리 부품은 무조건 정품을 사용한다. 이익이 덜 남더라도 가품보다는 정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오래 장사하기 위해서는 ‘정직’을 우선해야한다는 김 대표의 철학이다.
가게서 숙식 해결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정직하게
사실 공구와 관련된 일을 시작하면서 공구점을 열어보겠다는 꿈은 오래도록 품고 있었지만, 마음처럼 쉽게 도전하기는 어려웠다. 5년 전, 그렇게 삼십대 중반이 된 그는 ‘하나하나 조건을 따지고 재다보면 매장을 열어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자 당장 일을 그만두고 실천에 옮겼다. 못 배운 수리를 보강하고, 가게를 열 적당한 장소를 물색했다.
“일을 그만두고 무식하게 매장을 열었어요. 앞뒤 안 가리고 넉넉한 자금도 없이요.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장소도 물색해보고, 수리 면에서 부족한 부분도 배우러 다녔어요. 그러다가 인천 검단 근처에서 시작했어요.”
당시 손에 든 자본금은 5천만원. 그런데 8평짜리 가게 보증금을 내고 나니 물건 살 돈이 없었다. 공구는 거의 갖춘 것 없이 수리를 해주면서 가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정말 처참했어요. 가게를 복층으로 만들어서 위층에서 먹고 자고… 2년간 오로지 일만하면서 지냈어요.
번 돈은 다시 공구 구매에 투자하고요. 처음에는 팔 물건이
없어 손님도 뜸했어요. 전동공구 위주로 수리를 하면서
관련 부품을 주로 갖추는 정도였고요.”
혼자서 모든 경영을 도맡아 해야 했기 때문에 실수도 많았다. 인터넷을 찾아보며 겨우 세금계산서 처리를 하고 나면 금액을 잘못 기입하는 등 실수를 해서 손해도 보고 욕도 많이 들었다. 외상 손님에게 돈을 못 받는 경우도 다수. 그래도 그는 무조건 버텼다.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하니까 무조건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침 7시반에 문 열고 끝나는 시간은 정해두지 않았어요. 밤 8~9시, 늦으면 12시 넘어서까지도 해요. 하루 종일 일하고 저녁에는 밀린 수리를 하고, 집에 가서 자기 전에 다음날 할 일 생각하면서 눈을 붙였어요. 일요일에도 일이 있으면 나오고요. 그런 식으로 버티다 보니까 결국 되더라고요.”창업 1~2년이 지나면서는 서서히 가게가 알려지고, 입소문을 통해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 집은 수리 잘한다’, ‘정직하다’는 인식이 심어졌다.
초심 잃지 않고 도전… ‘공구백화점은 나의 꿈’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손님들은 줄줄이 이곳을 찾았다. 급한 수리 요청, 납품 문의 전화, 소매 손님까지 응대하기에는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김 대표는 저녁이 되어서야 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공장 단지 주변에는 공구상이 많지 않고 수리까지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어 전동, 엔진 수리는 이젠공구를 꼭 찾게 된다고 한다.
“이 주변에 수리점이 없다보니 옆집 공구상에서도 종종 수리를 맡기러 오세요. 방금 다녀가신 분은 도로컷팅기 수리해달라는 공구상 손님이에요.”
아무리 바빠도 허둥대거나 힘든 내색 없이 편안한 태도로 웃으며 일을 하는 김 대표. 그의 모습에서 공구에 대한 끈기와 열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창업 후 다사다난했던 4년이 지난 지금,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부모님께 용돈 드릴 때와 지금까지 성장한 자신을 돌이켜 볼 때다.
“가끔 밤에 하루를 마감하고 불끄기 전, 가게 뒤를 돌아보면서 처음의 제 모습을 떠올려 봐요. ‘4년 전에 비해 많이 성장했구나’, ‘물건이 많아졌구나’ 하면서 뿌듯함을 느껴요. 초심을 잃지 말자는 다짐도 하고요. 창업할 때의 마음가짐을 잃으면 끝이라 생각하거든요.”
항상 새로운 것을 학습하길 좋아하는 그는 앞으로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용접도 배울 예정이다. 공장 내 다양한 업종의 종사자들을 보면서 많이 듣고 배우기도 한다. 그의 장기적인 목표는 큰 공구백화점과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이다.
“포천 쪽에 공구백화점을 봤는데, 주차장도 크고 마트처럼 한 번에 쇼핑할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도 멋지게 해 놓았더라고요. 그런 곳처럼 큰 규모의 쇼핑센터를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요즘은 인터넷 판매도 필수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인터넷 쇼핑몰도 운영할 예정이에요. 특히 사이트 내에 수리 신청 기능이 있다면 굉장히 편리하지 않을까요.”
그의 개인적인 바람도 하나 있다.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새 서른아홉을 맞은 그는 이제 가정도 꾸리고 싶다는 소망을 비췄다. 김현동 대표의 꿈, 그리고 장가가기 소원. 꼭 이뤄지길 바라본다.
이젠공구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 황금로 117 메카존 / T.031) 999-4909
글·사진_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