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제일건재공구상사
고성읍내에서 살짝 벗어나 진주와 거제, 통영 간 국도변에 위치한 제일건재공구상사. 이곳은 최근 가장 많이 성장한 공구상사로 주변에 입소문이 나 있다. 그러나 일대에서 가장 큰 규모로 키우기 위해서는 조일용 대표의 남다른 노력이 숨어 있다.
“많이 보러 다녀요. 현장이나 전시회 가서 요즘 트렌드도 살피고,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의 욕구에 맞추려면 노력해야죠. 간혹 손님이 ‘물건이 이렇게 많은데 찾는 물건이 없다’고 말씀하실 때 제일 속상해요. 그게 뭐든 저는 꼭 갖다놔야 해요. 손님이 찾는 거는 전부 다 갖춰놓고 봅니다.”
어디를 가든 공구상이나 공구거리 둘러보는 건 일상. 눈에 들어오는 공구상이 있으면 명함을 주고, 또 명함도 받아온다. 실제 여러 곳을 다니며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믿는다.
특히 서울에 가면 참새가 방앗간 찾듯, 구로동엔 꼭 들른다. 무엇이든 예사로 보지 않고 사진을 찍어두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게 공부라고 생각하기 때문. 실제 손님들이 필요한 물건을 얘기할 때 미리 봐두었던 거라면 쉽게 이해가 되어 구하는 데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보지 않고, 또 모르는 물건은 상상조차 되지 않아 일처리가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매장관리 철저, 정리정돈의 달인
“이만큼 키운 건 정말 사장님의 노력이라고 봐요. 365일 문을 안 닫았어요. 손님 한분 한분에게 정말 공을 들였죠. 작은 볼트 하나 사러 오신 분에게도 똑같아요. 하나하나 찾기도 힘들고, 1천원도 안 되는 걸 30분씩 찾아서 끼워주고 했으니까요. 제가 봤을 때 정말 성실하세요.”
365일 그를 봐온 아내의 말이다. 정말 그랬다. 매장 구석구석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 주야로 청소하고 물건 정리를 솔선수범해 정리정돈의 달인으로 꼽힌다.
“물건이 많아서 정리가 안 되면 찾기 힘들어요. 구매욕구라는 것도 그래요. 진열이 잘 되어 있으면 생각지 않은 물건도 사게 되는 동기가 되죠. 손님들이 편하게 둘러보며 원하는 물건을 찾을 수 있도록 정리가 잘 되어 있어야 합니다. 물건이 쌓여있으면 누가 뒤져보겠어요? 정리는 습관이에요. 우리 직원들도 잘 하고 있고요.”
2010년 3월에 설립했으니 만 6년이 지났다. 조 대표는 원래 벽돌제조업과 건축 관련 사업을 했다. 그러다 보니 공구상사로 사업을 전향하는 계기가 됐다고.
“건축 쪽을 잘 아니까 아무래도 건축자재 위주로 시작했죠. 그러다 납품이 많고 종합적으로 갖추다 보니 공구비중도 커졌고요. 지금은 거의 반반 됩니다. 힘은 들지만 이제 6년 쯤 되니 어느 정도 자리도 잡혔고, 매출도 많이 나아졌어요.”
하루 이틀 살 것 아닌데 건강 챙겨야죠
제일건재공구상사는 천 평 남짓 대지에 3층 건물 3백 평을 매장으로 쓰고 있다. 진돗개 백구가 지키고 있는 건물 뒤 물류창고까지 하면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토목, 농기구용 철물부터 건축, 토목자재 등 집 짓는데 필요한 건 다 있을 정도로 품목이 다양하다. 1층은 철물. 2층은 공구, 3층은 타일·도기전시장, 건물 뒤편 야적장에는 목재, 골재. 배관. 자재 밎 각종 건축자재 등으로 구분해, 누구든지 와서 꼼꼼히 살펴보며 물건을 고를 수 있도록 매장을 관리하고 있다.
“저까지 포함해 9명이 일하고 있어요. 지난해 매출이 40억 넘었는데, 올해는 경기가 좋지 않아 매출 신장을 바라진 않아요. 잘 유지되기만 바랄 뿐입니다.”
주말도 없이 일해 온 덕분에 가게는 성장했지만 조 대표의 건강은 나빠졌다.
“그렇게 아픈 건 첨이었어요. 너무 무리했나 봐요.
(웃음) 직원들은 쉬었지만 저희 둘은 일요일도 나와서 일했으니까요. 이제 3월부터는 일요일에 쉬어요. 하루 이틀 살 것도 아닌 데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러나 저는 노는 방법조차 모르는데, 집사람은 잘 놀더라고요.”
아닌 게 아니라 아내 정영순 씨는 정이향이란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인이다. 경남대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며 디카시운영위원장, 고성문인협회 사무국장 등 활발한 성격만큼 사회생활에도 열심이다.
“돈은 잘 벌고 있으니까 건강만 챙기라고 하죠. 못 일어나니까 다 필요 없더라고요. 50대 중반이 되면 건강이 제일 중요해요.”
바쁜 와중에도 안팎으로 챙기고 뛰어다니는 아내가 그에겐 큰 에너지다.
“제가 성격이 모나질 못해서 맺고 자르는 걸 잘 못해요. 그건 아내 몫이죠. 아내가 없었으면 이만큼 크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 모든 재산도 공동명의예요.(웃음) 물건이 많다보니 사실 여기도 좁아요. 3~4년 뒤에는 2천 평 이상 규모를 키워 옮길 계획입니다. 일본의 건축자재백화점처럼 조그마한 공구단지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지역과 나누는 삶, 불우이웃돕기
지역에서 제일 큰 공구상사로 손꼽히는 만큼 지역주민에게 보답하며 살고 싶다는 부부.
“‘저 집에 가면 공구가 제일 싸다. 저 집에 가면 다 맞춰진다’는 말씀을 해주실 때 좋죠. 앞으로도 지역주민들이 편리하게 필요한 물품을 살 수 있는 길목이 되면 좋겠어요.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도 되고요. 저희는 지역에서 번 돈을 지역에 환원하자는 의미에서 일정금액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고 있어요. 사장님은 말하지 말라고 하는데, 전 오히려 나눔문화 확산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말씀드립니다. 저희 역시 나눔활동을 계속할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