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최고의 ‘꿀케미’ 부자를 소개합니다
경주 거광종합상사 박용환·박재상 부자
부부와 아들, 함께 또 따로
“새벽이고, 밤이고, 사야할 물건이 있다면 대구로, 부산으로 다녔어요. 너무 피곤해 차 안에서 깜박 잠이 들면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도 있었죠. 학교에 지각도 많이 시켰고요. 조금 큰 다음에는 혼자 두고 다니고… 아이를 제대로 못 돌봤어요.”
당시에는 지금처럼 원하는 물건을 앉아서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부부와 아들, 온 가족이 함께 물건 하러 다녔다. 아들의 오늘은 아마 그때부터였으리라.
박용환 대표에게 아들 박재상 실장은 든든한 버팀목이다. 아들은 군대 제대 후 바로 합류했다. 아버지가 권하고 아들은 순순히 따랐다. 그러나 모든 것이 마음처럼 흘러가진 않았다.
“몇 년 전만 해도 30%도 내 맘에 차지 않았어요. 오죽 했으면 크레텍에 교육을 부탁하고 싶었을까. 그런데 지금은 결혼해서 아이도 있고 하니 물려줘도 될 만큼 스스로 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아요.”
어느덧 14년차에 이른 베테랑 공구인 박 실장에게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부족한 듯 31년차 아버지의 조언이 이어진다.
“‘내 물건 내가 판다’는 식이면 살아남지 못해요. 무조건 손님 우선이죠. 아무리 바빠도 1대 1로 밀착해서 챙겨드리라고 해요. 손님을 존중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죠.”
그렇다면 그들은 모든 부분에서 의견이 같을까? 다른 건 몰라도 결제 부분만큼은 둘의 의견이 팽팽하다.
“업체와 약속을 하면 저는 확실히 받아야한다는 생각이에요. 3번 약속하고 안 지켜지면 전화하는데, 아버지는 다르세요. 기다려주고, 또 기다려주고… 결제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죠.”
세대적으로 보면 아들의 말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박 대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많이 벌기도 했지만, 많이 떼이기도 했어요. 그러나 그 길이 어쩌면 지름길이었어요. 그 업체가 부도가 날망정 그냥 기다렸어요. 나중에 어떤 일을 시작하더라도 다시 우리에게 올 거라 믿었거든요. 우리 며느리는 그런 저를 이해해줘요.(웃음) 전 그게 오늘날 거광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IMF 때 부도내고 2년 만에 재기에 성공
박 대표는 인근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1987년, 입실의 8평 남짓 되는 가게에서 간단한 소모품 장사를 시작했다. 한참 성장할 즈음 IMF 사태로 부도가 났다. 그러나 2년 만에 재기해 지금은 8명의 직원을 둔, 일대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공구상사로 키워냈다.
“자고나면 부도소식이었죠. 전 돈을 못 갚아서 물건으로 다 갚았어요. 다시 점포를 여는데 단 한사람도 물건을 대주지 않겠다는 사람이 없었어요. 참 감사했지요. 저를 믿고 그냥 내준 건데, 그게 바로 신용 아닐까요?”
마침 1년 쯤 지나 만기되는 적금을 종잣돈 삼아 건물을 임대하고 간판을 올리니 물건을 장만할 돈이 없었던 것.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재기하게 된 그는 아침 6시에 가게 문을 열었고, 저녁 7시부터 새벽 2~3시까지 수리에 전념했다. 그리고 5년 만에 그 건물을 샀다.
힘들었던 시절 그를 든든히 잡아준 이가 또 한 명 있었다. 스스로 월급을 받지 않겠다며, 되는대로 생활비만 받고 다시 일어설 때까지 옆에서 돕겠다고 했다. 그는 바로 울산에서 한성종합상사를 운영하고 있는 최민환 씨다.
“총각 때 와서 결혼하고 아기 낳고, 가족처럼 지냈죠. 7~8년간 함께 했을 거예요. 많이 고마웠죠. 제가 독립시켜서 지금은 울산에서 잘 하고 있어요.”
온라인 쇼핑몰 오픈, 품목이야말로 큰 재산
현재 위치로는 2001년 옮겨왔다. A/S 전담기사가 있어 수리도 책임진다. 박 대표 부부처럼 아들도 26살에 안정된 가정을 꾸려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그들에게 아들은 큰 기둥이다. 최근 큰 수술을 하고 회복중인 그는 아들과 며느리 덕분에 병원에서 편안히 쉴 수 있었다고.
거광은 현재 금형부품만 3천여 종, 총 1만 4천여 품목을 갖추고, 120~130개 업체와 거래를 하고 있다.
“제게 사업 노하우가 있다면 품목이 많다는 겁니다. 품목이야말로 큰 재산이죠. 손님들은 ‘여기 오면 한 곳에서 모든 게 가능하다’고들 해요. 울산에도 이만큼 갖춘 곳은 없을 겁니다.”
최근엔 인터넷 쇼핑몰을 오픈해 전담직원이 실시간 업데이트 중이다.
“온라인 사업은 아버지 아이디어지만 돈을 떼일 염려가 없으니 그것만큼 좋은 건 없죠. 물품이 움직이는 것도 활발하고요.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공구몰이 많은데, 거기까진 못가더라도 절반수준이라도 끌어올리고 싶어요.”
특히 택배 발송 시 홍보전단을 함께 보내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판매의 폭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한민국 명산이란 명산은 안 가본 데가 없을 정도로 산을 좋아해 아들이 사십 넘으면 사업을 물려주고 산에 들어가 살고 싶다는 박 대표. 출퇴근도 같이, 산행도 늘 같이해 온 아내는 평생의 동반자로 그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저는 오토바이 한 대로 시작했어요. 크레텍 최영수 회장님은 자전거 한 대로 시작하셨죠. 통하는 부분이 많아 제겐 롤모델과도 같아요. 새벽 4시에 물건 가지러 가면 직원들이 벌써 다 나와서 일하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어요. 특히 제가 어려웠을 때 믿고 물건을 다시 내주었던 고마움도 늘 간직하고 있습니다.”
거광종합상사(www.거광공구.net)
경상북도 경주시 외동읍 산업로 1990(모화리) / T.054)773-1038
글·사진_김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