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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자출(자전거출근)의 맛 삼양기공사


자출(자전거 출근)의 맛

청계천 삼양기공사 이장욱 부장






청계천 공구상의 자전거 애호가

“자전거요? 그럼 나보다 이부장을 취재해야지!”
취재를 위해 한 공구상에 전화 걸었을 때 그가 던진 말이다. 그랬다. 자전거 타기를 애호하기로 소문이 짜한 이장욱 부장이 청계천 삼양기공사에 있었다. 그렇게 찾아가 만난 이 부장은 자전거 애호가라는 말에 손사래 치며 자기는 그저 생활 속에서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라 말했다.
“특별한 것 없어요. 자전거 타기는 생활의 일부일 뿐이죠. 저는 그저 집인 중랑구 먹골역 근처에서 여기 청계천에 있는 직장까지 출퇴근하고 있는 정도예요. 한 11km되려나요?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요. 33분에서 35분 정도. 버스를 타고 출근할 때는 안 막히면 40분 정도 걸리거든요. 막히면 한 시간 걸릴 때도 있고요. 시간이 덜 걸리기 때문이라기보다 그냥 자전거 타기가 재밌으니까 ‘자출(자전거로 출근)’하는 거예요.”
 
계절을 무시한 자출… 그게 자전거 타는 맛이죠

클램프 도매 전문 업체 삼양기공사에 근무한지 24년째인 그는 지금 8년째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햇볕 뜨거운 한여름에도 찬바람 부는 겨울에도 자출은 멈추지 않는다.
“여름에 자전거로 출퇴근한다고 하면 땀 줄줄 흐르지 않냐고 하는데 별로 그렇지도 않아요. 아침저녁은 선선하거든요. 또 땀이 심하게 날 정도로 빨리 달리지도 않고요. 땀 닦으면 될 정도로 타죠. 그런데 겨울에는 아무래도 추워요. 겨울철 힘든 게 첫째가 손 시리고 발 시린 거. 또 얼굴도 시리고. 그런데 자전거는 그 맛에 타는 거예요. 덥고 추워야 밖에서 자전거 타는 맛이 있는 거죠.”
그렇게 매일같이 자출 자퇴를 하는 그이지만 그래도 귀찮은 점은 물론 있단다. 바로 아침저녁으로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것. 잠깐 자전거를 타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30분이 넘는 시간을, 그것도 매일 페달을 굴리면 엉덩이와 허벅지 안쪽이 안장에 쓸려 물집 잡히기 일쑤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입는 패드바지를 공구상에 와 갈아입어야 한다는 것이 귀찮은 점이다. 


 
목적지 도달보다 타고 가는 과정이 더 중요해

사는 곳 근처 중랑천에 자전거도로가 생기고 작은 자전거 한 대 산 것을 계기로 자전거타기에 입문한지 올해로 10년 째. 그렇게 자전거를 탔지만 과거와 비교했을 때 건강상으로 크게 달라진 점을 못 느끼겠다 말하는 그였다. 하지만 강산이 변한다는 십 년 동안 나이든 그의 몸이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일 테다. 함께 어울리며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또래에 비해 건강한 것은 사실이라 한다.
출퇴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장거리 라이딩에도 참여하는 부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라이딩 코스를 묻는 질문에 5년 전, 서울에서 동해까지 달렸던 편도 240km코스라고 대답했다. 
“새벽 5시에 서울에서 출발해서 양평에서 다 같이 모여 라이딩을 시작했죠. 그리고 도착한 시간이 저녁 6시였어요. 꼬박 열두 시간 넘게 자전거를 탄 거죠. 보통 자전거 평균 속력이 23~24km정도거든요. 그래서 10시간을 목표로 하는 거예요. 중간에 밥도 먹고 쉬고 그래야 하니까. 참 힘들었던 기억이네요. 하하. 그 힘든 과정이 참 좋아서 타는 거예요.”
 
취미가 같은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즐거움

이장욱 부장이 말하는 자전거타기의 즐거움이란 곧 사람들과의 어울림이다. 자전거라는 동일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린다는 그것. 그것이야말로 자전거타기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혼자 타면 재미없어요. 솔직히 지겹죠. 사람들하고 같이 타고 가면서 쉬기도 하고 수다도 떨고 그런 과정이 자전거의 재미죠.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린다는 게 얼마나 좋아요.”
자전거동호회 ‘중랑천 자전거 패밀리’, ‘강북 동네 한바퀴’, ‘도로싸이클’ 등에 가입해 동호인들과 함께 라이딩을 즐기는 그는 다른 것이 아닌 사람이 바로 자전거를 타는 이유라 말한다.

글·사진_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