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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로또 파는 공구상 금강종합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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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파는 공구상 금강종합공구 (경기 김포)





김포 대곶면에 로또 명당 공구상이 있다?

복권 당첨 꿈꿔보지 않은 이가 어디 있을까. 지난달 “지역별로 취재하러 갈 때마다 로또 명당을 들러본다”는 한 기자의 말을 들었다. 로또 판매점을 검색해봤다. 스크롤을 내리던 중 ‘공구’라는 이름이 눈에 띄었다. 공구점인데 로또를 판매한다고? 전국 로또 명당 순위에 오른 ‘금강종합공구’. 수소문해보니 로또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복권을 주로 판매하는 곳이라 했다. 1등 당첨자가 5번 나왔다. 그 비결이 궁금했다. 무작정 김포 대곶면에 위치한 금강종합공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왠지 정감이 가는 가게. 도착하자마자 
‘복권판매점’ ‘로또’ ‘공구’라는 글씨가 눈길을 끈다. 외벽에는 1등 당첨일자가 적힌 플랜카드가 휘날리고 있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공구사랑입니다” 인사를 하는데… 마침 줄줄이 들어오는 손님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만원요”라는 능숙한 한마디와 함께 복권을 교환해 간다. 그들을 지켜보며 옆에 멀뚱멀뚱 서있으니 “왜 왔냐”며 손사래를 치는 직원 박철홍 씨. 복권판매를 하느라 바빠 공구사업은 줄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손님은 하루 500명 이상 오는 것 같아요. 96년도에 대곶면으로 이사 오게 됐는데 그 땐 허허벌판이었어요. 지금은 공장이 많이 생기면서 공구상들도 많아졌고요. 그래서 이 지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나 주말엔 마니산으로 등산하시는 분들이 지나가면서 로또 사러 많이 방문하세요.”
로또사업은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국가유공자 등 자격요건이 충족되는 사람만 신청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사업자로 뽑힐 때도 자리가 나는 등 운이 따라줘야 된다.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께서 공구상을 운영하던 중 우연히 로또사업을 알게 돼 복권위원회에 신청을 하셨어요. 10년 전부터 복권 판매를 시작하게 됐어요. 가족이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금두꺼비 꿈으로 1등 배출… 오는 손님은 각양각색

매장은 일주일을 주기로 돌아간다. 로또 당첨번호 발표일인 토요일이 가까워질수록 손님도 점차 늘어난다. 토요일 저녁이 제일 바쁘다. 평일에는 인근 직원들이 쉬는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시간이 붐비는 편이다. 사람을 많이 상대해야하는 만큼 고되고 자존심 상하는 일도 많다. 나이가 더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반말을 내뱉는 사람, 돈이나 물건을 툭툭 던지는 사람, 항의를 하는 사람, 복권을 우편으로 부쳐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반대로 꼬박꼬박 존대해주시는 어르신, 챙겨주는 손님도 있다.
“불과 몇 주 전에 즉석복권을 긁어 1억 당첨된 손님이 있었어요. 젊은 친구였거든요. 고맙다고 음료수 한 박스를 선물해주더라고요.”
대체 1등은 어떻게 당첨되는 걸까. 직원 박철홍 씨는 복권을 판매하면서 스스로도 많이 도전해보지만 크게 당첨된 적이 없다고 했다. 제일 잘 됐을 땐 5만원짜리 4등 당첨이라고. 
1, 2등을 차지하는 손님들이 부러울 것 같았다.
“한 번은 아버지께서 금두꺼비를 끌어안는 꿈을 꾸셨거든요. 그 때 우리 가게서 1등이 당첨된 거예요. 누가 당첨된 건지는 모르지만 그 분은 대박 났죠. 판매점이라고 해서 당첨금 받는 건 없지만 1등이 나온 곳으로 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3배정도 올랐어요.”
그는 “로또는 취미로 할 수 있지만 중독이 될 수도 있다”며 위험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사실 복권을 팔아 많은 이윤이 남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매일 희망을 사가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오늘도 그는 손님에게 
‘운’을 판매한다. 금강종합공구에겐 일상이지만 복권을 사간 이들에겐 일주일의 행복이다.

글·사진_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