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락, 인터폰도 지금은 자가 설치 시대
DIY용품 전문 쇼핑몰 하우스플러스
DIY시장의 3H : HR, HI, Hobby
현재 활황을 맞이하고 있다는 우리나라의 DIY시장. 과연 그 시장이란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일까? 보통 DIY는 세 가지의 H로 구분된다. 첫 번째, HR(Home Repair):집을 직접 고치는 것. 두 번째, HI(Home Improvement):집을 개선하는 것. 세 번째, Hobby:취미를 즐기는 것. 대개 DIY라 하면 목공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결코 그것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요즘 뜨고 있는 셀프 인테리어도 간단한 목공 작업과 함께 타일 작업이나 벽지 등 집 안의 악세사리 작업까지 전부 포함한 시장을 말한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DIY라는 개념은 잡혀 있지 않은 것이 보통이었다. 인터넷 쇼핑몰에도 DIY관련 항목이 없었던 것은 물론이다. 1999년 미래를 내다보고 DIY용품 전문 인터넷 쇼핑몰인 하우스플러스를 설립한 현상윤 대표는 우리나라의 트렌드 흐름은 다른 나라와는 반대로 되어 있다고 말한다.
“원래 DIY가 순차적으로 발전할 때는 집을 먼저 고치고(HR) 그 다음에 집을 개선하고(HI) 그런 식으로 나가거든요. 유럽이나 미국 같은 경우를 보면 그게 일반적인 흐름이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요즘 추세는 반대로 되어 있는 것 같아요. HI, 집을 개선하는 인테리어 작업을 많이들 하고 있어서 시장이 그 쪽으로 맞춰져 있고. 그러다 보니까 필요한 공구나 용품을 일단 많이 구입하게 되고 그걸 가지고 집을 고치게 되는 거죠.”
셀프 인테리어 활황의 이유, SNS의 붐
사실 2000년 무렵에도 우리나라에 DIY붐이 확 일었던 적이 있었다. 백화점마다 ‘핸드피아’라는 이름이 붙은 DIY 판매점을 표방한 샵들이 들어섰고 대기업에서도 쇼핑몰에 셀프 인테리어 매장들을 입점시켰으며 해외의 유명 업체도 우리나라에 지점을 오픈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붐은 사그라들었다. 그러던 것이 재작년, 2015년 말부터 다시 뜨기 시작했다. 그 이유에 대해 현상윤 대표는 SNS의 붐을 꼽았다.
“우리나라에 다시 DIY트렌드가 뜨기 시작한 게 작년 재작년, 그러니까 2015년 말부터가 시작이었어요. 제가 보기에는 그 시기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블로그 같은 SNS서비스가 붐이 일던 시기와 딱 맞거든요. 그런 SNS에 예전에는 자기가 요리한 사진이나 맛집 갔던 사진을 올리다가 어느 정도 식상해지다 보니까 사람들이 자기 집을 인테리어하고 예쁘게 꾸민 걸 올려서 자랑하는 거죠.”
사람들의 남에게 보이고픈 욕망을 구현시켜주는 기능 말고도 SNS가 가진 기능은 또 하나가 있다. 바로 정보 공유다. 혼자서 뭘 만들거나 뭔가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작업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그런 정보를 배울 곳이 없어 시공 업자에게 맡기거나 그저 구입하고 말았다면 지금은 인터넷 블로그에서 충분히 배울 수 있다.
“저희가 도어락이나 비디오 인터폰 같은 것들도 판매하거든요. 예전에는 보통 시공업자들에게 설치를 맡겼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70~80%가 다들 자가설치예요. 네이버 같은 데다가 도어락 시공이라고만 치면 관련 컨텐츠가 다 뜨거든요. 웬만한 인테리어 설치 같은 것들은 인터넷에 시공 방법이 굉장히 잘 나와 있어요. 동영상으로도 많이들 찍어서 올려 뒀고요. 그것도 셀프 인테리어와 DIY제작 트렌드의 한 이유라고 생각해요.”
하이엔드제품 찾는 소비자들… 트렌드에 대응하는 업계
DIY의 기준이 되는 공구는 바로 드릴이다. 집안 작업에 사용되는 가장 기본적인 공구이면서 가장 유용한 공구 드릴. 하우스플러스의 드릴 판매는 전년 대비 무려 50%이상 상승했다고 한다. 대표는 판매량의 증가도 증가지만 요즘의 일반 소비자들은 그저 기본 기능만 갖춘 공구가 아니라 거의 준전문가급의 공구를 선호하고 있다 말한다.
“요즘 소비자들은 하이엔드급 제품들을 좋아합니다. 드릴도 예전에는 10.8V를 주로 구입해 가셨다면 요즘은 18V드릴을 그렇게들 선호하세요. 18V면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건데 10.8V에 비해 두 배 정도 많이 팔려요. 또 드릴을 구입하는 분들은 볼트리무버도 많이들 찾으세요. 가정에서는 정말 쓸 일 별로 없거든요. 그런데도 전문가적인 품목을 구입하시는 거죠.”
다양한 종류의 DIY용품 전문 쇼핑몰인 하우스플러스의 판매액 가운데 90% 이상이 공구 제품이다. 그만큼 그저 구입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닌, 일반 소비자들도 전문적인 제작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런 트렌드에 대응해 업계에서도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업자들만 상대하던 공장들도 지금은 일반 소비자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시장이 커졌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요즘 인터넷 쇼핑몰 들어가 보세요. 정말 DIY작업 하기에 적합할 정도로 제품들이 잘 나와 있어요. 예를 들어서 소파를 직접 만들려고 해요. 그럼 소파에 들어갈 스펀지가 필요할 텐데 예전 같으면 직접 공장에 가서 원하는 사이즈로 재단을 하던가 해야 할 텐데 그게 녹록치 않은 일이거든요. 공장 사람들도 개인이 가서 하는 말을 듣기나 하겠어요? 그런데 요즘 인터넷 오픈마켓에 들어가 보면 스펀지를 원하는 사이즈대로 딱 재단을 해서 집까지 보내 줘요. 저렴한 가격으로요. 목재도 사이즈만 딱 넣으면 끝이에요.”
대표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DIY시장의 미래
DIY문화가 발달된 국가들은 대개 선진국들이다. 그만큼 금전적 심리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직접 뭔가를 만드는 데에도 관심을 갖는 법이다. 그런 국가들의 조건은 두 가지다. 주5일 근무제의 정착과 여유가 있는 선진국 문화의 확립. 그 두 가지 조건이 점차 잡혀 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DIY트렌드는 더 발전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대표는 말한다.
“예전에는 우리나라 가정에 드릴 보급률이 그렇게 놓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갖춘 가정이 많아졌어요. 그렇게 하나 둘씩 공구를 갖게 되다 보면 그 공구로 다른 작업을 하고 싶어지게 마련이거든요. 우리나라도 이제는 주5일 근무제가 정착이 됐고요. 아파트 문화라서 작업 공간이 부족하다고도 말하지만 요즘 전국에 공방이 얼마나 많습니까. 앞으로 우리나라 DIY시장은 더 갈 것 같아요. 더 좋게요.”
글·사진_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