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사랑은우리 공구인의 참고서죠 !
인천 삼일종합공구 방세일·박정하 부부
한 달 2만원으로 잘못 알아듣고도 오케이!
인천광역시 남동공단. 수없이 많은 공구상이 모여 있는 이곳에 공구사랑의 애독업체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 가게의 이름은 삼일종합공구라나 뭐라나. 간판에 적혀 있을 이름을 찾아 공단의 이 골목 저 골목을 돌아다니던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유리로 된 자동문. 아니, 면적 넓은 마트형 매장도 아니고 소규모 공구상에 자동문이라고? 의아함을 품은 채 ‘눌러주세요(PUSH)’라 적힌 버튼을 누르자 스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문이 열리며 삼일종합공구 방세일 대표가 나와 궁금증을 풀어줬다.
“놀라셨죠? 이렇게 작은 공구상에 자동문이라니. 이 자동문, 사실은 공구사랑 보고 단 거예요. 하하하.”
애독업체라더니 역시나! 몇 년 전일까.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오래 전에 실렸던 ‘발행인 칼럼’에 적힌 자동문 설치 이야기를 읽고는 그 다음날 곧바로 업체를 불러 설치한 거란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돈이 한두 푼 드는 것도 아닐 텐데 책 읽고 자동문을 단다니 사모님이 뭐라고 그러지는 않으셨나요? 하고 물으려는데 웬걸, 사모님은 더 심하다. 맨 처음 우편료를 받는다고 했을 때, 박정하 사모는 일 년에 2만 원이 아니라 한 달에 2만 원으로 잘못 알아듣고도 무조건 오케이! 했단다.
“공구사랑의 값어치가 2만원 보다는 훨씬 더 크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랬던 거겠죠. 나중에 보니까 일 년에 2만원이더라고. 하하하. 그런데 2만원 아니라 10만원이라고 했어도 아마 나는 오케이 했을 거야. 우리 대표들뿐만 아니라 이건 공구상 직원들도 꼭 읽어야 하는 잡지라고 생각하거든요. 재고관리 방법이라든지 아니면 매달 실리는 아카데미 기사 같은 걸 직원들에게 읽으라고 하고 싶어요. 공구사랑은 정말 우리의 참고서예요 참고서!”
이만 하면 벌써부터 애독업체 인정이다.
우물 안 개구리의 잠망경, 공구사랑
공구상은 하루를 남들보다 길게 산다. 새벽같이 문을 열고 밤늦게 문을 닫고. 그렇게 긴 하루를 보내는 공구상들. 하지만 방세일 대표는 공구상에서 새벽부터 밤까지 열심히 일하는 자신 같은 사람들은 그만큼 세상에 대한 눈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 말한다.
“그렇잖아요. 하루 종일 이 좁은 공간 안에서만 있어야 하니까. 그러다 보니 밖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요. 세상이 다 뭐야, 다른 공구상이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솔직히 그럴 수밖에 없어요. 아침에 출근해서 시간이 엄청 바쁘게 가잖아요. 그러다 보면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어요. 남이 어떻게 운영하는지 어떤 노하우를 갖고 있는지 이런 걸 전혀 몰라요. 그런데 공구사랑이 쭉 그런 이야기를 실어 주는 덕에 우리도 상당히 공유가 되는 거죠. 공구업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역할이랄까?”
공구사랑을 읽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란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고, 다른 업체의 사업 노하우를 공유하고, 작은 공구상의 ‘우물 안 개구리’가 그래도 공구사랑이라는 잠망경을 가지고 업계의 변화에 발맞추어 나가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근처에 함께 모여는 있지만 속 깊은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던 업체와의 소통 역시도 한 이유다.
“작년 11월 이었나? 여기 남동공단에 있는 업체 사장님 기사가 났더라고요. 그 분에 대해서 몰랐던 이야기를 실어 주니까 저희도 알 수 있는 거죠. 알고는 지내지만 서로 교류가 없으면 모르거든요. 또 알고 지내도 서로가 사업하는 입장에서 물어보기가 그렇잖아요. 공구사랑 덕분에 알게 되니까 서로 소통이 되는 거죠.”
여성 공구인의 필수품… 공구잡지라는 생각 안 들어
방세일 대표가 자신보다 더한 애독자라고 말하는 박정하 사모. 그녀는 여성으로서 공구상 운영을 하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구사랑을 꼼꼼히 읽는다 한다.
“제가 가장 주의 깊게 보는 건 ‘공구인 아카데미’기사예요. 제가 여자이다 보니까 처음에는 남자에 비해 공구에 대해 아는 것이 부족했거든요. 좀 어려운 기사들은 봐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 것도 있지만 그래도 제가 손님에게 공구에 대해 설명을 하려면 쓰임새가 어떻다 그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잖아요. 그 공구에 대한 전문가 분들이 기사를 적어 주시니까 큰 도움이 되죠. 또 가게 관리에 관한 전반적인 기사나 재테크 관련 기사 같은 것. 그런 것들은 과월호도 꺼내서 필요할 때마다 읽곤 해요.”
삼일종합공구 매장 안에는 꽤나 많은 수의 공구사랑이 꽂혀져 있다. 그것도 최근 발간된 것들만이 아닌 3년 전, 4년 전 발간된 호들도 잔뜩이다. 처음 나올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읽어 왔다니 공구사랑의 변화된 모습을 물어보기에 딱 적합하다 싶었다.
“많이 좋아졌죠. 잡지의 짜임새가 날이 갈수록 탄탄해지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뭐랄까, 그냥 ‘공구에 대한 책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만들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면 지금은 전혀 달라요. 보니까 책을 만드는 분들이 공구 업계에 대해서 폭넓게 다루려고 많은 노력을 하시는 것 같더라고. 그리고 표지도. 이제는 솔직히 표지를 보면 공구 잡지라는 생각이 안 드는 거 있죠? 하하하.”
지금도 좋지만 전문 공구 사용법도 있었으면…
만약 공구사랑이 없었더라면 공구상을 운영하면서 생각의 전환 같은 것 없이 그저 ‘다들 이렇게 사는 건가 보다’하고 관습에 빠진 삶을 살았을 것 같다 말하는 방세일·박정하 부부. 그들은 지금의 내용도 좋지만 세상의 변화하는 모습에 좀 더 잘 어울리는 기사를 싣는 것도 제안했다.
“월간 DIY라는 잡지가 있죠. 공구사랑에서도 그런 쪽으로 해서 DIY관련 공구 사용법 같은 걸 취재하고 모아서 단행본으로 판매해도 좋을 것 같아요. 요즘은 사람들이 여가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려 하잖아요. 그만큼 각종 동호인들도 다양하고요. 오토캠핑이나 가구 만들기, 텃밭 가꾸기 등등. 그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공구 사용법을 연재하고 묶어서 책을 내는 거예요. 또 요즘 자전거 타는 분들은 얼마나 프로페셔널 합니까. 그런 분들은 자전거 공구도 굉장히 좋은 걸 쓰려고 해요. 공구상에서 대충 구입하려고 하지 않거든. 그런 전문 공구에 대한 기사도 좋고요.”
공구사랑 애독자의 깊은 안목이 느껴지는 제안이었다.
글·사진_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