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은 언제나 만루 풀카운트
프로야구 선수에서 측정전문 유통상으로 부산 ㈜월드
첫 도전. 프로야구 선수에서 공구상 주인으로 변신
1982년은 한국프로야구가 창설된 역사적인 해다. 삼성 라이온즈, OB베어스, MBC청룡, 삼미 슈퍼스타즈, 해태 타이거즈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 여섯 개 구단으로 시작된 한국프로야구는 현존하는 각종 국내 프로스포츠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리그이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리그로 자리매김했다. 구단명이 바뀌기도 하고 새로 창립되기도 하며 열 개로 정리된 구단 중 현재 연고지 지역민의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그 사랑은 프로야구가 시작된 해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월드의 정문섭 대표는 바로 그 롯데 자이언츠의 창단 멤버다. 첫 해, 82년 8월 8일 삼미 슈퍼스타스전에서는 프로야구 통산 3호 만루홈런을 날린 주인공이기도 하다. 취재일에는 다른 지역 공장에 가 있어 만나지 못했지만 그의 아내 권용성 이사로부터 대표의 이야기를 들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야구를 시작했어요. 아마야구를 계속 하다가 프로야구 생기면서 롯데 자이언츠 창단 멤버로 선수 생활을 했죠. 오래 하진 않았어요. 허리 부상도 있었고 또 나름의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그만두고 나와서 자영업을 시작한 거죠. 은퇴한 선수 중에서는 좀 색다른 길을 걸었던 셈이에요.”
지금 ㈜월드 본사 건물의 기둥에는 ‘일구회(一球會)’명판이 붙어 있다. 일구회란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들의 모임 이름이다. 은퇴 이후 운동 선수들은 주로 음식점이나 유니폼 사업체·운동 용품 업체 등 운동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정 대표는 생각이 달랐다. 동서의 도움으로 엉뚱하게도 월드기기상사라는 이름의 공구상을 설립했다. 조선소 납품을 중심으로 하는 공구상이었다. 야구 선수 출신으로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간 셈이다. 도전이었다.
둘째 도전. 계측-측정 공구로의 관심 전환
1980년대 말, 경기 호황으로 사업의 맛을 알게 된 정 대표. 하지만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모종의 사건이 있어 주 납품처였던 조선소와의 거래가 중단된 것이다. 일반 수공구나 전동공구 등 일반 공구의 납품이 뚝 떨어져 버렸다. 대표는 판매의 시선을 일반 공구에서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계측-측정 기기의 판매였다.
“정말 그 때는 이렇게 매출이 많이 줄어버리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그랬는데 측정기 쪽으로 눈을 돌리고 판매처를 개척하다 보니까 다행히도 납품이 뚫리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측정 쪽에 신경을 쓰고 공부를 시작했던 거예요.”
그렇게 측정-계측기에 대한 공부와 시장 조사를 하던 정문섭 대표는 미래의 가능성을 내다봤다. 기술의 발달과 시장의 확대를 예상했던 것이다. 그러고는 덜컥 국내의 유명 정밀측정장비 전문 수입 유통업체에 입사를 결심한다. 또 한 번의 도전이었다.
국내에 다섯 곳 밖에 없는, 일본 유명 측정-계측기 제조사 미스토요의 특약 대리업체에 입사한 대표는 그곳에서 5년 동안 근무하며 관련한 많은 것들을 배웠다. 계측 공구는 단지 판매만 할 수 있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기계에 대한 숙련된 지식이 있어야만 고객을 만족시키고 이후에 지속적으로 이어질 관리업무까지 맡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측정-계측 전문 공구상을 운영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셋째 도전. 해외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직접 들이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의 ㈜월드를 창립했다. 처음에는 근무하던 미스토요 특약 대리업체로부터 제품을 납품받아 판매했다. 하지만 만족할 수 없었다.
“특약점에서 물건을 납품받는다고 해도 어차피 손을 한 번 더 거치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그것만으로는 매출이나 직원들 월급이 충족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안 되겠다, 우리가 직접 물건을 들여와서 팔아야겠다고 결심을 한 거죠.”
마음은 그렇게 먹더라도 실행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선은 개최되는 박람회를 찾아다니며 수입할 만한 가치가 있는 브랜드를 살폈다.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기계공구박람회는 물론, 중국이나 독일 등 해외 개최 박람회에도 찾아가 들여올 브랜드를 살펴봤다. 하지만 그렇게 브랜드를 찾는다고 해도, 그 쪽으로부터의 계약 동의를 받는 것 또한 까다로운 일이다.
“작년 하반기에 저희가 들여온 이탈리아의 메트리오스 브랜드 같은 경우는 저희가 4월부터 계약을 위해 애를 썼어요. 계약이 우리만 하고 싶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해외 박람회에 가서 저희가 그 쪽 물건을 보고 우리의 의사를 타진하고 그러면서 이탈리아 본사에도 두 번이나 방문했어요. 그 쪽에서도 저희 사무실에 방문했었고요. 사실은 메트리오스 쪽에서 우리에게 대리점을 주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한 모양이더라고요. 우리 사무실은 부산에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서울이나 수도권에 대리점을 주고 싶어하지 않겠어요?”
그래도 ㈜월드는 전시회 출품 등 마케팅의 적극적인 노력과 직원들도 모두 기계에 대한 핸들링을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다른 거래처는 주문-판매만 가능한 오퍼 역할만 하는 데 비해 기술영업도 가능하다는 것 등의 장점으로 대리점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 현재 ㈜월드는 이탈리아의 메트리오스는 물론 인도의 다이나스캔, 중국의 샤헤 등 세계적인 측정-계측기 브랜드의 국내 대리점을 맡고 있다.
계속되는 도전. 세계 박람회의 참관은 계속될 것
앞에서 말한 것처럼 ㈜월드가 가진 유통상으로서의 강점은 기술영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술영업이란 기기 납품 이후의 설치와 납품처 교육,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그리고 각종 A/S등을 말한다. 그런 기술영업이 가능해야 고객도 만족을 하고 비로소 제대로 된 브랜드의 납품이 가능한 것이다.
“저희 회사의 남자직원 다섯 명은 모두 다 각종 기기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면서 다룰 수 있어요. 그러면서도 교육을 끊임없이 받고 있죠. 지난번에도 직원 두 명이 이탈리아에 가서 일주일 동안 기기를 뜯어서 면밀하게 진행하는 교육도 받고 왔어요.”
직원 교육은 업체 입장에서 보면 ‘투자’다. 대표는 직원에게 투자하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직원들이 지금 가지고 있는 계측기에 대한 지식 가운데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없다. 전부 사회에 나와, ㈜월드에 입사해 익힌 지식들이다. 대표는 그처럼 사회에서 배우는 것들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에 직원들을 충실하게 교육시키고 있다 말한다.
“직원 교육에 드는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면 자기가 다 해야죠. 세상일을 혼자서 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그런데 두 사람이 하는 일은 1+1이 2가 아니라 3이 될 수도 있거든요. 직원들의 노력과 열정을 믿고 성공을 위한 투자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희 회사 직원들 근속년수가 길어요. 제일 오래 된 직원이 16년 그리고 10년 8년 4년.”
㈜월드 정문섭 대표의 도전은 여전히 유효하다. 4월에 있을 북경 전시회, 5월의 독일 전시회 등 앞으로도 세계 박람회를 찾아다니며 새로운 브랜드를 찾겠다 말하는 그다,
“위기 상황을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해 도전하다 보니까 지금에 이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잘 될 때는 다른 쪽을 바라보지 않잖아요. 그런데 위기가 찾아왔을 때는 주위를 둘러보게 되죠. 위기 때 넘어지지 않고 다른 방향을 향해 도전했던 게 오늘까지 온 바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글·사진 _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