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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철물점에 삼촌이 떴다!


철물점에 삼촌이 떴다!

재미있는 브랜드, 세련된 디자인  삼촌네철물점





 
‘사장’ 아니라 ‘대표 삼촌’입니다
 
아기자기한 간판 디자인과 깔끔한 가게 인테리어는 특이하면서도 친근함을 준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춥다며 따끈한 차 한 잔 건네는 김상진 대표. 반달모양의 눈웃음으로 반겨주는 모습은 마치 우리 집 개구쟁이 삼촌 같다. 생강 향 솔솔 나는 차를 사이에 두고 그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간판이 눈에 띄네요. 직접 디자인하신 건가요? 
디자인 잘 하는 친구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아이디어는 저와 가족, 직원이 함께 회의를 통해 내고 결정도 했죠. 밖에 있는 깃발의 문구도 같이 생각해냈고, 디자인 시안은 친구가 잡아줬어요.

‘삼촌네철물점’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각하게 되셨나요?
처음 가게를 열 때 어떻게 하면 우리 가게를 가장 잘 홍보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친구들, 식구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다가 ‘삼촌’이라는 이름이 떠올랐어요. 전주 시내에는 
‘삼촌네과일가게’가 몇 군데 생겼거든요. 삼촌이 친근하고 좋을 것 같아 결국 선택했어요. 2안으로 ‘아저씨철물점’라는 이름도 나왔는데, 비슷한 이름을 가진 철물점들이 다른 지역에 몇 개 있더라고요. 철물점 중에 삼촌네라는 이름은 검색해보니 없었어요. 딱 좋겠다 싶었죠.
 
명함에도 ‘대표 삼촌’이라고 적혀 있네요.
저희 매장에는 사장이 없어요. 사장님이라 불리는 것 별로 안 좋아해요. 저는 대표니까 ‘대표삼촌’, 직원은 ‘삼촌’이라 명함에 새기고 서로 삼촌이라 불러요. 이모도 있어요. 친누나와 같이 일하지만 누나라 하지 않고 ‘이모’라 불러요. 누나는 저보고 ‘삼촌’이라 하고요.
 
재미있네요. 손님들 반응은 어떤가요?
친근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식당이든 어느 가게에서든 여성 손님들이 호칭 부르기 애매할 때 삼촌이라 하시거든요. 이전 직장에서도 공구 판매 일을 했었는데 삼촌이라 많이 불렸어요. 가게 방문하는 모든 분들이 제게 삼촌이라 불러주면 좋겠어요.
 
삼촌이라는 이름 때문에 스스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우선 손님에게 더 다가가려고 노력을 해요. 삼촌의 마음으로 하나라도 더 신경써주고요. 손님이 공구를 사고 싶어 해도 고르는 대로 다 팔지 않아요. 우리가 봐서 굳이 손님에게 필요 없는 물건은 팔지 않아요. 내가 산다고 생각하면 돈만 많이 들고 아깝거든요. 원래 있던 공구를 조금만 손 보고 사용하시면 된다고 하거나 다른 보완점을 알려드려요. 손님들이 “물건 못 팔아서 어쩌냐”하면 
“다른 사람 오면 또 팔면 돼요” 그래요.

본인은 실제 조카에게 어떤 삼촌인가요?
멋진 삼촌이죠(웃음). 놀러갈 때 항상 같이 다니고요. 전 조카가 뭘 해달라기 전에 먼저 해주는 스타일이거든요. 아이들이 할 수 없는 경험을 많이 시켜줘요. 얼마 전에는 스키장에 데리고 갔더니 좋아하더라고요.

 
매장 둘러보며 차 한 잔, 
고객에 편안함과 친근감을
 
삼촌네라는 이름에 맞게 마케팅도 독특할 것 같은데요. 
삼촌 같은 편안함을 주기 위해 손님이 오시자마자 음료를 건네 드려요. 음료수, 커피, 차를 갖춰놓고 물건 고를 때 드리는 게 아니라 매장에 방문하시면 먼저 드려요. 한 잔 하면서 물건을 살펴보시죠. 살 거 없다고 해도 ‘그래도 드시면서 천천히 구경하고 가세요’ 그러고 우리 자리를 비켜드려요. 편하게 보실 수 있도록 해요. 손님 쫓아다니면서 사는 걸 기다리면 부담스러우시잖아요. 그러다보면 구매율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또 다른 홍보방법이 있다면?
가게 이름을 각인시키기 위해 간판에 전화번호를 적지 않았어요. 궁금하면 인터넷 검색을 해보거나 114에 전화해 물어보면서 삼촌네철물점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잖아요. 전화번호는 한 번 들으면 외우기 쉬워요. 끝자리가 3004에요. 삼촌네.
또 최근에는 좋은 선반 브랜드를 알게 돼서 가게 앞에 공동구매 하자는 현수막을 설치하고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도록 선반도 몇 개 뒀어요. 지나가다 구경하시고 참여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겨울 비수기에는 이런 틈새 판매방법도 활용해요.

삼촌네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친절함, 정찰가, 들어와서 웃을 수 있는 가게 분위기죠. 정찰가를 위해서는 전 품목을 바코드화 시켰어요. 물건에 바코드를 다 붙여두고 찍어서 계산할 수 있게끔 해요. 재고관리도 다 되고요. 그리고 저는 돈 버는 것보다 사람 상대하는 게 재밌어요. 얘기하는 걸 좋아하고 뭘 챙겨주는 것도 좋아하고. 그러다보니 손님이 지인들한테 추천도 해줘요. 한 주부손님은 개업식 때 구경 오셔서 친절하게 해드렸던 게 기억에 많이 남았나 봐요. 얼마 뒤에 다른 친구 분들을 데리고 공구 사러 오시더라고요. “여기 차 맛있어” 그러면서요.
 
매장이 굉장히 깔끔한데, 재고는 많이 안 두시나요?
재고는 조금만 둬요. 저희는 납품도 있지만 소매 손님을 주 타깃으로 생각해서 매장을 열었기 때문에 물건이 잘 보이는 게 중요해요. 가게 안을 둘러보고 고르기 쉽게끔 몇 개씩만 진열해둡니다. 물건 주문도 필요한 것만 조금씩 해요. 건물을 조립식으로 세우고, 내부 인테리어 하는 건 건축하는 친구가 도움을 많이 줬어요.

 
어느 지점에 가도 같은 가격으로… 
공구계 편의점 만들 것
 
왜 어려운 경기에 창업을 선택하셨나요?
경기는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지만 저는 오히려 어려울 때 자리를 잡아두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남들 다 잘 될 때 저까지 개업한다고 해서 잘 되는 건 아니잖아요. 미리 준비하는 거죠. 초기단계니까 판매보다는 장사 잘 안될 때 자리 잡고 홍보를 잘 해두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년간 준비해서 지난 9월 24일에 개업했어요. 아이들도 어려서 제 나이 조금이라도 젊을 때 시작해보려고요.
 
이곳 위치를 선택하신 이유는?
우선 사람들이 가게를 잘 볼 수 있도록 차 이동량을 많이 봤어요. 여기 바로 앞이 도청, 방송국, 경찰청 넘어가는 큰 길이라 차량 이동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래서 소매 고객들에게 우리를 알리기 좋은 위치 같았어요. 월세라 여기서만 계속 장사할 수는 없고,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고 싶었어요.
 
창업에 도움을 주신 분들이 있나요?
많죠. 디자인해준 친구, 인테리어해준 친구, 가족들, 적은 물건이라도 잘 갖출 수 있도록 신경써준 거래처 영업사원 다 감사하죠. 또 물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잖아요. 저는 경제통상진흥원을 통해서 지원 많이 받았어요. 간판 지원 사업을 통해서도 150만원을 받았고요. 얼마 전에는 전라북도 내에서 성공적인 창업사례로 인정받아 도지사 상을 받았어요.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하는 게 이 분들한테 보답하는 거겠죠.

창업한 지 4개월째인데, 경영에 어려운 점이 있다면?
예전에 직원으로 일할 때는 어떤 일을 결정하기 위해 직원들, 사장님과 상의를 했는데 이제는 혼자 결정해야하는 일이 많아져서 힘들더라고요. 예를 들어 이 공구를 지금 갖춰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전기재료를 늘려야 하나 공구품목을 더 늘려야 하나 이런 것들이요. 어떤 게 잘 팔릴지 몰라서 미리 결정하기 어렵죠. 가격 정하는 것도 그래요. 무조건 싸게 판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거든요. 주변 공구상들의 견제도 있고.


 
가격을 책정하기 위한 기준은 무엇인가요?
인터넷 가격이 기준이에요. 배송비 포함해 가격 따져보고 저희도 그에 맞춰요. 일반 철물점보다 싼 것도 있고 비싼 것도 분명 있겠죠. 손님들이 가격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면 인터넷 가격을 보여드리고 약간의 마진만 본다고 설명 드려요. 그럼 이해하고 물건을 사가시거나 재고가 없으면 주문을 기다려 주세요.
 
공구 편의점 같은 느낌이네요.
사실 제가 처음 이 철물점을 구상할 때부터 편의점을 컨셉으로 했어요. 그걸 목표로 처음부터 홍보하고 이미지 마케팅을 시작했죠. 나중에 삼촌네철물 어느 지점에 가도 같은 분위기에 같은 가격, 같은 물건을 찾을 수 있도록 하려고요. 간판도 지금 간판과 똑같은 크기로 만들려 해요. 고객들이 공구살 때 ‘삼촌네철물점’을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앞으로의 계획은?
내년에는 체인점을 하나 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카페처럼 꾸며서 누구나 쉽게 와서 구경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인데,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인 거죠. 그리고 인터넷 쇼핑몰도 같이 운영할 예정이에요. 삼촌네철물점은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겁니다. 자신 있어요.

글·사진 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