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전체메뉴 열기

공구상탐방

비밀무기는 좋은 인상, 웃음 가득한 명신종합건재


비밀무기는 좋은 인상 무조건 웃어라
 
충남 공주 명신종합건재 김석원 대표

 



스무 살 적부터 쌓아 온 신용

충청남도 공주시의 대표 공구상이라 불리는 명신종합건재. 그런데 이게 웬걸? 처음 방문한 명신의 매장은 생각했던 것과는 180° 달랐다. 매장을 가득 메우고 정신없이 쌓여 있는 공구와 사람 한 명 지나다니기 힘든 통로. 디스플레이라 할 것도 없이 그저 ‘적재’되어 있기만 한 건축 자재들…. ‘여기가 정말 잘나가는 공구상 맞나’ 하는 의심은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손님들 덕에 사라졌지만 그 이유가 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김석원 대표에게 잘나가는 비결을 물었다.
 
-매장에 공구뿐만 아니라 품목이 정말 많네요.
하하, 그렇죠?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공구상을 하다 보니 품목이 이렇게 늘어나 버렸네요. 지금 나이 쉰여덟에 스무 살 때부터 해 온 장사니까 벌써 40년 가까이 됐군요.
-스무 살 때부터요? 그때부터 공구상 문을 연 거세요?
가게 문이 열린 건 그보다 훨씬 더 먼저였죠. 저희 아버지가 운영하던 명신철물이라는 철물점을 제가 스무 살 때부터 이어받은 거예요. 제 나이 열다섯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거든요. 어머니가 이어 하던 매장을 완전히 제가 인수했던 거죠. 중학생 때부터도 장날이면 선생님 허락 받고 나와서 일을 도왔으니까 공구상 일을 시작한 건 더 오래 됐네요.
-와, 그럼 벌써 38년째네요. 어떤 비결이 있길래 이렇게나 오래 운영해 오신 걸까요?
우리 가게는 특별한 비결이랄 게 없어요. 다만 오랜 시간 동안 누적되어 온 고객과의 신뢰. 그게 다예요. 서울 같은 대도시 공구상도 그렇겠지만 지방 도시의 공구상은 손님들이 거의 아는 사람이거든요. 처음 본 사람이라도 한 다리만 건너면 누구나 알 수 있어요. 그렇다면 신뢰는 더더욱 중요하죠. 그리고 장사라는 게 으레 그렇잖아요. 처음에는 어려울지 몰라도 기반이 좀 닦이면 편해지죠.
-그럼 단골손님들이 정말 많겠어요.
물론 많죠. 그동안 쌓인 신뢰 덕분에 우리 가게 와서 물건 값 흥정하는 손님은 한 명도 없잖아요. 얼마 달라고 하면 다 그 값 내고 받아가고. 제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걸 알고들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단골손님만 잘 대하는 건 결코 아니에요. 저희 가게에는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오래 된 손님과 처음 온 손님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똑같이 대하고 같은 가격에 판매하고. 그러다 보니 손님들이 좋아하더라고요.
-그래도 손님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신뢰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은데요
다른 게 있다면 우리 가게는 정말 ‘만물상’이라는 거예요. 없는 게 없거든요. 지금 이렇게 매장 안이 정신없는 이유도 그만큼 공구뿐 아니라 갖가지 건축 자재며 등등이 쌓여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도 손님들이 ‘명신종합건재에 가면 다 있다’는 말씀들을 하시니까 저도 기분 좋죠.
-대표님과 아내분, 그리고 두 아들까지 네 가족이 함께 일하고 있잖아요. 어떠세요?
좋죠, 정말 좋죠. 가족경영이라는 게 얼마나 좋은데요. 믿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장사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복이에요. 그리고 우리 식구들이 참 잘 해요. 손님들 대하는 것도 그렇고 열심히 하고.
 

 
네 가족이 운영하는 공구상… 가족운영은 ‘행복’
 
아버지의 가게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형제, 큰형 김인호(27)와 동생 김영호(24). 형은 3년 전부터 공구상에서의 일을 시작했으며 동생은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온 뒤, 2년 전부터 가족과 함께 일하고 있다. 둘은 같은 세대의 다른 이들보다 조금은 빠른 시기에 인생의 방향을 정한 셈이다. 다른 세상이 아쉽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둘은 공구상 일이 너무나 재미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아버지 인상이 참 좋으세요. 그것도 공구상 운영에 도움이 되는 걸까요?
동생 영호 가끔 그렇게 말씀하시는 손님들도 계세요. 아버지 얼굴 보고 가게 온다고. 하하. 농담 삼아 하는 말인 건 알지만 그래도 저희 아빠 인상 좋은 건 사실인 것 같아요.
형 인호 그것보다도 아버지는 센스가 좀 있는 것 같아요. 장사 센스라고 할까요? 나름의 느낌이요. 장사하는 사람에게는 ‘감’이라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들 하잖아요. 제가 볼 때는 그게 좀 뛰어난 것 같아요. 그런데 아빠에게 부족한 게 좀 있다면 물건을 막 팔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 아빠는 백로 같아요 냇가에 서 있는 백로. 가만히 서서 물고기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잖아요. 제 고등학교 선배가 있는데 저한테 아버지처럼 장사하면 안 된대요. 물건을 막 팔려고 해야지. 하하하. 아마 손님을 재촉하지 않는 모습에서 사람들이 신뢰를 하는 걸지도 몰라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공구상에서 일한 지도 꽤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떠세요?
저는 참 좋아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 공구상을 들락날락 하면서 공구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거든요. 재밌잖아요 그런데 저한테 아버지가 잘 차려놓은 공구상에 들어가서 일 한다고 금수저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저는 그런 소리 듣는 게 좀 민감하거든요. 솔직히 좀 싫어요. 저는 제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뿐이거든요.
동생 저는 제가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인생 항로를 일찍 정하고, 목표를 향해서 일찍 출발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또 공구상 일은 정말 재밌어요. 한 시도 쉴 틈 없이 몸을 계속 움직여야 하는데, 제가 몸 움직이는 걸 좋아하거든요. 운동도 좋아하고요.
-청춘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을 미래에 대한 고민과 불안 같은 건 없나요?
그런 것 생각할 틈이 없네요. 공구상 일에 익숙해지기 바빠서요. 그게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 요즘은 손님들이 매장에 와서 아버지가 아니라 제 이름을 부르면서 찾을 때가 있는데 그 때 얼마나 뿌듯한지 모르겠어요. 전화에서도 엄마가 받으면 ‘큰아들은 어디 갔나? 나는 큰아들이랑 통화하고 싶다’하는 분들이 있다는데 그럴 때도 참 기분 좋죠. 그래도 내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나 보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동생 저도 형과 마찬가지예요. 아직 저는 일한지 얼마 안 돼서 어떤 공구가 어디에 적재되어 있는지 알아 가는 게 급선무죠. 다른 고민할 시간이 없어요. 그래도 요즘은 손님들이 자주 찾는 공구는 어디 있는지 다 알아요. 2년밖에 안 됐지만 그 전에 학교에서 공부하다가도 주말마다 매장에 나와서 일을 도왔거든요.

 
공구상 이어받겠다는 아들들 덕에 힘이 나
 
지금, 정신없는 매장을 벗어나 넓은 마트형 매장을 준비중이라는 명신종합건재 김석원 대표. 그런 커다란 목표를 힘을 내 이뤄나갈 수 있는 이유는, 공구상을 승계하겠다는 아들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두 아들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 매장에서의 판매로 만족했을 거라고.
 
-마트형 매장을 위해 이미 땅도 구입해 둔 상태라면서요?
대표 맞아요. 창고 면적도 포함해서 꽤 넓은 땅을 준비해 뒀습니다. 그런데 좀 걱정이 되기도 하는 게 거기는 여기보다 입지 조건이 좀 좋지 않거든요. 아마 잔 손님은 지금보다 덜 오고 큰 손님들이 늘어날 것 같아요.
아빠, 걱정할 것 없어요. 이마트를 봐요. 외진 곳에 있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잖아요. 주변 부동산 가격을 올릴 정도로요. 그리고 제 생각에 큰 매장으로 이전해서 공구 진열도 잘 하고, 또 공간도 여유있게 정리 잘 해 두면 일하기도 쉬울 거예요. 또 제 생각에는 아마 직원 구하기도 쉬울 거예요.
동생 맞아요. 다른 업종의 매장은 직원을 다들 쉽게 구하는데, 공구상은 사람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근처 노스페이스 매장만 봐도 직원들을 금세 구하는데 우리 가게에서 일하겠다는 사람은 찾기가 정말 힘들어요.
대표 이전하면 경리 보는 직원도 채용하고 또 바코드 시스템도 도입해서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죠. 제대로 장사하려면 그런 것들이 꼭 필요할 것 같아요. 제가 이처럼 꿈꾸는 가게를 이뤄내고자 하는 것도 다 이녀석들 덕분입니다. 같이 한다고 안 했으면 아마 지금처럼 마트형 매장도 생각 안 했을 거예요. 그냥 혼자서 하다가 나중에 나이 들어 접을 거였다면 더 키울 이유가 없는 거겠죠.
-두 형제분, 매장에서 일하면서 뭔가 더 바라는 건 없나요?
동생 저는 없어요. 아빠는 제가 배달 가고 하니까 피곤하지 않냐고 물어보시기도 하는데요, 저는 괜찮거든요. 또 트럭 운전하는 것도 재밌고요. 남들은 우리 나이에 트럭 운전하면 부끄러워하곤 하는데 저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친구들 만날 때도 가게 트럭 운전해서 가는데요.
바라는 거라면 음…. 아빠 목소리의 음량을 좀 줄여줬으면 하는 것? 하하하. 아버지가 오늘만 작게 말씀하시는 거지, 평소에는 목소리가 크세요. 손님 대할때는 부드럽게 말씀하시는데 동생이나 저한테는 큰 소리로 말씀하시거든요. 화내는 건 아니지만요.
대표 내가 그랬니? 하하하.
바쁘게 살아오셔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럼 바라는 걸 바꿔야겠네요. 저희를 대할 때도 아빠 마음의 여유를 갖기!

글 · 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