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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넷이서 동업해 잘나가는 제일종합상사웰딩


동업하면 망한다고? 우린 잘~만 돼

경기 화성 제일종합상사웰딩





어휴, 많이 싸웠죠

누군가와 동업을 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함께 동업할 만한 ‘누군가’를 찾는 것이다. 기본적이면서도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이다. 함께 제일종합상사웰딩의 문을 연 넷, 이상천 대표(40)·서순규 이사(46)·김지수 이사(45)·신성용 이사(37)는 어려운 과정을 그래도 쉽고 유쾌하게 이뤄 냈다. 그 비결에 대해 가장 젊고 에너지 넘치는 신성용 이사와 나눈 질문과 대답.
 
나이도 전부 다른 네 분, 어디서 만나게 된 건가요?
-저희는 원래 같은 회사에서 근무했었어요. 용접봉 회사였는데 함께 일하다 보니까 서로 잘 맞고 서로를 진실한 마음으로 대한다는 게 느껴졌죠.
그럼 다 함께 회사를 그만두고 제일종합상사웰딩을 동업해 차리신 건가요?
-아니요. 처음에는 전국으로 흩어져서 각자 개인 공구상을 운영했었어요. 그런데 혼자서 하자니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주변에 공구상도 하나 둘씩 늘어나고 또 요즘 온라인 공구 쇼핑몰도 많잖아요. 그 압박이 점점 커지더라고요. 
그럼 누가 함께 해 보자고 맨 처음 이야기를 꺼냈나요?
-누구였더라?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런데 다들 같은 마음이었어요. 각자 차린 공구상의 경쟁력이 점점 떨어져 간다는 게 느껴지던 찰나에 누군가가 ‘다들 한 번 같이 해 볼까’하는 의견을 냈는데 넷 모두가 흔쾌히 동의했죠. 다들 마음 속에는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거예요.
주변에서는 신기하게 봤을 것 같아요. 둘도 아니고 넷의 동업이라니.
-처음에는 의심의 눈초리가 거셌죠. ‘둘이서 동업하는 것도 어려운데 넷이서 가능하겠냐’, ‘법인 내는 거 보니까 한 몫 잡고 이 바닥 뜨려는 거 아니냐’ 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그렇게 오해의 목소리가 많았는데 벌써 동업해서 운영한지 9년이나 됐네요. 저희를 평가하는 목소리도 180° 달라졌죠. ‘정말 대단하다’라고요.
동업하니 어떤 점이 좋으신가요?
-가장 기본적으로 가격적인 면이죠. 하나의 공구를 10개 사는 것과 100개 사는 것은 가격적인 면에서 다르잖아요. 제조사로부터 대량 구매를 하기 위해 다들 자본을 모아서 이렇게 경기도 화성에 공구상을 차린 거죠. 유명 용접봉 회사 대리점도 따서 정말 열심히, 많이 팔았어요.
그렇게 좋은 점이 있는 반면 나쁜 점도 있을 것 같은데. 네 분이 서로 싸우지는 않나요?
-어유, 자주 싸웠죠 처음에는. 아침에 6시 반에 출근해서 저녁 7시까지는 싸울 틈도 없이 바쁘게 일하다가 7시 반 땡 되면 넷이서 회의실로 들어가는 거예요. 그러고는 새벽 한두시 까지 매일같이 회의하면서 언성도 높아지고 그랬죠. 매일같이. 그 때 회의실 들어가면 담배 한 갑씩 다 피우고 꽁초까지 주워 피우고 그랬어요. 
그 가운데서도 누군가는 균형을 잡아줬을 것 같은데요.
-제일 선배이신 서 이사님과 김 이사님, 두 분이 잘 이끌어 주신 덕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때만 하더라도 저도 20대였고 이상천 대표님도 30대 초반 그랬으니까요. 젊었던 저희는 뒤 안 보고 앞으로만 달려갈 때였거든요. 고삐를 잡고 천천히 가라고 해 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서 이사님, 김 이사님 두 분이 그 역할을 해주셨던 거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간이 지금의 저희가 있게 해 준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요즘은 그런 회의 안 하세요?
-합니다. 지금도 중요한 일 결정할 때는 넷이서 함께 의견을 모아 진행하죠. 그래도 예전처럼 그렇게 싸우지는 않아요. 하하하.

 
비전 없는 회사는 No!… 미래 위한 과감한 선택

얼마 전, 넷은 가지고 있던 유명 용접봉 회사의 대리점을 내려놓았다. 회사의 비전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리점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이익만을 좇는 제조사의 운영방식에서는 앞으로의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대형 공구 제조사 대리점을 내려놓는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은데요.
-저희가 만약 저희 세대에서 이 장사를 끝낼 거라고 생각했다면 거래를 계속했을 거예요. 하지만 저희 이후를 본다면 변화가 필요하거든요. 대리점을 그만두겠다고 하니까 그 쪽에서 그러더라고요 ‘우리 회사를 안 하겠다는 사람은 처음이다’라고요. 유명 회사니까요.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거였어요.
그럼 지금은 대리점을 맡고 있는 곳이 없나요?
-최근 새로운 용접봉 제조사 대리점을 땄어요. 아직 신생 업체고 이제 종합 메이커로 가려는 단계인데 뭔가 비전이 보이더라고요.
비전이라면 어떤 비전 말씀이세요?
-결국 사람 마음이 결정하는 거잖아요. 회사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아, 이 회사는 될 것 같다’라는 느낌이 있었던 거죠. 지금 이 회사는 과거 회사와 비교하자면 열 배는 저희한테 잘 해줘요. 시작한지 얼마 안 된 회사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뭔가 다르더라고요. 그 점에 반했던 거죠.
제일종합상사웰딩의 비전은 어떻까요?
-글쎄요. 비전이 있을지 어떨지는 회사를 운영하는 저희 넷 보다는 저희 직원들이 평가해 줄 문제겠죠. 9년 전에 차린 후에 아직 그만 둔 직원은 없는 걸 보니 아마도 직원들은 비전을 본 모양이네요.

 
용접봉과 연마석 특화로 갖춘 경쟁력

동업해 처음 문을 연 이래, 제일종합상사웰딩의 연 매출액은 매년 상승 중이다. 그 요인으로는 넷이서 모은 자본을 통한 대량 구매-저가 구매도 있겠지만 또 다른 요인은 용접봉과 연마석 두 가지 공구에 특화된 공구상이라는 것이다.
 
타 공구상 대비 제일종합상사웰딩 가진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용접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용접인 건 아니잖아요. 철도 있고 텅스텐도 있고 특수 합금도 있고. 만약 저희처럼 특화된 업체가 아니라면 소비자로부터 ‘나는 스테인리스랑 특수강을 용접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하고 문의가 들어오면 그냥 ‘저는 잘 모릅니다’하고 말아버릴 거예요. 하지만 저희는 ‘그런 데 사용하는 이런 제품이 있습니다’하고 답을 제시할 수 있는 거죠. 연마재도 마찬가지거든요. 그냥 자르고 마는 게 아니에요. 각각의 소재에 맞는 제품들이 필요합니다. 그런 특화된 장점 덕분에 저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던 거예요.
앞으로도 그렇게 용접봉과 연마재에만 주력할 생각인가요?
-앞으로는 판매 품목을 좀 다각화할 계획이에요. 그렇다고 여러 가지 항목의 공구를 전부 하겠다는 게 아니라 용접봉 말고도 용접 작업에 필요한 다양한 공구를 판매 목록에 추가할 생각입니다.
그런 사업 전략 세운 이유는 뭘까요?
-지금 전국적인 불경기잖아요. 용접이 많이 쓰이는 조선업도 침체고요. 이 위기를 뚫어나가려면 다각화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저희가 판매루트는 있으니까 그 루트에 용접봉 말고 다른 용접 공구도 하나 더 올리는 거죠. 처음에는 밥만 있었다면 국도 나오고 무침도 나오는 것처럼요. 그래서 이 어려운 시기를 뚫어나가야죠. 기대해 주세요. 하하하.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