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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재고 많기로 소문난 남양종합공구


재고 많기로 소문난 남양종합공구

홍순기 사장님 재고관리 어떻게 하세요? 



한적한 동네서도 몰리는 고객… 소매가 더 많아

파주 운정신도시 인근에 위치한 남양종합공구. 1997년 파주 교하동에서 시작해 2005년에 이곳으로 옮겨 10년째 경영 중인 홍순기 대표를 만났다. 인터뷰 시간은 오후 5시였다.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해가 뉘엿뉘엿 지도록 손님이 이어졌다. 인적 드문 외곽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자리에 앉기까지는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도매와 소매를 같이 하고 있어요. 소매 비중이 조금 더 많고요. 손님은 하루 150명에서 200명은 오는 것 같아요.”
매일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 지도 모르게 일을 한다는 홍 대표. 남양종합공구는 공구상 영업사원들 사이에서 재고 많기로 소문난 곳이다. 5만종이 넘는 품목을 바닥면적 130평의 창고형 2층 건물에 두고, 여기도 모자라 옆 건물에도 창고를 마련했다. 현 건물은 본점으로 두고 직영매장으로 1호점까지 열었다. 그는 재고관리를 위한 그만의 비법을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외곽지역에 큰 창고, 직접 인테리어까지

남양종합공구는 지하철 운정역에 내려서도 10분가량 차를 타고 들어와야 하는 거리다. 홍 대표는 그래서 손님이 구경하기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사실 여기가 많이 외지잖아요. 그래서 불법주차로 딱지 떼이고 할 이유가 전혀 없어요(웃음). 와서 얼마든지 시간 넉넉히 잡고 넓은 매장을 구경할 수 있죠.”
탁 트인 공간에 물건을 진열해두기 때문에 재고가 한눈에 들어온다. 각 진열대들도 손수 작업해 만들고 효율적인 진열법을 찾았다.
“매장을 이곳으로 옮기면서 모든 시설을 제가 다 만들었어요. 목수 일을 하셨던 아버지의 손재주를 물려받은 덕인 것 같아요. 원래 한 층짜리 건물인데 재고 박스를 두기 위해서 3개월 정도 투자해 2층 바닥을 지었어요. 진열장도 직접 짰죠. 가구공장에서는 목재에 약간의 스크래치만 나도 못 쓰거든요. 그 목재를 사용하면 되겠다 싶어서 직접 가지고 와서 제작한 거예요. 절삭공구류를 보관하는 진열대 같은 경우에는 눈에 바로 보여 찾기 쉽게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카운터 뒤쪽에 미닫이문 형식으로 진열대를 만들었죠.”

둘째, 퇴근 전 1시간 일과정리… 주문은 한꺼번에

매일 직원들보다 한 시간 늦게 퇴근하는 홍 대표. 매장에서 그날 있었던 일과를 정리하고 재고 체크를 하는 게 그만의 습관이자 꼼꼼한 사업비법이다.
“저희 매장 직원들은 7시가 되면 다 퇴근을 해요. 저는 가게에 남아 소가 되새김질하는 것처럼 하루를 다시 돌아다봐요. 내가 오늘 일을 정말 잘했는지 못했는지. 부족한 재고도 확인하고 메모해둡니다. 그리고 관련된 품목의 전체 재고를 보는 겁니다.”
제품을 주문할 때는 매일 파악한 재고를 모아 한꺼번에 주문한다. 따로 주문하는 택배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잠깐의 시간투자가 낭비를 줄이고 이익으로 연결된다.
“한두 가지 품목의 한두 개씩을 발주하지는 않거든요. 일일이 택배 보내는 비용이 들잖아요. 발주처든 저든 서로가 사업에 도움이 돼야 합니다. 택배비를 생각하다보니 다른 것까지 전체적으로 확인해서 발주 수를 줄이고 한꺼번에 결재처리도 할 수 있도록 하죠. 매일 재고를 파악하니까 편리하더라고요. 컴퓨터로 공구 수량을 보기도 하지만 사실 전산에 나오는 건 100% 믿기 어려워요.”

셋째, 두 매장 열어 재고 관리 효과 톡톡

그는 운정 본점 외 매장을 앞으로 1호점에서 5호점까지 늘릴 계획이다. 사업을 확장하면서 타 지점에서도 공구를 팔면 남은 재고의 회전률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점은 각 매장을 중심으로 한 지도에 반경 10km, 20km 등의 단위로 원을 그렸을 때 상권이 겹치는 부분을 선택하는 게 좋다.
“손님이 오면 물건을 많이 갖고 있는 게 유리하죠. 재고가 있어야 필요한 건 바로바로 줄 수 있잖아요. 제가 예전에 했던 가게는 재고를 많이 두지 않았어요. 손님이 찾는데 없는 물건은 사와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때그때 다른 데서 물건을 받아 파는 게 힘들어요. 요즘에는 도매 유통하는 곳이 많고 인터넷 판매업체도 많다보니까 경쟁이 치열해서 공구 팔아도 마진율이 너무 없거든요. 10% 정도의 마진으로는 장사가 힘들어요. 그러다보니 바로바로 물건을 내줄 수 있도록 재고를 많이 두게 됐고 가게도 크게 열었어요.”

넷째, 섣부른 투자는 NO, 재고는 3개월치만

‘장사하는 사람은 물건이 있어야 한다’, ‘공구가 재산이다’ 그의 공구관이다. 그래서 예전엔 항상 이익이 남는 만큼 공구를 사들였다.
“그러다보니 어느 시점부터 물건이 너무 많아진 거예요. 내가 팔 수 있는 게 예를 들어 한 달에 10개라고 치면 20개로 늘어난다고 해서 나머지 10개가 이익이 되진 않더라고요.”
대리점을 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후 물건은 적당히 사두는 게 그의 철칙이 됐다. 팔 수 있는 물건은 새로운 것이든 옛날 것이든 무조건 산다. 하지만 시장 변화나 환율의 변동 있어도 3개월 이상의 재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경기에 민감하게 투자하지 않는 게 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라 보고 있다.

다섯째, 경험과 지식이 중요, 아는 게 많아야

과거 공구상에서 일했던 경력은 공구판매에 많은 도움이 됐다. 스스로 사업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일하면 공구상 직원도 사장보다 공구지식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제 고향은 광양인데요. 그곳엔 제철소가 있어서 공구를 배워 사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군대 제대하고 89년도부터 바로 공구업에 뛰어들었어요. 구로 공구상가 생기기 전에 있던 영등포 공구상가에서 한 도소매업체에서 직원으로 4년을 일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옛말로 ‘나까마’라고, 차에 물건 싣고 가게마다 팔러 다니는 카세일 활동을 했는데, 많이 팔자는 욕심만으로 장사를 하다 보니 수금을 잘 못했어요. 그 땐 잘 몰랐던 거죠. 1년 정도 하다가 장사를 접고 다시 4년간 직원생활을 했어요. 모르는 공구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다른 가게에 물어보기도 하고요. 일을 배우면서 공구상을 열 준비를 했죠.”
1997년, 남양종합공구를 오픈했다. 그가 배운 지식을 토대로 물으면 척척 답변해줬다. 그 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월 1~2억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었다.



고객응대 위해 거울보고 연습, 또 연습

그가 말하는 재고관리법은 꾸준하고 꼼꼼한 마음가짐이 필수다. 이런 세심한 습관은 고객 서비스로도 이어졌다. 손님을 끌어 모으는 비법은 그의 표정에서 드러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는 고객에게는 온화한 미소와 말을 건넨다. 고객 서비스마인드를 기르기 위해 직접 거울을 보고 웃는 연습까지 했다고 한다.
“제가 좋은 인상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남에게 어떻게 보여야할까 항상 거울을 보며 연습을 했어요. 웃는 표정도 매일 노력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게 됐죠. 오는 사람들에게는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웃는 만큼 남양종합공구의 미래도 밝을 것만 같다.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업계상황. 이익률이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가 공구 매입가의 10~20% 이익만 받으며 싼 가격에 장사해도 사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인터넷 최저판매가만 보고 오니 마진율이 30~40% 이상은 된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더 싼 가격을 찾게 되는데, 공구상에서는 마진이 자꾸만 낮아지니 더 이상 가격을 낮출 수 없는 거죠.”

글, 사진 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