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구로 성일상사 표영태 대표
같은 입장에서 마음 나눠야…
1억원 기부 이너소사이어티 회원
“자기한테는 엄청 짠돌이인데 어려운 사람 위해서는 정말 기부천사예요.”
표영태 대표를 만나기 위해 찾은 공구상가의 한 이웃이 그를 평가한 말이다. 서울시 구로구 공구상가에서 작업복 제작 업체인 성일상사를 운영하고 있는 표영태 대표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통 큰 기부천사’로 유명하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대학생을 위한 학비 지원, 외로운 독거노인들에게 밑반찬을 만들어주는 사업에 후원금 제공, 장애인들의 직업 교육을 위해 재봉틀 기부 등 표 대표의 기부를 다 적기에는 지면이 부족할 정도다. 1억원 이상 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도 가입되어 있는 그가 이처럼 기부천사가 된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어려운 사람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표 대표는 외동으로 태어났고 아버지는 그가 태어나기 전 일본에 돈 벌러 갔다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힘든 생활에 어머니가 집을 나간 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삼촌, 숙모 집을 전전하며 눈칫밥을 먹으며 자랐다. 그런 힘든 성장 과정 속에서도 그는 중학교 시절 생활기록부의 ‘장래 희망’란에 사회적 기업가라는 꿈을 적었다.
“참 신기하단 말이에요. 내가 자라 온 과정을 보면 깡패 아니면 저급적인 사람으로 변모했을 가능성이 높죠. 그래도 어린 시절 기억하는 어머니의 사랑이 내가 삐뚤어지지 않고 올바른 길을 가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어려운 이의 사정을 높은 곳에서 바라보며 호의를 베푸는 것이 아닌, 같은 입장에서 같은 마음으로 나눠주는 공감의 기부. 그것이야말로 표영태 대표의 기부다. 처음 작업복 제작을 떠올렸던 이유도 기부의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군 제대 후 삼촌이 있던 구로공구상가에 와 처음 작업복 생산을 시작했을 1981년 당시, 그때만 해도 작업복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다들 평소에 입던 옷을 작업장에 입고 와 때를 묻히고 기름을 얼룩지었다.
“처음에는 근로자들이 깔끔하게 옷을 입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사회 복지 쪽으로 근로자들한테 도움이 되겠다는 마음을 가졌던 것이 결국은 돈벌이가 돼 버렸죠.”
지금 성일상사의 매출은 표 대표가 가진 사회적 기업가의 꿈을 이뤄 나가는 데 든든한 밑바탕이 되어주고 있다.
“봉사를 하면 내가 기뻐요”
남을 위한 봉사가 아닌 나를 위한 봉사
기부는 돈을 주는 것, 봉사는 행위를 주는 것이라 생각해 둘을 다른 행동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둘은 결국 따뜻한 마음을 전한다는 동일한 행동이다. 표 대표 역시 기부 뿐 아니라 다양한 봉사 활동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날씨와는 상관없이 매주 일요일마다 나가는 쓰레기 줍기 자연봉사, 개인적으로 만든 봉사 단체인 ‘함께하는 삶 봉사단’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봉사 활동들. 그런 봉사 활동을 그는 남들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러는 사람들도 많아요. ‘야, 왜 니가 괜히 그런 데 가서 봉사해? 뭐 딴 속셈 있는 거 아니야?’ 그런데 저는 일단 내 자신이 기쁘고 내 자신이 편안해요 봉사를 하면. 그러니까 나 자신을 위해서 봉사를 한다고 진정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봉사를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고마움을 느꼈던 경험도 많다. 몇 년 전 한여름, 집수리를 위해 찾아간 차상위 계층 독거노인의 집에서다. 온갖 잡동사니와 먼지가 쌓인 집을 청소하고 수리하다 점심으로 자장면을 시키고 음식 값을 지불하려고 하자 할머니께서 이놈들, 하며 호통을 치셨다. 내가 아무리 이렇게 살아도 니들 자장면 사줄 돈은 있어, 하며 주머니에서 꺼내던 천 원짜리, 오천 원짜리 지폐를 보며 표 대표는 물론 봉사에 참여했던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
“너무 멋진 할머니 아니에요? 내가 받은 만큼 너희에게도 돌려주겠다는 거잖아요. 내가 도움을 주면서도 너무나 감동을 받았어요. 그 때 그 기분은 정말….”
자신을 의심하는 타인들의 목소리에도 흔들리지 않고 수십 년간 기부와 봉사를 해 온 표영태 대표의 마음을 이제는 모두가 신뢰한다. 얼마 전부터는 세계적인 봉사 단체인 국제라이온스협회에서도 표 대표에게 신뢰의 몸짓을 보내 와 기부금 지원 및 함께하는 봉사 활동도 진행 중이다.
중국 동포 위한 새출발협동조합 조성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 잡는 법 알려줘
표영태 대표는 우리나라에 건너온 중국 동포들(조선족)을 위한 기부와 봉사에도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단지 밥을 주고 옷을 주는 물질적인 지원만이 아닌, 그들의 기본적인 복지 향상을 위한 한층 깊은 봉사를 진행 중이다. 협동조합 조성이 그 중 하나다. 표 대표가 기획 및 준비해 지난 10월 창립된 ‘새천년협동조합’은 중국 동포들로 구성된, 중국 동포들의 자구 활동을 하는 단체다. 글로는 이렇게 쉽게 정리할 수 있지만 등록 절차는 만만치 않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그의 진심을 아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이겨내 설립될 수 있었다. 특히나 복잡했던 서류등록 관련 업무는 ㈜그린발전소 서영길 대표의 도움이 컸다고 대표는 말한다.
“지금 여기 구로구나 근처 영등포, 대림동에는 중국 동포들이 정말 많아요. 그네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다들 하나같이 애국자의 자손들이에요. 그런데도 우리나라에 와서 잘 된 사람이 3%도 안 됩니다. 90%이상이 거의 다 힘들게 살고 있단 말이에요. 그들을 위한 복지가 필요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협동조합 창립을 기획한 거죠.”
협동조합 조성을 기획한 이유는 동포들이 국가로부터 좀 더 체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부에서는 다양한 지원책들을 가지고 있다. 다만 받는 방법을 몰라서 지원받지 못하는 것이다. 표영태 대표는 조합 구성을 통해 동포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게 했다.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준 것이다. 예를 들어 청계천에서 서울시 주최의 장터가 열린다면 ‘협동조합’이름을 가진 단체에게는 우선적으로 부스가 주어진다. 뿐만 아니라 텐트와 테이블 임대료도 시에서 지원해 준다. 그렇게 부스에서 물건 판매를 통해 얻은 이익금을 동포들의 자활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의 목표는 협동조합 조성에서 끝나지 않는다. 협동조합에서 더 발전해, 중국 동포들을 위한 사회적 기업을 창립하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다.
“진정으로 대할 때는 큰 혜택이 주어져요. 협동조합으로 그런 발판을 만들어서 큰 기업까지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우리 동포들에게 주고 싶습니다.”
글 · 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