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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강원도의 ‘청계천’이라 불리는 그곳


강원도의 ‘청계천’이라 불리는 그곳 

춘천 공익공구임대 작은 청계천 김휘봉 대표



손님들 요구 거절한 적 없어… ‘춘천의 청계천’ 닉네임

춘천 시내 한복판. 신기하게 생긴 간판이 눈길을 끈다. 공익공구임대라 적힌 글자 옆에 작은 청계천이라는 문구가 당당하게 걸려 있고, 그 오른쪽에는 단원 김홍도의 작품 <대장간>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김휘봉 대표의 ‘공익공구임대 작은 청계천’이다.
15년 전, 공익상회라는 이름으로 작게 문을 연 공구상은 이제는 인근에 있는 창고까지 합해 700평이나 될 정도로 커졌다. 그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손님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게 언제든 무엇이든 다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표의 마음이다.
“손님이 왔는데 물건이 없다고 하면 그 손님에게 얼마나 실례예요. 저는 가게에 물건이 없어도 어떻게든 찾아 주문해서 그 손님에게 전달합니다. 그게 뭐든 간에요”
매장에 와 제품을 골라 구입만 해 가는 손님도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구체적인 조건을 조목조목 이야기하는 손님도 적지 않다. 이를테면 물통을 구입만 하는 것이 아니고 구멍을 뚫어 달라, 배관을 연결해 달라는 등 물건을 파는 공구상 입장에서는 과한 요구를 하는 손님들도 있는 것이다. 대표는 그런 요구를 한 번도 거절해 본 적 없이 다 들어 줬다. 그런 공익상회를 사람들은 “춘천의 청계천”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건설회사에 다니다 건설 공구에 관심이 생겨 나이 마흔 무렵 고향인 춘천으로 내려와 공구상을 차린 김 대표. 처음 문을 열었을 무렵 가장 큰 고민은 바로 매장 운영 시간이었다.
“여기 춘천에 내려와 보니까 겨울에는 해가 오후 다섯 시 쯤이면 지잖아요. 춘천 사람들은 해가 지면 가게 문을 다 닫아요. 또 비가 오거나 하면 일찍 닫고. 처음에는 직원들이 어두어지면 일하기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길래 내가 700만원을 주고 환한 빛이 들어오는 간판을 달았어요. 환하면 일도 잘 될 거 아니에요”
 

공구 임대까지 진출… 판매·임대 비율 5:5

대표는 오전 여섯 시부터 오후 여덟 시까지 휴일·일요일 없이 매일같이 매장의 문을 연다. 쉬는 날은 일 년에 설·추석 당일 단 이틀 뿐. 가게 문을 연 초기엔 그렇게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하는 그를 보고 ‘하루도 안 쉬고 일 년 버티나 보자’하는 사람들도 있었단다. 하지만 대표는 그렇게 지금까지 15년을 버텼다.
“소비자들이 찾으니까 문을 여는 거예요. 여섯시에 오는 손님이 한 사람이든 열 사람이든 그 시간에 필요한 물건이 있으니까 찾아오는 거겠죠. 또 일요일에도 문을 여니까 고맙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평상시에 물건을 파는 건 내가 고맙다고 하는데 일요일에는 소비자들이 저에게 고맙다고 그래요. 그런 인사를 받을 때 정말 보람을 느끼죠”
작은 청계천이라는 이름은 가게를 상징하는 명칭일 뿐만 아니라, 김휘봉 대표가 운영하는 사이트의 이름이기도 하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작은 청계천’을 검색하면 나오는 사이트는 판매가 아닌 공익공구임대 작은 청계천에서 임대(렌탈)해 주는 공구의 소개가 주 기능이다.
김 대표가 공구 임대를 생각했던 것 역시 건설회사에 다닐 때였다. 여러 지방을 돌아다니며 현장 일을 하던 대표는 전국적인 라인으로 건설 공구의 임대를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는 택배와 화물 운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으니 할 만 하다는 생각도 함께였다. 공구상을 차리고 바쁜 일상에 임대는 잊고 있던 어느 날, 사업 시작의 계기는 찾아왔다. 한 아가씨였다.
“다용도실을 만들려고 한다고 여자분이 찾아왔어요. 업자들을 부르려니 돈이 많이 들어 직접 하려는데 공구를 빌려 줄 수 없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저도 그 때 뭔가 번뜩 하는 생각이 들어서 38드릴을 빌려줬어요. 제 첫 임대고객인 셈이죠”
공구 임대 사업을 시작한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임대 쪽 수입도 점점 커져 판매와 임대의 수입은 5:5 정도로 얼추 비슷해졌다. 춘천 쪽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시작했던 임대는 입소문과 홈페이지를 통한 홍보의 힘으로 지금은 전국 규모다. 임대 상품의 규모도 커졌다. 처음에 10대 가지고 시작했던 열풍기 임대는 지금은 무려 540대로 증가했고 처음 한 대로 시작했던 값비싼 진동 롤러는 지금 열 대나 된다. 임대는 일 년 내내 계절의 리듬을 타고 계속된다. 100여대를 보유하고 있는 예초기는 9월 추석 무렵이 대목이다. 11월부터 겨울철 세 달 동안은 열풍기가 인기다. 따듯한 봄바람과 함께 건설업이 살아나는 3~4월에는 건설 공구 임대가 호황이다.
공구 임대는 공구 판매의 틈새를 공략한 아이디어였다. 공구를 사용하는 전문 업자들은 구입해서 사용할 테지만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일반인들은 굳이 비싼 돈을 내고 구입하길 꺼린다. 게다가 관리비, 수리비도 부담할 필요가 없으니 임대는 더더욱 매력적이다. 그런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든 대표의 공구 임대는 전국의 건설 현장 사업자들과 개인들을 대상으로 인기 몰이 중이다.


 

떼어먹힐 걱정은 No! 물건부터 보내 진심 전달

공구를 대여해 줬다가 돌려받지 못한 경우도 몇 차례 있었다는 김휘봉 대표. 게다가 대기업에서도 산업 현장에 공구 임대를 하고 있어 공구 임대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래도 대표는 손님을 대하는 진심(眞心) 하나로 운영해 나가고 있다 말한다.
“고객이 따듯한 정(情)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해요. 사업이라는 게 계산이라기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잖아요. 돈이 먼저 들어와야 물건을 보내 준다? 저는 그런 걸 제일 싫어해요. 입장 바꿔 생각해 봐도 물건을 확인해야 돈을 주는 거잖아요. ‘그러다가 떼어먹히면 어쩌려고?’하고 묻는 사람도 있어요. 방법은 없지만 그래도 그게 맞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마음을 담아 공구상과 임대소를 운영한 지 15년, 대표는 앞으로 보다 다양한 공구 상품들을 갖춰 마치 대형마트와 같은 공간 운영을 꿈꾼다. 공구를 찾아 꺼내 주는 것이 아닌, 손님들이 직접 보면서 골라 구입할 수 있는 공간. 지금과 같은 진실한 마음이라면 그 꿈도 멀기만 한 일은 아닐 것이다.

글· 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