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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충남 아산 ㈜대성금형공구


절삭·금형은 지식장사


충남 아산 ㈜대성금형공구 하재득 대표

수공구는 소비자가 상품 정하지만 절삭·금형은 판매자의 판단 필요
기계회사 근무로 공구 지식 확실… 소비자에게 상품 추천 자신감




복잡하기 때문에 여유롭다

대성금형공구는 여타의 공구상들과는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도 매장 내부가 단정하고 여유 공간이 충분하다는 점이 특별하다. 통로에 놓인 공구는 하나도 없고 벽면을 채우고 있는 책장 같은 목재 선반에는 철 재질의 공구들이 가지런히 적재돼 있다.
“판매하는 상품이 복잡하기 때문에 매장이 여유로운 거예요. 우리가 전문으로 하는 상품은 금형 부품·절삭 부품이거든요. 다 크기가 작고 종류가 무척 많아요. 몇 천 가지가 아니라 아마 몇 만 가지 이상 될 걸요? 매장이 복잡하다면 그 공구들 찾는 데 아마 하루 종일 걸릴 거예요”
여유로운 매장에 대한 하재득 대표의 이유다.
하 대표가 처음 공구상 문을 연 것은 1996년 말, IMF 직전이다. 오픈 초기에는 불황으로 고생도 많이 했단다. 쓰러지지 않고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경험에서 비롯된 공구에 대한 지식 덕분이다. 공구상 개점 전, 대표는 광산 기계 회사에 다니면서 기계·공구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았고 이직해 삼성전자 1차 벤더 회사의 관리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절삭·금형공구에 대한 지식을 다듬었다. 공구와 함께 한 경험에서 생겨난 관심으로 금형·절삭공구를 전문으로 하는 대성금형공구의 문을 연 것이다.
“이쪽 일은 사실 아무나 못 하는 일입니다. 공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지식 장사거든요. 저는 사회에 첫 발을 디뎠을 때부터 이쪽 길만 걸어오면서 많이 배웠어요. 그 배움으로 장사하는 거죠”
수공구나 전동공구 같은 경우는 소비자들이 자기가 필요한 제품을 미리 정해 구입해 간다. 하지만 절삭 공구나 금형 공구는 다르다. 일반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어떤 공구가 필요한지 모르는 채 공구상을 찾고 공구상 측으로부터 수많은 제품 가운데 필요에 맞는 제품을 판단 받는다. 절삭·금형 공구 장사를 지식 장사라고 부르는 이유다.
대표는 지금도 꾸준히 책을 보며 금형·절삭 공구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구 전시회에도 자주 방문해 새로운 상품에 대한 지식을 놓치지 않고 습득하려 노력한다.
 

온라인 프로그램 이용… 판매 절차 간소화

조그맣고 복잡 다양한 수 만 가지의 금형·절삭 공구를 제대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공구에 대한 지식 외에 판매 절차 간소화도 중요하다. 하 대표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의 간단한 재고 확인과 판매를 위해 대형 공구유통회사가 개발한 온라인 주문 거래 프로그램을 구입, 설치했다. 덕분에 직원들은 매장에 재고가 없는 상품을 찾는 소비자의 문의에도 유통회사에 전화해 보유하고 있는 물량은 어느 정도인지, 언제쯤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중간 절차 없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곧바로 상품 주문을 진행하고 고객에게 입하 날짜를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온라인 프로그램을 아무나 구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통사는 자신들과 어느 정도 거래 규모가 있는 회사만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판매한다. 때문에 손쉬운 매장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전국에 설치된 공구상은 몇 곳 되지 않는다. 대성금형공구도 물론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규모의 공구상이었던 것은 아니다.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보다도 고객과의 ‘신뢰’였다고 대표는 말한다.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은 어디든지 똑같을 거예요. 만약 제가 욕심을 부렸다면 지금보다 더 커졌을 것도 같은데 일을 하다 보니까 이건 욕심을 부릴 일이 아니더라고요. 고객과의 신뢰를 통한 관계가 흐트러지는 것 같아서요”
하재득 대표는 운영 초기 가게가 작았을 때 많은 이윤을 남기려고 했다면 지금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라 한다. 하지만 최소 10%의 이윤은 남겨야 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그래야만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약에 우리 거래처가, 다른 업체는 더 싸게 준다는데 너네도 가격 좀 낮춰 줘라 하면 우리는 그럼 그 쪽이랑 거래하라고 해요. 내가 없어지면 그 집이 나보다 더 비싸게 팔지 절대로 계속 싸게 팔수는 없다고요. 저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최소 이윤을 항상 지켜오고 있거든요”
그래도 납품 가격을 깎으려는 업체에게는 유통마진이 적혀 있는 원장을 오픈한다. 그러면 그 업체도 ‘이 정도 이윤이면 내가 인정을 해야겠구나’한다는 것이다. 타 업체와의 경쟁 때문에 가격을 낮춰본 적이 없다는 하정석 대표는 그로부터 속이지 않는다는 신뢰를 얻어 오랜 납품처와의 지속적인 거래가 가능했다고 말한다.
“지금껏 거래해 온 업체들은 납품처가 아니라 가족 같아요”


 

법인화 절차 복잡하지만 나아갈 방향 확신

공구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지식장사, 거래처와 쌓은 신뢰, 온라인 프로그램 이용 등으로 꽤 큰 규모의 공구상이 된 대성금형공구. 하지만 매출이 증가하면 할수록 커지는 세금 부담이 대표를 괴롭혔다.
“우리나라는 개인 사업자에게 세금을 너무 많이 내게 합니다. 요즘은 거래 자료가 정말 투명한데도 위에서는 우리가 이윤이 안 남는 걸로 맞췄다고 생각해요. 이윤을 본 만큼만 세금을 매겨야 되는데 그냥 짐작으로 개인에게 세금을 더 물리는 거예요. 거의 두세 배씩”
대표가 찾은 절세 방법은 법인 등록. 대성금형공구를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법인으로 등록된 사업체는 소득세의 감면을 받을 뿐 아니라 은행에서 받은 대출도 이자를 감면받을 수 있다. 지금은 법인 사업체에 대한 혜택이 과거와 비교해 줄어들었고, 등록 과정도 까다롭지만 지금의 매장 규모와 판매액을 생각했을 때 법인 등록은 필수적인 절차였다고 하 대표는 말한다. 또한 개인 사업자로서의 운영에는 회사 성장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도 주식회사화의 이유다.
하재득 대표는 앞으로 나아갈 성장 방향으로 완벽한 판매 시스템 구축을 꼽았다. 우선적으로 계획하는 것은 매장의 확장이다.
“지금도 잘 돼있기는 한데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서 절삭·금형·기타 공구가 아직 나눠지지 않고 한데 묶여 배치돼 있거든요. 그래서 직원들이 제품을 찾을 때 좀 힘들어 해요. 이런 것들부터 하나씩 고쳐 나가서 소비자에게 상품을 팔 때 절차상의 군더더기가 없는 완벽한 판매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는 게 제 목표입니다”

글· 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