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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충북 음성 거장종합공구상사


단돈 만원이라도 기부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죠


충북 음성 거장종합공구상사 이벽희 대표

대소라이온스클럽 회장 취임… 12년째 봉사
지역 어르신 생활에 보탬 되고자… 가족 요양원 만드는 게 꿈




순수하게 봉사할 것 아니면 시작도 말자

“봉사하는 다른 사람들도 많은데. 전 별로 한 것도 없어요.”
쑥스러워 하는 그였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20일 열린 취임식에서 “1년의 임기동안 침체된 지역경제와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날 그는 축하화환 대신 쌀 20kg 11포, 10kg 27포 등 총 490kg을 받아 주민센터에 전달했다. 생계가 어려운 저소득층 및 독거노인 분들께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배려였다.
그는 공구상을 운영하는 틈틈이 봉사활동을 해왔다. 2003년, 충북 음성군 대소면 지역의 ‘대소라이온스클럽’에 가입한 이래로 총무, 재무, 부회장을 거쳐 올 해 제35대 회장직을 맡게 됐다. 라이온스클럽은 1917년 멜빈존스(Melvin Jones)에 의해 미국 시카고서 창설된 국제적인 사회봉사단체다. 전 세계 210개국 140만 명이 활동 중이며, 우리나라는 1959년 서울라이온스클럽을 필두로 전국 각지의 크고 작은 라이온스클럽이 등장했다. 지난 5월말 기준 국내 클럽 수는 2,080여 개, 세계 4번째 규모를 차지한다. 대소라이온스클럽에는 48명의 회원들이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위해 봉사와 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사업에 도움을 받기 위한 네트워크 활동이 아니냐고 지레 짐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딱 잘라 말했다.
 “회원들끼리는 도움을 주고받지 않는다. 가입할 때부터 봉사의 목적과 윤리강령(‘우리는 봉사한다’라는 이념과 ‘자유·지성·우리 국가의 안전’을 표어로 삼고, 선량한 시민으로서 인도주의적 봉사와 세계평화를 위한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국가·민족·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할 것을 강령으로 한다.)을 정확히 인지시키고 봉사의 뜻을 가진 회원만을 모집한다”고. 처음부터 순수하게 봉사할 마음이 아니면 입회하지 말자 다짐했던 그였다.
대소면 지역에 터를 잡고 공구상을 운영한 지 올 해로 16년 째. 30대 중반의 나이에 다니던 건설 회사를 그만두고 공구사업을 시작해야할지 고민도 많았고, 사업 초기 큰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이 대표 부부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항상 적정한 마진율을 지키고 신용을 중시하고자 노력했고, 지킬 건 지키자는 그들의 경영방식이 과거 공구업 분위기와는 맞지 않아 주변의 안 좋은 소리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정직한 경영은 지금껏 사업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힘겨운 시기를 이겨내고 안정이 찾아올 때쯤에는, 그간 바라왔던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 대한 삶으로 시선을 돌렸다. 조금씩 나누며 살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사업을 하다 보니 시간이 녹록치 않았고, 정기적으로 후원할 수 있는 단체를 찾다가 라이온스클럽을 알게 됐다. 그는 라이온스클럽 회원으로서, 크고 작은 단체의 기부자로서 베푸는 삶을 실천해왔다. 대소라이온스클럽 회장을 맡게 된 이후로는 회의, 지역행사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할머니, 눈 잘 보이게 해드릴게요”

지역 내에서는 저소득 노년층을 위한 안과사업이 진행 중이다. 대소지역에서는 청주에 지정된 ‘진안과의원’의 장비와 진료 지원을 통해 백내장, 녹내장 수술하시기 어려운 처지의 어르신들의 수술을 지원한다.
“작년에도 저희 동네에 혼자 계시는 할머니 한 분이 백내장을 앓고 계셔서 두 달 동안 모시고 다니며 수술을 받으실 수 있게 해드리기도 했어요.”
어릴 적 조부와 함께 살아온 경험 때문일까. 그는 어딜 가든 어르신을 먼저 챙기고 항상 뒷정리까지 도맡아 하는 성격이었다. 직접 발 벗고 나서다보니 때론 생각지 못한 일들을 겪기도 했다. 아내 정숙씨가 말했다.
“할머니께서 수술을 처음하시다보니 회복되는 과정에서 뿌옇게 보이는 게 부작용 같다, 수술방법이 이상한 게 아니냐 등 걱정과 원망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저희가 괜히 빨리 낫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오지랖 넓게 행동했나 싶고, 속상하기도 했어요. 할머니께 괜찮다 안심시켜드리려고 바로 서울 유명한 안과 여기저기 전화해서 백내장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죠, 시간이 지나고 할머니께서 ‘내가 괜히 안 좋은 말해서 맘 상했지’ 그러시더라고요. 잘되셨으니 됐죠. 요즘도 가끔씩 잘 계시나 찾아뵈어요.”
이 대표는 현재 라이온스클럽의 주요사업이기도 한 ‘홍역퇴치 캠페인’에도 동참하고 있다. 올 해 대소라이온스클럽은 이 ‘홍역퇴치모금’ 전원참여와 더불어 ’헌혈캠페인‘도 진행할 계획이다.
“헌혈캠페인은 대소면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봉사예요. 기업과 연계해 헌혈차를 대여해 쉽게 헌혈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캠페인을 열 계획입니다. 그리고 제 임기동안 대소클럽 48명 회원 전원이 동참하는 ‘MJF(Melvin Jones Fellowship)라이온스클럽’에 가입하는 게 목표입니다.”
 



나눌 수 있어 감사… 아들도 복지학 전공

대소라이온스클럽의 회원의 평균 연령은 60세가 넘는다. 힘쓰는 일이 점점 어려워져 기부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연말에는 연탄배달과 같은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작년에는 저소득 한부모가정 7가구에 사랑의 연탄 1,000장씩을 전달했다. 그는 밖으로 내세우지 않는 나눔을 여럿 실천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일정 금액을 정기 기부하고, 매번 연말에는 통 큰 나눔도 펼치고 있다. 유니세프를 통해서도 기부하고 있다. 적게라도 기부하겠다는 마음가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대표.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뿌듯하다”고 전하며 앞으로도 꾸준한 봉사자로서의 뜻을 밝혔다.
개인적인 꿈은 그의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다.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은 아들도 대학에서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진로도 사회복지를 꿈꾸고 있고요. 저도 심리상담사 2급 자격증이 있는데 1급까지 공부를 해서 노인 복지를 해보려고 해요.”
나중에는 노인과 가족이 함께 머물 수 있는 ‘가족형 요양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사실 어르신께서 혼자 요양원에 살게 되면 가족에게서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게다가 요양원을 찾은 가족들은 부모님을 뵈어도 얼굴만 잠깐보고 올 수밖에 없어요. 거기서 하룻밤이라도 같이 자고 오면 그런 생각이 덜 들지 않을까 생각해요. 앞으로의 고령화시대에는 이러한 형태의 양로원이 더욱 필요할 것 같아요.”
어려운 여건임을 알지만 우리사회에 필요한 일과 이웃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이 대표와 그의 가족들. 노력이 빛을 발해 조금 더 따뜻한 사회가 이뤄지길 꿈꿔본다.

글· 사진 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