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수원 우리종합공구 이창배 대표
“우리 공구상들, 변해야 합니다.” 이창배 대표의 답답함이 드러나는 말이었다. 예전 그대로의 보수적인 모습으로 머물러 있는 공구판매 업계에 대한 걱정에서 나온 말이다. 지금의 공구 판매 업계는 재래시장하고 비슷한 구조다. 재래시장이 어느 순간 대형마트에 허물어졌듯 공구 업계도 멀지 않았다는 것이 이창배 대표의 걱정이었다.
“대비를 해야 합니다.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 판매 전략을 바꿔야 합니다.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가 가장 목청 높여 주장하는 것은 공구 가격 정찰제다. 재래시장이 무너진 이유는 여럿 있겠지만 가격 정찰제가 안 되어 있어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것도 한 몫 했다. 경기도 수원시 매교동에 위치한 우리종합공구는 2010년 오픈 초기부터 모든 상품에 가격이 적힌 견출지를 붙였다. 공구에 대해 잘 아는 손님이 오든 전혀 모르는 손님이 오든 판매 가격은 견출지에 붙은 그 가격 하나다. 손님을 속여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격 정찰제가 소문이 나자 손님들이 벌떼처럼 몰려 왔다. 물건 재고가 동나지 않도록 상품을 다량 입고하는 것도 고객의 신뢰를 얻는 한 방편이었다.
“이번에 열 개를 팔았으면 그 다음에는 스무 개를 들여옵니다. 그래서 매입가격 다운을 받고, 계속 그런 식으로 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열 개 팔기보다 다음 스무 개 팔기가 더 쉬워요.”
이 대표는 우리종합공구를 차리기 전, 철거 전문 건설회사에서 공구를 배웠다. 그 회사로부터 건물 철거에 사용되는 공구에 관심을 갖게 돼 우리종합공구를 오픈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철거 회사에서의 경험이 대표의 공구 가게 영업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공구 판매도 물론 했지만 철거 공구 임대가 주 업무였거든요. 뿌레카(해머 드릴)나 링쏘, 코어드릴 같은 것들요. 현장 쪽 일도 그렇고 내가 그런 건 전문가거든요. 현장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공구를 써야 하냐고 많이들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입소문이 불처럼 일어났던 것 같아요.”
공구를 그냥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입장에서 조언해 주고 추천도 해 주는 가게인데 어느 누가 신뢰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덕에 우리종합공구는 현장의 노동자들을 주 거래처로 하여 창업 초기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철거 공구 말고도 다른 공구들을 하나씩 구매해 들여놓으며 종합 공구 상사인 우리종합공구를 일으켜 나갔다. 문을 연 지 올해로 4년 반. 우리종합공구의 연 매출은 벌써 17억을 훌쩍 넘겼다.
저렴한 가격 말고도 우리종합공구는 특별한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바로 전단지 배포다. 전단지에는 상시 싸게 파는 공구의 가격이 적혀 있고, 세일하는 품목의 목록과 이 달의 신상품도 소개되어 있다. 그렇게 만든 전단지를 공구가 필요할 현장들을 발로 뛰어 찾아다니며 주차된 덤프트럭, 포클레인, 지게차마다 꽂았다. 도심으로 돌아와서는 공구가 필요할 상가들, 샷시 대리점이나 목공소 혹은 인테리어 가게에도 하나하나 전단지를 밀어 넣었다. 고객 유치를 위해 뛰어다닌 것이다. 전단지 뿐 아니라 앞서 말한 상품 세일과, 일명 던지기(원가 이하 판매)도 주기적으로 펼친다. 판촉에도 그만큼 신경을 쓰는 것이다.
“이 공구 바닥이 열악한 게 뭐냐면 판촉이라는 것이 동네 마트만도 못 하다는 겁니다. 아니, 동네 정육점만도 못 해요. 옆 가게와 맥주 마실 시간에, 옆 가게 사장님과 고스톱 칠 시간에 공부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업체 간 경쟁이 심해 서로 고객 유치를 위해 다퉈야 했다면 더 힘들었을 텐데도 이창배 대표는 수원 시내 공구상의 부족한 경쟁을 아쉬워했다. 만약 경쟁이 더 심해 뒤쫓아 오는 업체들이 많았더라면 자신도 더 강한 수를 고안해 냈을 거라는 말이었다.
이창배 대표는 공구상을 운영하는 이들이 눈앞의 이익에만 연연해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이윤만 쫓다 보니 유연하게 변화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만 굳어 있는 거란 말이었다. 그러나 시장의 흐름에 맞춰 간다 하더라도 그 변화를 따라가기만 해서는 결국 거기에서 멈춰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 한다. 필요한 것은 흐름을 뒤쫓는 것이 아닌 스스로가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성공한 누군가를 벤치마킹한다고 해도 그 사람과 똑같이 해서는 절대 그 사람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항상 플러스가 있어야 해요. 그래야 성공할 수 있어요.”
요즘 붐이 일고 있는 인터넷 쇼핑몰 오픈도 한 번쯤 더 생각해 보라고 대표는 권한다. 처음 투입해야 하는 상당한 비용을 오프라인 매장의 판촉과 마케팅 등에 집중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이다. 우리종합공구는 온라인 매장이 아닌 도매 판매 쪽으로 새로운 판로의 방향을 잡았다. 도매가 역시도 가격 정찰제는 기본이다. 가격 정찰제, 그리고 변화하는 상품 가격의 선공개로 소매상으로부터 투명한 상품 가격을 인정받은 우리종합공구는 벌써 도매상으로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졌다. 다른 이들이 생각지 못한 새로운 변화로의 한 발짝을 나선 것이다.
이창배 대표는 자신의 특별한 경영 전략과 판매 방식을 그대로 따른 체인점 모집을 꿈꾸고 있다. 도매 매입 가격에 대한 걱정 없이 우리종합공구의 운영 방식과 똑같이 운영하는 서른 개의 체인점 모집을 목표로 하는 그는,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의 상품 판매를 체인점 성공의 절대 지침으로 삼는다.
“내 고객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입니다. 나에게 물품을 구매하는 모든 고객에게 낮은 가격으로 물품을 공급하고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여 고객의 경쟁력을 키워준다면 그로부터 내 성공이 따라오는 법입니다.”
글· 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