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직원을 경영자로 만드는 영천 동해안전철물
정문석 대표는 공구와 철물, 각종 소모자재를 취급하는 동해안전철물과 전원생활을 꿈꾸는 고객들을 위한 목재 및 주택자재 판매점 동해하우징을 나란히 운영하고 있다.
정 대표와 그의 가족을 제외하고 매장 두 곳을 합해 7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2300평 넓이에 철물점이 월 2억5천, 하우징이 월 1억 원의 매출을 예상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처음엔 직원 한 명만 두고 있다가 어느새 철물점 5명, 하우징 2명으로 늘었어요. 20대 친구도 있고 50세 이상인 분들도 많이 있어요. 이 중 60세 이상 어르신이 두 명이에요. 들어오신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일하시는 걸 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남들보다 열정도 더 넘치고 무엇이든 관심 있게 보고 배우려 하세요. 인생을 오래 사셨으니 그만큼 아는 것도 많고요. 한 분은 영업을 오래 하셨고, 한 분은 항공정비 분야에 계셨어요. 그간 산전수전을 다 겪어봤기 때문에 어떤 일이든 자신감을 갖고 임하세요.”
일찍 출근하고, 자기 일처럼 배우려는 열정적인 직원들 덕분에 근무 분위기도 좋다.
직원들은 오는 손님에게 미소를 잃지 않았다. 동해안전철물의 영업비결은 작은 것 하나에도 베푸는 ‘친절’에 있었다.
“저희는 영업사원이 따로 없어요. 작은 것에 더 친절하려고 노력해요. 저는 직원들에게 못 한 개 사러 오는 사람에게 더 잘해주라고 얘기합니다.”
정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업철칙이다. 공구 몇 개 사지 않는 손님에게도 커피를 대접하고, 적은 금액의 물건 값은 받지 않을 때도 있다. 작은 것에 감동받은 고객은 이곳의 보이지 않는 영업사원이 된다. ‘동해안전철물은 친절하고 가격도 좋더라’고 홍보가 됐다. 찾는 물건이 없어도 고객을 챙겨준다.
“여기 없는 물건은 저희가 아는 다른 집에 전화를 해주죠. 내가 물건을 산다 생각하고 절대 그냥 보내진 않아요.”
현재 그는 동해안전철물, 동해하우징, 고향산천펜션까지 세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각 사업마다 전문 경영인을 따로 두고, 이들에게 사업을 물려줄 계획을 갖고 있다.
“제가 나이 들어서도 평생 이 일을 할 수 없잖아요. 세 곳의 전문경영인들을 두고 가게를 인수할 형편은 되지 않아도 장사하던 매장 그대로 이어 경영하게끔 만들어 줄 거예요. 꿈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싶은 직원에게 물려주고 싶어요.”
직원들이 일을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정 대표는 현재 동해안전철물 건물에 살고 있다. 앞으로 매장 주변의 도시개발로 건물을 옮길 예정이다. 그 때 현재의 동해안전철물은 직원들의 사옥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사업도 꾸준히 관리하겠지만, 앞으로의 제 욕심은 직원들의 복지를 신경 쓰는 거예요.”
며칠 전에도 직원들과 함께 펜션으로 놀러갔다. 가끔은 휴식과 기분전환을 위해 몸에 좋은 먹거리도 함께 챙겨먹는다.
그는 동해안전철물만의 경영비법을 네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매입을 잘해야 한다. 정 대표는 사업초기,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품목을 갖추기 위해 급하게 여러 물품을 조금씩 사는 것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의 품목을 많이 사두는 방법을 선택했다.
“첫 거래가 중요하죠. 많은 양은 500원에 살 것도 300원에 살 수 있어요. 다음 번 거래할 때도 싸게 샀던 가격 그대로 유지할 수 있고요.”
대규모 매입방식으로 판매가를 낮출 수 있게 됐다. 2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어느 정도 판매할 만큼의 구색도 갖춰졌다.
둘째, 제품이 많아야 한다. 동해안전철물은 많은 물건들을 보관하기 위해 창고와 마당 공간을 점차 확장했다. 현재는 철물상사와 하우징까지 합하면 2300평 규모로, 영천에서 가장 큰 공구상이 됐다.
“구색이 많아야 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빨리빨리 하려고 하는 습성이 있잖아요. 요즘은 소비자들이 이집 저집 돌아다니면서 구매하지 않아요. 한 곳에서 토탈 구매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합니다.”
셋째, 거래처의 신용 등급을 나눠 관리한다. 물건만 많이 판다고 해서 그것이 곧 수익이 되지는 않는다. 수금이 중요하다.
“건설 회사 사람들이 공사가 끝난 뒤에 도망치는 경우도 있고, 개인 사업이 적자났다고 핑계대면서 돈을 안 주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면 돈을 받을 길이 없거든요. 손해를 가장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등급에 따른 고객 관리를 생각해냈어요.”
A등급은 믿을 수 있는 거래처로 언제, 얼마의 금액이든 상관없이 외상을 해줄 수 있는 곳, B등급은 거래 기준을 두고 일정 금액이 넘어가면 밀착 관리하는 업체, C등급은 수금 예상이 불가능한 고객으로 구성해 무조건 외상거래를 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이익률이 높아져 판매가도 낮출 수 있었다. 수금에 대한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넷째, 일찍 문을 열고 닫는다. 일반적인 시내 공구상들의 오픈시간이 오전 7시 반인 반면, 동해안전철물은 6시 반에 영업을 시작한다. 대신 저녁에는 6시 반에는 꼭 문을 닫는다. 거래처의 구매특성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공사하시는 분들은 아침에 여기 와서 물건을 많이 사가세요. 저녁에는 차에 뭘 실어놓으면 없어질까 봐 불안하거든요.”
그는 이른 아침에 일하기 힘든 직원들을 배려해 본인이 직접 문을 열고 직원들은 7시 반에 출근할 수 있도록 했다. 거래처 사이에선 ‘일찍 장을 보기 위해 동해안전철물을 들러야 한다’는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정 대표의 영업에 대한 오랜 노하우과 더불어 직원에 대한 배려로 좀 더 살맛나는 일터가 된 동해안전철물. 오늘은 함께 맞춘 연두색 직원 단체 티셔츠도 입으며 단결력을 뽐냈다. 제법 일하기 좋은 회사 티가 난다.
글· 사진 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