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대구 황제종합상사 신몽우 대표
대구광역시 북구 노원로 일대. 이곳에는 섬유도시 대구의 성장을 이끈 주역인 대구 제3산업공단이 위치해 있다. 섬유산업이 하락세로 접어든 현재, 그러나 3공단은 멈추지 않고 자동차 부품·의료·정밀·광학기기산업 등 다양한 직군으로 선회해 변화에 맞서고 있다.
변화의 에너지가 꿈틀거리는 3공단의 힘을 받은 걸까. 노원로변에 자리 잡은 황제종합상사의 신몽우 대표에게서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이 뿜어져 나왔다. MTB 산악자전거에 대한 열정이다.
“자전거 타고 산에 올라갈 때는 정말 힘든데 막상 정상에 올라가 보면 마 기분 째지지. MTB 안 타본 사람은 아마 모를 거라예.”
3공단은 대표에게 단지 거래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구상을 창업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돌이켜 보면 3공단 때문이었다. 8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철없던 젊은 시절, 자형들이 차려 준 우유 대리점 운영을 실패하고 3공단에서 공장일을 하던 친구를 보러 갔다가 지나가던 트럭에 적힌 책임 기업사라는 상호를 마주치게 된다. 책임이 뭘까 하던 궁금함이 결국 공구상 창업의 계기가 되었다.
신 대표는 운동 마니아다. 하루 종일 매장에 붙들려 있어야 하는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푼다. 헬스면 헬스 축구면 축구 다양한 운동을 하던 그가 처음으로 자전거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건 근처 공구상 사장 때문이다. 친하게 지내던 이웃 사장이 가게로 찾아와 자랑하는 자전거를 보고는 곧장 자전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10년 전 처음 산 트렉(TREK) 메이커의 MTB를 지금까지도 타고 있는 그. 당시 300만 원을 주고 구입한 자전거에 브레이크, 안장, 바퀴의 허브(베어링) 등 부속을 교체하는 데 500정도가 더 들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졌지만 MTB마니아인 그는 그게 기본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구입한 자전거로 우리나라 산이란 산은 안 가본 곳이 없다. 산뿐만 아니라 한강에서 시작해 금강 영산강 낙동강을 완주하는 총 연장 900km의 4대강 종주, 인천 서구의 아라서해갑문부터 부산 사하구의 낙동강하구둑에 이르는 코스를 완주하는 국토종주까지. 전국에 그의 바퀴자국 안 닿은 곳을 찾기 힘들 정도다.
몇 년 전 대구 MTB동호회 중 하나인 피닉스에 가입한 이후 매주 주말이면 빠지지 않고 자전거 타기 좋은 산과 강을 찾아다닌다. 그렇게 다녔던 곳 가운데 특히 전남 고흥군 녹동 근처의 이름 모를 섬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 특별한 라이딩이었다고 한다.
“자전거를 배에 싣고 섬에 들어갔는데 그 날 비가 살짝 왔어요. 아침에 다섯 시나 여섯 시쯤 되어뿔면 안개가 자욱한데 안개 속에서 해안가를 돌던 그 느낌이 참… 말로는 다 몬한다.”
전국에서 펼쳐지는 MTB 대회에도 수차례 참가했던 신몽우 대표. 평소에는 점포 근처 개천인 신천에 조성된 자전거전용도로를 따라 막바지인 가창저수지까지 다녀오는 것이 일상이라고 한다. 페달을 밟지 않는 날은 폭우가 쏟아지거나 눈이 오늘 날 외에는 없다.
자전거 3년이면 병원 뚝!
자전거를 타면 건강은 따라 온다. 자전거를 타기 전, 격한 운동으로 무릎에 물이 찼던 신 대표도 자전거를 타고 난 이후 건강을 되찾았다. 자전거 타기 3년이면 혈압약, 당뇨약 다 끊게 된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헌데 자전거의 참된 매력은 그런 것이 아니란다.
“자전거의 매력이 뭐냐면, 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 이기라예. 타고 싶으면 내 혼자 타면 되고, 내가 가고 싶은 데 다 갈 수 있고. 축구는 한 번 하자 캐도 그 시간에 안 모이면 스트레스 받잖아요. 자전거는 마 스트레스 받을 일 없심더.”
하루 종일 점포에 앉아 몸이 찌뿌둥할 때, 큰 준비도 필요 없이 자전거에 물통 하나만 꽂고 어디든 내 맘대로 달려갈 수 있다는 자유. 달리다가 힘들면 그 자리에 자전거를 세우면 되고, 맛있어 보이는 국숫집을 지나친다 싶으면 핸들을 돌려 국수 한 그릇에 막걸리 한 잔 할 수 있는 자유. 그 자유가 자전거가 지닌 참 매력이다.
얼마 전부터 대표의 아내도 자전거를 시작했다. 아직 산을 탈 정도는 못 되지만 대구 근교까지는 대표와 함께 달린다고 한다.
“남편이랑 하루 종일 매장에 나와 있잖아요. 집에 가도 또 같이 있고. 그러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일 때도 있거든요. 그럴 때면 셔터 내리고 둘이서 옷만 갈아입고 자전거 타고 나가요. 그렇게 나가서 강바람도 쐬고 또 대화 한 마디라도 가능하니까. 난 그게 좋더라고요.”
현재 우리나라의 자전거 환경은 꽤 좋아진 편이다. 신 대표는 자전거 환경이 좋아진 만큼 자전거 문화도 정립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안전 때문이다. 특히 헬멧 착용은 기본이면서도 필수적인 사항이다.
“우리는 자전거 헬멧 안 쓰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한테는 인사 안 해요. 헬멧이 자전거 타는 기본인데 기본도 안 한 사람들한테는 인사 안 하지.”
거친 산에 올라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MTB 이용자 중 한 해에 한 두 명은 꼭 사고로 세상을 뜬다고 한다. 그만큼 안전에 더 신경 써야 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 해소도 좋지만 몸 다치면 무슨 소용입니까? 해 줄 말은 딴 거 없고 자전거 탈 때 헬멧은 꼭 쓰라는 것. 안전만 챙기면 MTB 요거, 완전 강추 강추입니다!(웃음)”
글· 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