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충남 당진 아인종합상사 오세명 대표
충남 당진 아인종합상사 앞에서는 언제나 멋진 할리데이비슨 바이크가 세워져 있다. 공구상 앞에 세워진 할리데이비슨이 햇살에 반짝일 때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부러운 눈빛과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공구상과 할리를 본다. 멋진 전투기나 자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것처럼 사람들은 공구상 앞의 할리데이비슨을 한번 보고 지나가는 것이다.
“제가 당진 지역에 온 지는 10년이 넘었고요 할리를 탄지는 8년이 넘었네요. 어릴 때부터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것이 꿈이었어요. 그런데 젊었을 때는 곧바로 할리를 사기에 경제적으로 힘들더라고요. 구로공구상가에서 공구상 일을 오랫동안 하다가 지인의 추천으로 당진에 내려와 친구와 함께 공구상을 차렸어요. 어느 정도 가게가 정상궤도에 오른 이후 알 수 없는 답답함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할리를 구입한 거죠. 중년에 접어들어서야 어릴 때 꾸던 꿈을 이루었네요.”
공구상을 운영하면서 오세명 대표는 많은 책임감과 스트레스를 받았다. 친구나 가족이 멀리 떨어진 객지에서 공구상 경영을 하니 문득문득 고독감도 느꼈다. 그 순간 지나가는 할리데이비슨을 보았고 그의 가슴이 설렜다. 저축한 돈을 탈탈 털어 첫 할리데이비슨을 사고 지나가는 차 한 대 없는 국도를 속 시원하게 달리던 그 순간 눈물이 났다. 삶과 인생에 대한 생각이 들면서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자유를 느꼈다.
오토바이를 운전하면 자동차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사람은 자동차 천장의 작은 선루프에도 개방감을 달리 느낀다. 그렇기에 자동차를 운전하다 오토바이를 운전하면 개방감과 속도감이 확연히 달라진다. 여기서 누군가는 자유를 누군가는 두려움을 느낀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할리데이비슨을 모는 것이 위험해 보일 수 있어요. 그러나 생각보다 안전하고 자동차를 몰 때와는 다른 큰 자유를 느낄 수 있어요. 할리데이비슨은 중심이 무척이나 잘 잡혀 있는 오토바이입니다. 적당한 속도를 내면 안정감 있게 운전할 수 있어요. 공랭식이라 긴 시간 탈 수 없기에 적절한 휴식을 취하게 됩니다. 안전하게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고 할리의 가장 큰 특징은 배기음입니다. 운전을 하면서 느끼는 배기음은 자동차나 다른 오토바이가 따라올 수 없어요. 어떤 내연기관도 따라올 수 없는 것이 할리의 엔진음입니다. 말발굽 소리가 나요. 보통 오토바이 소리가 우르릉인데 타닥 타닥 타닥 타닥 말이 걷는 소리가 나죠. 진동도 커요. 살아 있는 말의 심장소리를 느끼는 것처럼 엔진의 뛰는 맛을 느끼는 거죠.”
그래서 오세명 대표는 할리를 탈 때 귀가 드러난 헬멧을 쓴다. 오직 배기음을 듣기 위해서다. 그가 좋아하는 배기음은 중앙선 분리대에 맞고 되돌아오는 소리다. 그때 할리의 배기음은 마치 음악소리처럼 들린다고 한다. 자신의 조작에 따라 할리의 엔진 소리가 달라지고 달리는 속도가 달라지며 느끼는 자유와 재미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할리를 타는 사람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안정된 중년 남성들이 대다수다. 할리를 구입하고 관리하고 꾸미는데 적지 않은 돈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역의 할리 모임을 가지면서 본의 아니게 공구상 경영에 도움을 받는 경우도 생겼다. 서로를 배려하고 소속감을 가지는 것이 할리 문화이기 때문이다.
“보통 친목 모임에 가거나 하면 술을 마시게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할리 오너 모임에 가면 마시던 술이 줄어듭니다. 운전을 해야 하니까요. 정기투어라고 당진에서 할리를 타는 모임 사람들과 함께. 매달 셋째 주 일요일에 모여서 함께 투어를 해요. 1년에 2번은 1박2일로 여행을 가고요. 다 같이 한 달에 한 번 모여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할리 이야기를 하면서 투어를 하는 거죠. 모임 하시는 분들이 분야는 다르지만 지역에서 자영업이나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필요한 정보도 얻게 듣게 되고 도움도 받고 도움도 드리게 됩니다. 할리를 소유하게 되면 오너들끼리 비슷한 동질감을 가져요. 처음 보는 사람과도 휴게소에서 만나면 음료수 건네며 어디서 오셨냐고 묻고 오토바이 멋지다 덕담도 주고받죠. 그런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할리 문화입니다.”
할리의 문화는 개성과 자유 그리고 소속감과 책임감을 말할 수 있다. 할리 오토바이 100대가 있으면 그 100대의 모습은 제각각 다 다르다. 핸들만 바꿔도 모양이 달라지고 운전하는 느낌이 달라진다. 그래서 손잡이만 4대를 가지고 있는 할리 오너도 있다. 제각각 다른 자유로운 복장으로 자신만의 할리를 타는 개성을 누리면서도 우리는 할리 오너라는 소속감과 동질감을 누린다. 그리고 할리 오너라는 자부심에 가지되 그에 따른 책임감을 요구한다. 할리를 타는 것에는 상당한 체력과 힘을 요구하는 일이고 더불어 오토바이 정비와 관리에도 애정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무절제한 생활과 할리는 거리가 있다.
할리데이비슨은 젊은 사람을 위한 오토바이가 아니라고 한다. 할리를 소유하고 운전하는 일은 보통 30대 후반에 시작된다고. 속도도 빠르지 않다. 시속 100킬로미터를 넘게 운전하는 일은 드물다. 할리 자체가 속도보다는 힘과 소리에 중점을 두고 설계된 오토바이기 때문이다. 운전자를 비롯해 무거운 물건을 지고도 급경사를 오르는 것이 할리다. 그래서 할리를 타는 사람 중에 1박2일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도심 속에서 스피드를 즐기는 것이 아닌 도시 외곽에서 자연을 보고 느끼려고 타는 것이 할리다.
“사람들 시선이 할리를 타는 사람은 있는 척한다. 거칠게 보인다. 이런 편견이 있죠. 이따금 자동차 타는 사람들이 폭주족을 보듯이 저희를 볼 때가 있어요. 그것이 좀 안타깝죠. 워낙 소리가 크다 보니 시끄러워서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죠. 그래서 아파트에 들어갈 때는 밀고 들어가기도 해요. 하지만 자유로운 복장으로 나만의 할리를 타는 매력에 여자분들도 많이 타기도 해요. 자유를 추구하지만 절제할 줄도 안다면 누구나 할리데이비슨을 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