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즉문즉설] 국민타자 이승엽에게 듣는다
A 우선은 영광스럽죠. 다른 인터뷰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공부도 잘 하지 못했고 학창시절을 그렇게 충실하게 보내진 못했다고 생각하는데 교과서에까지 실렸다고 하는 건 분명히 제가 공부는 잘 하지 못했지만 내 직업에서 충실하게 자신감을 갖고, 자부심을 갖고 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에게 청소년들이 공부를 배울 수는 없겠죠. 하지만 제가 프로야구 20년을 하면서 경험하고 극복하고 느꼈었던 것들이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정말 기쁠 거 같아요. 제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로 기억된다는 게 특히 영광스럽습니다.
A 2013년도에 너무 힘들었어요. 일본생활도 힘들었지만 그때는 귀도 막고 눈도 가리고 열심히만 했는데 막상 대구에 오니까 무거운 마음이 있었죠. 사실 대구 시민들은 너무나 좋았습니다. 못 하더라도 어딜 가도 시민들이 괜찮다고, 뛰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고 말씀해주셨을 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았던 게 지난 해 좋은 성적을 올렸던 것 같아요.
A 저는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지금도 야구 잘하는 것보다 주위 사람들에게 조금 더 친절하고 어른들께 공손한 태도를 가지라고 늘 말씀하시거든요. 특히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제가 지금도 담배를 안 하고 술을 거의 안 먹는 이유가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술, 담배하면 운동을 못한다고 그렇게 말씀하셨거든요. 어렸을 때라 순진한 만큼 그 말을 그대로 믿었고요(웃음). 지금은 필요할 때 술 한 잔씩 하긴 하지만 어렸을 때 어떻게 보면 좀 강압적이었을 수도 있지만 절제된 생활, 그때 참았던 게 지금 마흔이 돼서도 아직 야구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저희 아이들에게는 아버지가 저한테 하셨던 것처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너무나 절제된 생활의 답답함을 잘 알거든요. 우리 아이들에게는 조금 더 자연스럽고, 불법이 아니라면 하고 싶은 걸 모두 하게 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그렇게 안 하면 나중에 커서 아버지 원망을…(폭소) 그래서 웬만큼 원하는 대로 다 해주고 싶어요.
A 아들이 지금은 리틀야구부를 하고 있는데 사실 제가 하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너무 힘든 생활을 거치면서 얻은 것도 많지만 학창시절의 즐거움이라든지 많은 친구를 사귀지 못해서 아쉬운 것도 많아요. 어릴 때는 사실 추억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강제로 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저는 제가 원해서 아버님을 설득시켰는데, 제 아들도 본인이 야구를 하겠다고 하면 말리지는 않을 거예요.
A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분명히 아버지의 영향이 있습니다. 저는 어릴 때 좀 엄하게 자랐어요. 명성에 비해서 차도 좀 늦게 샀고, 하고 싶은 걸 잘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이 워낙 꽉 잡아주시다 보니까. 조금 전 말씀드렸다시피 아버지는 운동 잘하는 사람보다는 태도가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강조하셨거든요. 솔직히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한번씩 화도 내고 싶고 거드름도 피우고 싶어요. 하지만 주변시선 때문에 많이 자제하고 절제하려고 노력하는 부분도 많죠. 때론 저도 멋대로 하고 싶은 생각이 솟구치지만 그걸 못하기 때문에 그냥 이렇게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질문에 멋있는 말로 답변 못해서) 죄송합니다(웃음).
A 음…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인연이 아닌가 싶어요. 억지로 인연을 만들어 가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러움 속에서 만난 것 같은데. 아직 어리신 것 같으니까 기회는 많이 찾아오지 않을까요.
A 저희 선수들, 모든 스텝들도 팀의 5연패가 목표죠. 삼성 라이온즈가 이 목표를 달성한다면 앞으로 역사상 거의 근접을 못할 기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삼성도 대구의 이미지를 살려서 고집이 있기 때문에 아무도 해보지 못한 그런 자리에 올라서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보내고 싶습니다. 한 시즌 동안 매 경기에 나갈 수 있는 몸과 마음이 된다면 부수적으로 성적은 따라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성적도 중요하지만 부상 없이 경기에 참여하는 게 저의 가장 큰, 또 소박한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A 글쎄요. 좀 전에 말씀 드렸다시피 부상 없이 뛰는 게 첫 번째 목표고, 30홈런은 사실 좀 힘든 숫자입니다. 하지만 제가 언론에 말씀드렸듯 ‘야구는 나이로 하는 게 아니라 실력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이가 있다고 해서 뒤떨어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나이 어린 후배 선수들보다 한 발 더 뛰고 배트를 한 번 더 휘두른다면 떨어진 체력과 순발력이 야구장에서 살아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30홈런 칠 수 있도록 열심히 한 번 뛰어보겠습니다. 만약 달성하면 크레텍에 한 번 더 방문하겠습니다.
글 _ 배선희 · 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