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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경남 사천 명지공구철물 김동오


직원 1인당 1공구점 열 거예요


항공 매출 70% … 우주산업도시 붐 타고 쑥쑥
직원별로 전문성 가진 공구상 창업 계획 … 10년 뒤 우리를 보라!


경남 사천 명지공구철물 김동오






공구 제품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명지공구철물. 이곳은 유공압, 절삭, 철물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매일 늦은 밤까지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이유는 직원들 스스로 공구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데. 무슨 이유로 이리도 열심인 걸까.


 

10년 뒤 최고의 공구전문백화점 만들 거야

경상남도 18시군 중 16번째 규모, 그리고 인구 12만 명의 작은 도시. 이곳 사천은 항공·우주산업이 성장 중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주)(KAI)의 본사가 위치해 있으며, 2020년에는 매출 200억불 달성으로 세계 7위 안에 드는 항공 선진국 도약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앞으로는 사천·진주시 일대 165만㎡(50만평) 규모의 공산업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될 예정이어서 지역 경제적 가치가 크다고 한다. 이웃 도시 진주는 인구 35만 명으로 사천의 3배 정도 규모의 발전된 도시지만, 김 대표는 미래를 위해 사천을 선택했다. 그가 사천에 대한 애정을 갖는 이유는 이곳에서 10년 뒤 이루고픈 꿈이 있기 때문이다.
“사천은 앞으로 항공 분야가 더욱 발달할 거예요. 그런데 이를 위한 전문적인 공구상은 많지 않아요. 지금 제 나이가 46살인데요. 앞으로 10년 뒤, 그러니까 50대 중반이 되면 직원들과 한 가게씩 나눠 운영하는 게 목표에요. 직원이 저를 포함해 5명 있어요. 각자 유공압, 절삭, 철물 등 각 분야별로 전문성을 갖춰서 전문적인 공구상을 한데 모아 백화점처럼 만들 거예요.”
명지공구철물은 주로 항공, 자동차, 조선업 분야에 납품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항공 분야매출은 70%를 차지할 정도다.
 

옷가게 하려다 공구상 … 패션처럼 공구 디스플레이

사천 시내로 들어오는 첫 번째 큰 길목 대로변. 이곳에 명지공구철물이 자리해있다. 바로 옆 절삭공구 전문매장 세원테크도 이곳과 연결된 건물. 여기까지 합하면 전면 길이만 30m가 넘는다. 가게 면적은 364㎡(110평) 정도. 큰 건물답게 내부 구색도 잘 갖춰져 있었다. 제품이 잘 진열되어 있는 이유는 원래 옷가게를 열기 위해 너른 진열장을 샀기 때문이라고. 옷 대리점을 위해 산 진열장이 공구를 정리할 때도 유용하게 쓰인 거다. 그는 가게를 한 번 둘러보더니 뿌듯한 미소를 짓는다.
“건물도 크고 물건이 잘 보이니까 공구를 굳이 구매하지 않더라도 한 번씩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요. 쇼핑하러 오는 것처럼요.”
이렇게 건물 안과 밖 모두 잘 보이도록 신경 쓴 건 그의 경험에 따른 것이다. 공구를 사러갈 때 깨끗하고 잘 보이도록 진열된 곳이 사기도 좋다는 걸 느꼈다. 시원시원한 정리정돈은 가던 손님도 붙잡을 수 있는 비법이라고 한다.
 

공장 라인 아니 공구도 한눈에 … 공구사투리도 척척

그는 8년 전까지만 해도 사천에 위치한 한 중공업회사의 보전(설비, 장치 등이 안전하게 가동하도록 보수하는 작업) 책임자였다. 15년 동안 자동차 에어컨 콤프레샤를 관리하던 그가 공구 판매 사업에 눈을 뜨게 된 것은 한 외주 업체 지인의 추천 때문이었다.
“지인이 자신이 운영하던 공구상을 인수해보라는 말에 시작하게 됐어요. 저는 그 동안 공장에 다니면서 쌓아 온 공구지식이 있고, 시장상황을 아니까 잘될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당시 가졌던 건 고작 2천만 원의 자본금뿐이었고, 물건을 사려고 보니 너무나 부족한 금액이었어요. 성급한 선택을 했나 싶었죠.”
직원을 채용하고 실제로 가게를 운영해보니 생각했던 것만큼 쉽지 않았다. 발주가 들어오면 물건을 바로 내놔야 하는데 자금이 없어 공구를 사지 못했고, 들어오는 수요를 다 감당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지인이나 은행을 통해서 자금을 빌려 물건을 주문하고, 돈을 받아 빨리 갚아주는 식으로 가게를 운영했다. 겨우 물건을 구해다줘도 거래처가 부도나면 대책이 없었다.
“한 조선사 하청업체에 납품할 때는 부도가 나는 바람에 1억을 날리기도 하고. 여기저기 다 합하면 6억 이상을 손해 봤어요. 그래서 가게 운영 초기엔 많이 힘들었죠.”
힘든 과정 속에서도 자신의 경력을 사업과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공장에서 일했던 경험은 많은 도움이 됐다. 공장 라인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물건이 언제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한 감이 왔다. 공구 제품을 빨리 익히고, 업계에서 쓰는 다양한 용어도 알고 있었다.
“공구를 부르는 말은 표준어만 있는 게 아니에요. 사투리도 있어요. 예를 들면 버니어캘리퍼스는 ‘노기스’로, 수동절단기는 ‘불대’라고도 불려요. 공장에서 주문할 때 그걸 알려주지 않으면 못 알아듣는 사람들이 많죠. 그래서 일일이 휴대폰으로 사진 찍어 전송하고 확인하다보면 일이 배로 걸리거든요. 저희는 그런 걸 현장에서 많이 배워왔기 때문에 척하면 다 알아듣는 편이에요.”
 

지금 필요한 건 ‘속도’

그가 자신 있어 하는 경영 노하우는 공장이 필요할 때 바로 납품해주는 신속배달 시스템이다.
“공장 라인이 멈추면 안 되니까 빨리 납품을 해줘야 해요. 오래 걸리면 안 되죠. 시간 단축이 경쟁력이에요.”
물건이 있으면 1~2시간 만에, 조금 멀거나 물건을 구해야 하는 경우에는 3~4시간 만에 배송할 수 있다. 바코드 시스템도 도입했다. 손님이 기다리지 않고 빨리 결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작년 10월부터 2만 여 개의 재고를 분류해 현재 60% 정도 바코드 입력이 이뤄진 상황. 김 대표는 올 해 말까지 모든 제품을 바코드화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재고관리도 잘 될 거라 기대하고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어떤 거래처든 차별하지 않는 마음가짐.
“모든 손님에게 잘 해줘야 해요. 작은 거래처도 소홀히 하지 않도록 직원들에게 당부했어요. 그렇게 운영하다보니 뜻밖의 행운을 맞은 적도 있어요. 한 항공기 제조업체와 첫 거래를 했을 때 매출은 100만 원 남짓이었어요. 그런데 몇 년 뒤에는 20배 가까이 규모가 늘었어요. 지금은 한 번에 2천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주고 있죠.”

얼마 전 300평의 넓은 부지를 사두고 가게를 확장 이전하기 위한 계획도 세웠다. 앞으로 10년 뒤, 한 사람당 전문 공구상 하나씩 맡기로 한 김 대표와 직원들.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매일 빠지지 않고 현장에서도, 영업을 끝낸 매장에서도 문을 닫은 채 공구 공부 중이다. 명지공구철물이 급속도로 성장하게 된 비결은 그들의 비전에 있다. 그렇기에 늦은 밤, 오늘도 인적 드문 길가에는 명지공구철물의 간판만이 반짝인다.

글, 사진 _ 장여진